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하는 고고학자/샘 킨/이충호 옮김/해나무/2만8000원
과학과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과학 작가로 활동 중인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고고학을 ‘발굴’의 학문이 아니라 ‘재현’의 학문으로 다시 보게 만든다. 특히 그는 유물을 바라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쓰였는지 직접 실험해 과거의 삶을 복원하려는 고고학자들의 집요한 시도를 소개한다. 저자는 돌로 만든 칼이 실제로 고기를 자를 수 있었는지, 활과 화살로 어떻게 사냥했는지, 가죽을 어떻게 손질해 옷으로 만들었는지 등 박물관에서 유물을 보며 떠올릴 법한 “과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가”라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한다. 그 답은 직접 수행한 실험을 통해 뒷받침된다.
그는 고고학자들이 직접 돌을 깨뜨려 도구를 만들고, 불을 피우고, 창을 던지며, 동물을 해체하고 미라를 만드는 실험 과정을 마치 소설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소개한다. 특히 실험고고학이 축적한 경험적 근거를 토대로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고대인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재현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9000여 년 전 페루 안데스산맥에서 살았던 여성 사냥꾼을 만나고, 이집트 피라미드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중국 환관이 겪었을 슬픔까지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책은 고고학이 왜 실험을 필요로 하는지부터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유물은 남아 있어도 사용 방식과 제작 과정은 쉽게 남지 않기 때문에 실험고고학은 그 빈칸을 메우는 도구가 된다. 독자는 단순히 “무엇이 발견됐는가”가 아니라 “어떤 과정으로 그런 유물이 생겼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실험의 실패와 우연, 연구자들의 집념이 교차하면서 과거는 박제된 대상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탐구 대상으로 살아난다.
저자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외에도 인류가 현대에 들어 잃어버린 것을 들춰내 보여주고, 전통을 보존하고 전 세계에 벌어지는 멸종과 소멸에 맞서는 노력을 자극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교훈과 동시에 즐거움을 줄 목적으로 썼지만, 일종의 시간여행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