세계 각국이 자국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소버린 AI(Sovereign AI·자국 AI)’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엔비디아가 관련 AI 인프라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AI 프로젝트에서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AI 인프라 역시 엔비디아 중심으로 구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소버린 AI 시장,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
5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소버린 AI 대형언어모델(LLM)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전 세계 소버린 AI 프로젝트에서 9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위 AMD는 4.1%, 3위 세레브라스(Cerebras)는 1.7%에 그쳤다.
이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자체 AI 모델과 전용 인프라 구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중동, 유럽, 아프리카 등 55개국에서 개발된 170개 이상의 LLM을 분석한 결과다.
이에 대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AI 반도체뿐 아니라 엔비디아의 AI 개발 플랫폼인 ‘쿠다(CUDA)’를 비롯해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 가장 큰 경쟁력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소버린 AI는 국가가 데이터와 인공지능 모델, 컴퓨팅 인프라를 자국 내에서 직접 구축·운영하는 전략을 뜻한다.
생성형 AI가 국가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미국과 유럽, 중동, 아시아 각국은 해외 클라우드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것이 AI 모델을 학습하고 추론하는 GPU 등 AI 가속기다.
보고서는 현재 전 세계 주요 소버린 AI 프로젝트 대부분이 엔비디아의 AI GPU를 기반으로 구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AMD와 인텔 등 경쟁사들이 AI 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엔비디아의 영향력을 흔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평가다.
보고서는 특히 LLM을 구축하려는 국가 프로젝트에서는 안정성과 개발 생태계가 무엇보다 중요해 이미 검증된 엔비디아 플랫폼을 선택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AI 경쟁은 기업 간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간 전략 경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각국 정부는 자국 데이터 보호와 국가 안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소버린 AI 구축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자체 데이터센터와 AI 슈퍼컴퓨터 구축에도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도 AI 반도체 수요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소버린 AI는 단순한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며 “현재는 엔비디아가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 각국의 자체 AI 생태계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경쟁 구도도 점차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탈 엔비디아’ 움직임…한국도 AI 반도체 다변화
다만 이러한 독점 구도 속에서 한국은 엔비디아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AI 스타트업 ‘모레’는 엔비디아 라이벌인 AMD의 반도체를 기반으로 ‘라마-3-모티프-102B’를 개발했고, 모레의 자회사 모티프도 AMD 플랫폼을 통해 LLM을 구축하고 있다.
업스테이지 역시 AMD GPU 'MI355'를 도입한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
추론 칩 시장에서는 한국의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이 SK텔레콤과 파트너십을 결성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고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언급했다.
AMD의 점유율은 아직 미미하지만 유럽연합(EU)과 호주 등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세레브라스는 아랍에미리트(UAE), 퀄컴은 사우디아라비아, 구글은 이스라엘에서 각각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으며, 일본도 자체 개발한 '후지쓰 A64FX' ARM 중앙처리장치(CPU)를 LLM 훈련에 활용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엔비디아의 우위를 단기간에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될수록 엔비디아의 독주가 얼마나 이어질지가 글로벌 AI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