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육·해·공군 사관학교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작지 않다. 미래전은 육·해·공군 경계가 희미해지는 합동작전이 중심이고, 각 군의 폐쇄적 문화와 엘리트 의식, 파벌주의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더구나 한국 현대사는 군이 정치에 개입한 뼈아픈 기억을 안고 있다. 5·16 군사쿠데타, 12·12 군사반란, 그리고 12·3 비상계엄 사태까지 그 중심에 육사 출신들이 자리했다. 부인하기 어렵다.
사관학교 통합론은 국방개혁의 단골메뉴였다. 노태우정부 이후 여덟 차례나 추진됐고,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전 이후에도 합동성 강화를 명분으로 논의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태릉 육사 부지 개발 논란이 개혁의 본질을 흐리면서 각 군의 반발만 키운 채 무산됐다. 군사적 필요보다 정치와 부동산 논리가 앞설 때 개혁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육·해·공 사관학교를 폐지하고 통합사관학교를 설립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야당과 예비역 장성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사관학교 통합이 군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찬성 의견보다 높게 나타났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각 군 사관학교 간판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군이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고 미래전에 걸맞은 장교를 길러내는 교육 혁신일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쿠데타를 세 번이나 저질렀다”며 통합사관학교 설립 배경의 정치적 의도를 분명히 밝혔다. 그동안 국방부가 강조해 온 합동작전 능력 강화와 미래전 대비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과연 몇몇 군인들의 과거 잘못된 전횡과 횡포를 육사 전체에 싸잡아 책임 전가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런 논리라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서울대 출신이니 서울대부터 폐교해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안보 핵심 인프라인 군 장교 양성체계 존폐가 정권의 역사 인식이나 정치적 평가에 따라 결정되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육사를 없애고 통합이 필요하다면 정치적 책임 추궁 대신 군사적 효율성과 교육 혁신이 우선돼야 한다. 군은 정권이 아니라 국가를 지키는 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