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진보’ 뒤에 숨겨진… 거대 권력의 탄생과 붕괴

골리앗의 저주/루크 캠프/박수철 옮김/까치/4만2000원

 

인류의 역사는 오랫동안 ‘문명의 진보’라는 관점에서 기록돼 왔다. 피라미드는 인간의 위대한 건축 능력을, 로마제국은 법과 질서의 토대를, 중국의 역대 왕조는 찬란한 문명의 성취를 상징하는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역사학자 루크 캠프는 이러한 통념에 의문을 던진다. 인류사를 움직여온 것은 문명 그 자체가 아니라, 문명을 건설하고 지배한 거대한 권력 체계였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골리앗’은 성서 속 거인 전사의 이름에서 가져온 개념이다. 국가와 제국, 관료제와 군대, 자본과 기술을 독점하며 사회를 통제하는 거대한 권력 구조를 의미한다. 저자는 문명의 화려한 성취 뒤에는 언제나 권력의 집중과 불평등이 자리했으며, 지나치게 비대해진 골리앗은 결국 내부 모순으로 붕괴해 왔다고 주장한다.

루크 캠프/박수철 옮김/까치/4만2000원

고대 이집트는 대표적인 사례다. 오늘날 피라미드는 인류 문명의 위대한 유산으로 평가받지만, 저자는 이를 절대 권력이 만들어낸 거대한 동원 체제의 결과로 바라본다. 파라오의 권위 아래 막대한 노동력과 자원이 집중됐고, 그 화려함은 대다수 백성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흉작, 재정 악화가 겹치면서 강력해 보였던 체제도 결국 흔들렸다.



로마제국에 대한 해석 역시 새롭다. 흔히 로마의 몰락은 게르만족의 침입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저자는 외부 공격보다 내부의 구조적 취약성을 강조한다. 귀족층의 토지 독점, 노예제 경제의 한계, 급증하는 군사비와 세금 부담은 제국 내부의 균열을 키웠다. 로마는 외적에 의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이미 내부에서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다는 것이다.

책이 던지는 도발적인 질문은 ‘국가의 붕괴가 과연 언제나 비극인가’라는 점이다. 기존 역사관에서는 제국의 몰락을 곧 문명의 쇠퇴로 보았지만, 저자는 국가 해체 이후 세금과 강제노동, 전쟁 동원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오히려 나아진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거대한 국가와 제국이 남긴 위대한 유산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서 누가 비용을 치렀고 어떤 구조적 문제가 쌓였는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