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낮 60도 길바닥서 화상·탈수… 반려동물도 수난 [역대급 폭염]

열사병 등 동물 열관련질환 3.7배
뙤약볕 피해 그늘 위주 길 안내 등
시민들 폭염 대응 정보 앱 개발도

돼지 등 가축 피해 69만마리 집계
저수지 고갈로 논농사 물대기 전쟁
정부, 살수차·냉방장비 긴급 지원

전국 대부분 지역에 최상위 폭염 특보인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는 등 기록적인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현재까지 21명이 목숨을 잃고 동물의 열사병과 농가 가뭄 피해까지 전방위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저수지 저수율이 무너지고 가축·어류 폐사가 잇따르며 총 피해가 수백만마리에 달하는 상황이다. 시민들은 ‘그늘길 지도’와 ‘에어컨 정거장’ 등 맞춤형 생활 앱을 직접 개발·공유하며 사상 최악의 찜통더위에 총력 대응하는 모습이다.

지난 4일 전남광주 북구 우치동물원에서 아시아코끼리가 찬물로 샤워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폭염 속 반려동물·야생동물도 ‘위태’

 

6일 서울 전역에 최상위 폭염 특보 단계인 ‘폭염중대경보’가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사람뿐 아니라 도심 속 동물들도 폭염의 피해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낮 온도가 60도에 육박하는 보도블록과 아스팔트 가까이서, 심지어 맨발로 걷는 동물들이 견뎌야 하는 고통은 사람보다 더 크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폭염 기간에는 평소 여름보다 동물의 열 관련 질환 발생이 3.7배나 증가한다.

 

사흘 전 경기도의 한 공원에서 평소처럼 퇴근 후 초저녁에 반려견(코커스패니얼)을 산책 중이던 견주 김모(37)씨는 예상치 못한 일을 겪었다. 낮 동안 달궈진 아스팔트와 철 구조물 등에 반려견이 발바닥 화상을 입은 것이다. 급하게 근처 수돗가에서 차가운 물에 발을 적신 뒤 인근 동물병원에 갔더니 다행히도 심한 화상은 아니라 연고를 처방받았다고 한다.

 

이태호 대한수의사회 학술홍보위원장은 “개나 고양이는 발바닥에만 미세하게 땀샘이 있어 사람처럼 몸 전체로 땀을 흘려 체온을 내리지 못한다. 대신 입을 벌리고 거칠게 숨을 쉬는 ‘헐떡임’으로 열을 식히는데, 더운 날씨에는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며 “체온 조절에 실패해 열사병에 걸리면 국소적인 발바닥 화상에 그치지 않고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이어져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염은 도심 속 길고양이와 조류 같은 야생동물에게도 위협적이다. 마실 물과 그늘이 부족한 도심에서의 폭염은 탈수와 급격한 체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다.

타들어가는 과수원 사과 6일 오전 충남 예산군 신암면의 한 사과밭에서 강한 햇볕에 누렇게 변하고 타들어 간 사과가 나무에 달려 있다. 예산=연합뉴스

◆고추밭서 80대 노인 사망… 누적 21명

 

인명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충남 부여 고추밭에서 일하던 80대 남성이 숨졌다.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31분 “아버지가 하루가량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자택 인근 고추밭에서 A씨를 발견했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온열질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15일부터 이달 4일까지 가축 피해는 돼지(3만99995마리)와 가금류(64만8854마리) 등 69만마리에 육박하고 어류양식 피해는 44만9499마리로 집계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687억원을 투입해 축산농가에 냉방장비·열차단도포제 같은 폭염예방 물품을 지원하고, 폭염 취약 농가를 발굴해 ‘찾아가는 살수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폭염에 따른 가뭄 피해도 심각하다. 이날 찾은 경남 창원의 대표 수원지인 주남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주남저수지 저수율은 이날 30%대로 떨어져 2018년 가뭄 때인 저수율 40%마저 무너진 지 며칠 지났다. 낙동강 물을 비상 공급하고 있지만 폭염으로 인한 자연 증발과 농업용수 공급으로 하루 빠져나가는 물(최대 11만4000t)이 유입량(5만t)의 두 배를 넘어 저수율 고갈을 막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떼죽음 당하는 양식장 물고기들 충남 서해안 일대에 고수온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6일 충남 태안의 한 가두리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고수온으로 폐사한 어류를 건져내고 있다. 태안=연합뉴스

벼농사를 짓는 김태우(59)씨는 “비 한 방울 안 오는 가뭄 속 논에 물을 대는 것은 전쟁”이라며 절규했고, 동읍 마룡마을 김태진(70) 이장도 “재난 수준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늘로’ 등 폭염 대응정보 공유앱 개발

 

연일 푹푹 찌는 더위에 시민들은 폭염 대응 정보를 공유하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이날 기준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부문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한 ‘그늘로: 뚜벅이의 여름길’은 23세의 복학생이 직접 개발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목적지를 입력하면 건물 그림자와 태양 고도를 계산해 그늘 위주의 길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도앱이다. 도보뿐 아니라 버스를 탈 때도 어느 쪽 창가에 앉아야 햇빛을 덜 받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

6일 서울 시내에서 실행해본 그늘 알려주는 앱 '그늘로'. 이 애플리케이션은 목적지를 입력하면 건물 그림자와 태양 고도를 계산해 그늘 위주의 길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도 앱이다. 연합뉴스

에어컨이 달린 정거장을 확인할 수 있는 지도도 등장했다. 회사원 염지석(26)씨가 만든 웹페이지 ‘에어컨 정거장’은 서울·성남의 공공데이터를 바탕으로 냉방 시설을 갖춘 밀폐형 버스정류장인 스마트 셸터와 지하철 쉼터 등을 표시해준다.

 

대전 유성구는 관내 전역을 100m 단위 격자로 세분화한 ‘유성구 골목길 폭염지도’를 구축해 현장 중심의 폭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유성구는 폭염지도를 기반으로 동별 살수차 노선 선정, 그늘막 설치 대상지 발굴, 취약지역 관리 등 생활밀착형 대응 정책 수립에 활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