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들끓게 한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사람도 못 견디는 더위에 말 못 하는 가축과 양식 어류는 찌는 듯한 축사와 바다에서 짧은 생을 마감하고 있다.
여기에 남부지방에서는 짧은 장마가 끝나고 찾아온 긴 폭염 탓에 저수지가 말라붙어 영농철 농업용수 부족이 현실로 다가왔다.
다른 지역보다 선선해 여름철 피서지로 주목받던 강원도마저 극한 폭염의 영역에 접어든 것이다.
현재 폭염 특보 최상위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는 강원 일부지역을 포함해 서울, 경기(광명·안산·김포·연천·포천·가평·고양 등), 인천, 전북 전주, 광주(동부), 전남 광양까지 확산했다.
일부 도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도 폭염경보·주의보가 내려져 있어 말 그대로 전국이 '펄펄' 끓고 있다.
기상청은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지역에서는 야외활동을 즉시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확인하는 '생존을 위한 3단계 행동 수칙'(중단·이동·확인)을 실천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상청은 "냉방시설이 없는 실내도 위험하다"면서 "무더위쉼터, 그늘 등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수분을 보충하며 휴식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온열질환자 하루 200명 육박…가축·농산물 피해 '눈덩이'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4일 하루에만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198명에 달했다.
폭염중대경보가 영남권 일부 지역에 내려졌던 일주일 전인 지난달 29일(77명)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온열질환자가 늘었다.
사람 잡는 폭염으로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도 매일 보고되고 있다.
전날 전북 김제시 검산동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타다가 넘어진 80대 남성이 복사열에 달궈진 도로에 2시간 넘게 방치돼 사망했고, 같은 날 충남 부여군에서는 실종신고가 접수된 노인이 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가축과 양식 어류도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경남에서는 올해 닭 4만3천185마리, 돼지 6천289마리, 오리 2천마리 등 모두 5만1천474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했고, 경북의 가축 피해는 이보다 많은 9만5천540마리로 집계됐다.
또 포항에서는 양식장 13곳에서 넙치와 강도다리 등 양식 어류 6만9천여마리가 폭염이 부른 고수온 탓에 죽었고, 제주지역 고수온 피해 신고는 17개 양식장·8만3천672마리에 이른다.
한낮 강한 일사량 탓에 단감 주산지인 경남 김해에서는 햇볕 데임 현상이 본격화에 피해 면적이 이미 260㏊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1년간 재해로 인정된 피해 면적 55㏊의 4배를 이미 넘어섰다.
창원 등 다른 지역의 단감과 사과, 배 농가에서도 일소 피해와 과실 생육 부진이 나타나고 있다.
충남 예산에서 8천평 규모의 사과밭을 운영하는 70대 정연순씨는 이날 달아오른 사과를 들어 보이며 "햇볕에 오래 노출된 사과는 익는 것을 넘어 뜨거운 열에 삶아지는 수준"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마른 여름에 이제 가뭄까지…울산에서는 기우제 지내
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는 가뭄으로 인한 농업용수 부족에 대응하고 영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동원 체계에 돌입했다고 이날 밝혔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전북 저수지 401곳의 평균 저수율은 42%로 평년보다 19%P가 부족한 수위다.
올해 도내 누적 강수량은 548mm로 평년 수준(794mm)의 69%에 그친다.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대는 인공호수 옥정호는 이날 기준 저수율이 21.6%로 평년(42.1%)의 절반에 그쳤다.
이날 돌아본 옥정호는 바닥을 훤히 드러냈으며 한때 물이 가득 찼던 바닥에는 웃자란 잡초가 빼곡했다.
경남도 18개 시군 중 함양을 제외한 17개 시군이 농업용수 가뭄 비상 대응 단계에 진입했다.
이 중 창원·김해·밀양·양산·의령 등 11개 시군은 '경계' 단계다.
경남지역 농업용수 저수율은 37.5%로 평년의 52.2% 수준에 그쳤으며, 밀양은 저수율이 30.3%까지 떨어져 '심각' 단계 진입 가능성도 점쳐진다.
울산지역 82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36.8%)도 평년의 48.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 중 11곳은 평년 저수율 대비 현재 저수율의 비율이 40% 미만인 '심각' 단계다.
가혹한 가뭄에 울산 울주군 두동면에서는 전날 가뭄 해소와 단비를 기원하는 기우제가 열리기도 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가뭄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재난 관리 기금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섬진강댐 인근 지역은 요일제 급수를 운영 중이며, 퇴수 재활용 등을 통해 수량을 확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원 천경환 심민규 최은지 김재홍 윤관식 강태현 박영민 장지현 전지혜 김준범 이주형 정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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