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6일 폭염과 남부 지역 가뭄에 대응할 범정부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닷새 내리 나오고 하루 환자가 사흘 연속 200명을 넘긴 뒤 나온 주문이다.
◆ “외신에서나 보던 폭염이 우리 현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폭염·가뭄 대처상황 점검회의에서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극심한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며 “경남 양산에서는 40도를 넘는 고온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외신에서나 보던 폭염 상황이 우리의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폭염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전방위적인 대응체계를 가동해야 한다”며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극한 기후에 걸맞은 대응책을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폭염의 범위는 회의가 열린 이날도 넓어졌다. 기상청은 서울 전역과 경기 23개 구역을 포함해 전국 36개 구역에 폭염중대경보를 발효했다.
◆ 취약계층·야외 작업장 “현장을 직접 보라”
이 대통령은 “모든 부처와 지방정부는 가용한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해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다해 달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응이 이뤄지도록 각 기관이 책임감을 갖고 임해 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독거노인과 쪽방촌 주민 등 폭염 취약계층 보호를 강화하고, 건설현장과 농작업장 같은 야외 작업장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도 철저히 관리·감독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가장 더운 시간대의 작업 중지와 휴식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현장을 철저히 점검해 달라”며 “안전수칙이 반드시 지켜지도록 관계 당국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부처들은 이날 회의에서 진행 중인 조치를 보고했다. 보건복지부는 경로당 운영 시간을 저녁 6시에서 밤 9시로 연장하고 독거노인·쪽방촌 주민 안부 확인과 노숙인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동노동자 쉼터와 물류창고를 집중 점검하며 옥외작업 중지 이행을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고수온 해역에 물을 긴급 방류하고 액화산소 공급장치를 역대 최대 수준으로 보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 “비 예보도 없다”…남부 가뭄 용수 대책 병행
회의에서는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심화하는 가뭄 대책도 함께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당분간 비 예보도 없는 만큼 대체 용수 공급과 양수 장비 가동 등을 적극 추진해 안정적인 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도서·산간 등 상수도 미보급 지역에는 비상급수 같은 단기 조치뿐 아니라 대체 수원 개발 등 중장기 용수 확보 대책도 병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논밭에 온열질환 예방요원을 보내고 예방물품을 배부하는 한편 저수지 양수저류와 준설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에너지바우처 지급과 전기요금 지원을 대책으로 내놨다.
◆ 닷새 연속 사망…환자는 작년보다 적은데 사망자는 많다
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전국 응급실 516곳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208명으로, 이 가운데 1명이 숨졌다.
1, 2일 각 100명대에 머물던 하루 환자는 3일 204명, 4일과 5일 각 208명으로 사흘 연속 200명을 넘었다. 인명 피해는 1일부터 전날까지 닷새 동안 하루도 끊기지 않았다.
누적 환자는 작년 같은 기간(3300명)보다 적다. 그런데 추정 사망자는 작년(21명)보다 2명 많다. 단순 치명률은 0.86%다. 환자 수가 아니라 중증도가 올여름 폭염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루 단위로 보면 격차가 뒤집힌다. 5일 하루 환자 208명은 작년 같은 날(62명)의 3.4배다.
지역별로는 전날 경기 70명, 서울 49명으로 두 지역 모두 올해 하루 최다를 기록했다. 누적 환자는 서울이 300명, 경기가 600명대로 올라섰다.
올여름 온열질환자의 77.5%는 남성, 33.8%는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질환별로는 열탈진이 1661명(62.3%)으로 가장 많고 열사병 450명(16.9%), 열경련 297명(11.1%), 열실신 223명(8.4%)이 뒤를 이었다.
발생 장소는 실외가 2062명(77.4%)으로 대부분이었고, 그중 작업장이 685명으로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