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뛰는데 경기는 식는다…‘가장 위험한 신호’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上]

하루가 다르게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것 같은데 다른 누군가는 부자가 되는 것 같은 기분, 다들 느끼시나요. 한쪽에선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 자영업자는 폐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늘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내일보다 저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 수중에 돈이 없어 구입을 할 수가 없습니다.

 

분명 이상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대다수가 소득이 늘어나면서 물가도 오르는 ‘인플레이션’이나, 대다수가 소득이 줄어들면서 경제활동도 위축되는 ‘디플레이션’ 아래 살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한 이미지

가까운 과거로 돌아가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가 돈을 풀면서 가계소득이 증가했고 동시에 물가도 급등하던 시절을 보면 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죠. 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식이나 부동산이 반토막 나고 실업률이 늘어난 시기는 디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스피가 한 때 9000을 돌파하고, 서울 시내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데, 경제 호황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죠. 이 때문에 우리는 침체와 물가상승이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과연 우리는 해결책이 사실상 없는 최악의 경제 상황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들어왔는지, 사례와 통계로 가능성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계란 한 알에 ‘500원’ 

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한 이미지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뉴스도 되지 않을 정도가 됐습니다. 특히 체감상 더 와닿는 식료품 등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심상치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 특별한 이유없이 계란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료품 전반에 대한 물가가 올라갔습니다. 거기에 사재기 심리까지 더해지면서 한 번 올라간 계란 가격은 1년이 다되어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죠. 

 

이 때문에 미국의 먹거리 풍경도 달라졌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업체인 코스트코나 트레이더조스 등은 1인당 계란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기업인 와플하우스의 경우 계란이 들어간 음식에 대해선 추가요금까지 받습니다. 

 

슬프지만 한국도 마찬가지 입니다. 최근 마트에서 계란을 샀는데 계란 ‘한 알’에 500원이 넘어가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기분탓인지 자주 가던 김밥집 라면 메뉴에서 계란이 빠진 걸 알 수 있었죠. 냉면에 올라가던 계란 반개는 올해부터 메추리알로 달라진 것을 자주 봤습니다.

 

문제는 계란 뿐만이 아닙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무려 4년 넘게 이어지는 데다가 미국과 이란의 전쟁까지 겹치면서 밀가루 등 곡물의 가격도 우상향 하고 있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을 보면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직전인 2019년만 해도 OECD 국가의 평균은 2% 였습니다. 미국의 경우 1.8%, 한국은 0.6% 밖에 되지 않았죠. 

 

하지만 2022년 CPI를 보면 미국(8.5%), 한국(6.3%)은 물론 OECD 국가(10.3%) 모두 인플레이션에 들어갔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이후 상승률은 꺾이긴 했지만, 결코 물가가 내려가지 않았죠. 올해만 보더라도 한국의 CPI는 2.8%(7월 기준), 미국 3.5%(6월 기준), OECD 평균 4.6%(5월 기준) 입니다.

 

통계보다 현실은 더 와닿습니다. 아무래도 숫자는 현실을 뒤늦게 따라가기 마련이니깐요. 서울 시내에서 점심 한 끼를 적당히 먹으려면 어림 잡아도 1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죠. 당장 전쟁 여파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에 근접했습니다. 서울에 위치한 원룸 평균 월세는 64만원으로 매년 치솟고 있죠

 

◆누군가는 ‘부자’…나는 ‘가난’

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한 이미지

여기까지만 보면 전형적인 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통계는 경기침체까진 아니어도 ‘경기둔화’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죠. 대표적으로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입니다. 제조기업이 가까운 미래를 대비해 생산량을 조절하는 지수죠. 쉽게 말해 지수가 50 이하면 경기가 위축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50 이상이면 확장 국면이라는 뜻 입니다.

 

지난달 기준 국가별 제조업 PMI를 보면 한국(48), 미국(49.8), 중국(49.3), 일본(50.3), 프랑스(49.5), 영국(48.2) 등 주요 선진국들은 위축 국면으로 들어갔습니다. 물론 50에 근접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수 있지만, 일본과 독일 등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일관되게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의미심장 하죠.

 

채권의 금리차이도 조금 수상합니다. 경제가 호황이거나 평범할 때 10년 만기 국채(장기채권) 금리는 2년 만기 국채(단기채권) 금리보다 더 높습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평소에는 장기간 돈을 빌려주는 것이 리스크가 더 크기 때문에 장기채권 금리가 더 높은 거죠.

 

하지만 경기가 나빠질 것 같으면 바로 채권시장이 반응합니다. 투자자들은 안전한 장기채권을 대거 매수하게 되고, 매수가 몰리면 장기채권 가격은 올라갑니다. 채권시장에서 채권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은 채권 금리의 하락을 의미합니다. 즉, 경기가 안좋아지면 장기채권 금리가 단기채권 금리보다 더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벌어지죠. 이 때문에 장단기 채권 금리차는 미래 경기의 온도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전 세계 주요국가의 장단기 채권 금리차이를 보겠습니다. 다행히 중국을 제외한 주요 경제국에서 역전현상을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중국의 장단기 채권 금리차이는 -0.22%포인트(p)로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중국에선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 중국 식당가에선 ‘3위안(약 600원) 아침식사’가 유행입니다. 손님이 줄어들면서 자영업자들이 아침식사 세트를 3위안에 제공하는 ‘가격경쟁’인데요. 아침식사 뿐만 아니라 ‘4인가족 식사 99위안(약 2만원)’ 등의 문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격경쟁이 일상화 됐죠. 로이터통신은 이를 두고 “이들이 경쟁력 때문에 저렴하게 파는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한 쇼핑몰에선 쌓여있는 옷을 처리하기 위해 하루에 네 번이나 ‘깜짝세일’을 하고, 그날 다 팔리지 않으면 원가의 10% 이하의 가격에 팔거나 심지어 증정하는 사례도 외신을 통해 나오고 있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반면 한국(0.38%p), 미국(0.45%p), 일본(1.10%p), 프랑스(0.63%p), 영국(0.52%p), 독일(0.71%p)의 경우 아직까진 10년 장기채권 금리가 더 높습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릅니다. 한국의 경우 역전현상을 눈 앞에 두고 있고, 주요 경제국의 OECD의 경기선행지수(CLI)가 ‘보통’에 해당하는 100에 소폭 미치지 못하는 등 경기 위축 시그널이 나타났습니다.

 

물론 통계가 일관되게 거시경제의 지표가 되진 않습니다. 이 모든게 기우였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물가는 여전히 ‘뜨거운데’, 경기는 천천히 ‘식어가는’ 모습이 스태그플레이션의 전초 현상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우려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