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목소리’ 잃은 대북 정책… 정부 협상력 약화 우려

통일·외교부 수장 충돌 후폭풍
논란 확산에 서둘러 진화 나서

북, 정책집행 변경 가능성 인식
남과 대화 필요성 못 느낄 수도

지난 5일 대통령 업무보고 과정에서 드러난 통일부·외교부의 대북정책 이견이 북한에 대한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 구상이 정부 차원의 조율된 전략이 아니라 개별 부처 차원의 구상일 뿐이며, 정책 집행력은 제한적일 거라는 인식을 심어 줘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에 나설 필요를 못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양측은 6일 논란이 확산되는 걸 막는 데 주력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잘 협조해야 정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뼈 있는 말도 던지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상이 있어야 현실을 바꾼다”고 한 것이다. 전날 조현 외교부 장관이 통일부 업무보고 내용을 “이상주의에 근거한 희망”이라고 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왼쪽)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26년 을지연습 준비보고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조 장관이 이상적이라고 비판한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한 4대 대화(남북·미·중) 동력 확보’는 통일부 단독 구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외교부도 ‘중장기적으로 한반도·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한 4자·6자 협력 틀 가동 추진’을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국정과제(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향한 실질적 진전 추구)로 내세웠다. 정부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고, 올해 3월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된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2026∼2030)에도 같은 내용이 나와 있다. 조 장관의 공개 발언은 이런 사실과 배치되고, 정부 내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한 조율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한 당일에 대북정책과 관련된 부처 두 수장이 공개적으로 충돌한 모양새가 되며 논란이 확산되자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자처해 “통일부에서 한 여러가지 보고 내용 전체에 대해 반대하거나 입장과 완전히 다르다 이런 얘기는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유관 부처들 간 긴밀한 조율하에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오고 있음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뒤늦은 해명에도 정부 내 엇박자가 대북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강하다. 남한 내부의 갈등으로 협상이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북한에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제재 완화나 군사훈련 조정, 경제협력 등 실질적인 보상 방안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외교·안보라인의 조율이 원활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반대급부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