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졌으니 괜찮겠지” 하다… 맨발로 걷는 동물들도 폭염에 당했다

‘절절 끓는’ 보도블록에 노출된 도심 속 동물들…화상·탈수 위협 커져
폭염 기간, 동물 열 관련 질환 발생 3.7배 증가
물·그늘 부족한 도심 속 폭염, 야생동물에게도 위협적

“아이(반려견)가 산책 중에 갑자기 ‘낑’ 소리를 내고는 한쪽 발을 들고선 계속 핥더라.”

 

사흘 전 경기도의 한 공원에서 평소처럼 퇴근 후 초저녁에 반려견(코카스패니얼)을 산책 중이던 견주 김모(37)씨는 가슴 아픈 경험을 했다. 낮 동안 달궈진 아스팔트와 철 구조물 등에 반려견이 발바닥 화상을 입은 것이다. 급하게 근처 수돗가에서 차가운 물에 발을 적신 뒤 인근 동물병원에 갔더니 다행히도 심한 화상은 아니라 연고를 처방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해가 졌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미안하다. 폭염 동안에는 각별히 신경 써야겠다”고 말했다.

 

사진=Gettyimagesbank 제공

6일 올여름 폭염이 장기화하며 급기야 서울 전역에 최상위 폭염 특보 단계인 ‘폭염중대경보’ 발령된 가운데, 사람뿐 아니라 도심 속 동물들도 폭염의 피해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낮 온도가 60도에 육박하는 보도블록과 아스팔트 가까이서, 심지어 맨발로 걷는 동물들이 견뎌야 하는 고통은 사람보다 더 크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폭염 기간에는 평소 여름보다 동물의 열 관련 질환 발생이 3.7배나 증가한다. 

 

한낮 온도가 60도에 육박하는 보도블록과 아스팔트 가까이서, 심지어 맨발로 걷는 동물들이 견뎌야 하는 고통이 사람보다 더 크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폭염 기간에는 평소 여름보다 동물의 열 관련 질환 발생이 3.7배나 증가한다. 

 

이태호 대한수의사회 학술홍보위원장은 “개나 고양이는 발바닥에만 미세하게 땀샘이 있어 사람처럼 몸 전체로 땀을 흘려 체온을 내리지 못한다. 대신 입을 벌리고 거칠게 숨을 쉬는 ‘헐떡임’으로 열을 식히는데, 더운 날씨에는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며 “체온 조절에 실패해 열사병에 걸리면 국소적인 발바닥 화상에 그치지 않고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이어져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려인들은 폭염에 따른 반려동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 모습이다. 이날 저녁 11시쯤 서울 강북구의 한 공원에서 만난 견주 이모(41)씨는 “산책을 하기엔 요새 날이 너무 뜨거워서 힘들지만 에몽이(말티푸)가 실외배변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며 “한 1주일 전부터 오전 7시, 오후 7시에 하던 산책을 오전 6시, 오후 10시로 조정했지만 여전히 많이 헐떡인다”고 말했다. 늦은 저녁임에도 공원에는 털을 바짝 자른 요크셔테리어, 휴대용 급수기로 물을 마시는 그레이하운드 등 산책을 나온 반려견들이 눈에 띄었다.   

 

폭염은 도심 속 길고양이와 조류 같은 야생동물에게도 위협적이다. 비도심에 비해 마실 물과 그늘이 부족한 도심에서의 폭염은 탈수와 급격한 체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길고양이나 새 같은 도심 동물들은 폭염이 힘들긴 하겠지만 스스로 시원한 곳을 찾아갈 수 있다. 문제는 갈증”이라며 “길고양이에 대해 혐오의 시선이 있는데, 한 생명체가 여름은 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물 정도는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녹지 확대 및 동물용 음수시설 마련 필요성을 언급한다. 이 위원장은 “그늘과 수목을 늘리고 지표면 온도를 낮추며 자연적인 물과 녹지의 연결성을 확보하는 정책이 우선이고, 음수대와 인공 수조는 이를 보완하는 시설로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러 동물이 입을 대는 만큼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고 그늘, 미끄럼 방지 바닥, 정기적인 세척과 점검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