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빚더미 경기도 ‘재정 비상’…李 탓인가, 金 탓인가 [오상도의 경기유랑]

추미애 경기지사, 7700억 감액 추경 발표하며 전임 도정 ‘미생 예산’ 정조준
이준석·국힘 “진짜 원인은 이재명 시절 고정 복지 폭증, 2021년 부채 64%↑”
도의회 ‘빚 지도’ 공개하며 정면 반박…與野 한목소리로 “일방적 삭감 안 돼”
秋 정치공방 차단, ‘재정위기 극복 TF’ 가동…“법인지방소득세 ‘0원’ 불합리”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7조원대 부채와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이유로 ‘재정 비상’을 공식 선언한 가운데 재정 위기의 근본 원인과 책임 소재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다. 단순히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 문제를 넘어, 과거 수년간 누적돼 온 재정 지출의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뉴스1

추 지사는 민선 8기 김동연 도정의 ‘임시방편식 예산 운용’을 겨냥했고, 야당과 도의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도지사 시절(민선 7기)부터 누적돼 온 고정 지출과 재난지원금 살포가 재정 고갈의 진짜 시발점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도에 따르면 민선 7기 이재명 전 지사 시절인 2020~2021년 2년간 일반회계로 차입한 기금(지역개발기금)은 1조6543억원에 달한다. 

 

◆7조원 빚의 속살…4분기 필수 민생 예산마저 ‘불안’

 

경기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재정현황 보고서에선 도가 2038년까지 상환해야 할 채무와 기금 차입금을 총 7조415억원으로 봤다. 이 중 지방채는 1조9117억원이며, 지역개발기금 및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 내부 기금에서 끌어다 쓴 차입금은 5조1298억원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 발행한 지방채 9430억원은 법정 발행 한도(9460억원)의 99.6%에 육박하는 수치다. 재정 압박이 극에 달하면서 올해 노인장기요양(1234억원), 학교급식비 지원(584억원), 시내버스 공공관리제(291억원) 등 주요 민생 사업 예산 3132억원이 본예산에 다 담기지 못하고 ‘9개월 치’만 쪼개기 편성되는 파행을 겪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기자회견에서 도의 재정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로 도의 핵심 세원인 취득세 수입이 2022년 11조원에서 올해 8조1000억원 수준으로 26% 이상 급감하며, 결국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경이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논란이 증폭된 건 지난달 20일 도 기획조정실 업무보고였다. 앞서 지난달 7일 도정연설에서 추 지사는 “민선 9기 경기도는 7조원 넘는 채무를 안고 출발했다”며 재정 역량 부족을 정조준했다. 도지사직 인수위가 군불을 지피던 재정 위기설에 불을 댕긴 셈이다. 

 

이어 5일 긴급 기자회견에선 “민선 8기에 지방채 발행과 기금 차입이라는 임시방편으로 재정 위기를 가리면서 바로잡을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전임 김동연 지사의 도정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정 위기가 하루아침에 시작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광교 청사의 현판. 경기도 제공

◆金 지사의 재정 확장 vs 李 지사 시절 부채 64% 폭증

 

논란은 확산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힘은 이러한 시각이 ‘명백한 책임 회피’라고 맞섰다. 이 대표는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부 수치를 제시하며 “경기도 부채가 가장 가파르게 증가한 시점은 이재명 지사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21년(1조7693억원→2조9112억원)으로 1년 만에 무려 64.5% 폭증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응 때문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이미 청년기본소득, 산후조리비, 무상교복 등 한번 시작하면 줄일 수 없는 구조적 복지 지출 확정이 이뤄졌다”며 “당시엔 부동산값 폭등으로 걷힌 과도한 취득세로 메웠으나 세수가 줄어든 지금 그 부메랑을 맞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표적이 민선 8기에만 맞춰진 점을 꼬집은 것이다.

 

고준호 전 도의원 역시 “민선 7기 이재명 도정은 재난지원금 등에 기금을 소진했고, 민선 8기 김동연 도정은 빚을 내어 버텼다”며 “정치적 생색은 민주당 전임 지사들이 내고, 그 이자와 예산 삭감의 피해는 도민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전 의원은 특히 추 지사가 민선 8기의 지방채 발행과 기금 사용만을 재정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한 점을 들어 민선 7기의 재난지원금과 기금 활용에 대한 책임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추 지사의 이번 선언이 민주당 도정이 도의 재정을 악화시켰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진 당시 경기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6월 경기신보에서 정책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기준비위 제공

◆데이터로 나온 ‘경기도 빚 지도’…도의회 “일방적 예산 삭감 불가”

 

재정 위기 논란이 확산하자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 소속 김한슬 의원(국민의힘)은 최근 12년간의 재정 데이터를 시각화한 ‘경기도 빚 지도’를 제작해 누리집에 공개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 경기도 채무 잔액은 2020년 1조7693억원으로 저점을 찍은 후 2021년부터 5년 연속 상환액보다 발행액이 커지며 2026년 6월 기준 6조2368억원으로 약 3.5배 늘었다.

 

특히 대형 사업용이던 지방채가 소액 사업(10억원 미만)까지 내려온 정황이 드러났다. 2024년 지역개발채권을 뺀 지방채가 0원에서, 지난해 별도 지방채가 등장한 뒤 올해 6월 말 기준 1조6610억원까지 불어난 대목도 짚었다.

 

도의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추 지사의 ‘재정 비상 선언’ 방식에 유감을 표명했다. 도의회 국민의힘은 입장문을 통해 “7700억원 감액 추경과 지출 구조조정은 결국 도민의 삶을 옥죄는 행위”라며 “추경의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과 소상공인 그리고 취약계층에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방성환 국민의힘 대표의원도 “채무 7조원 시대는 지난 8년의 무책임한 재정 운용이 남긴 성적표”라고 꼬집었다.

 

도의회 민주당 역시 “재정 위기를 반복적으로 공론화하며 도민 불안만 키우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도 집행부를 직격했다.

경기도의회 김한슬 의원이 만든 ‘경기도 빚 지도’. 누리집 캡처

◆추미애 “낡은 지방세제 개혁 시급…더는 정치 공방 삼지 말라”

 

추 지사는 재정 비상을 선언한 지 하루 만인 6일 현행 지방세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제도 개혁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전임 도정을 겨냥한 야권의 책임 공방을 차단하는 한편, 비상재정 대응체계 구축을 가속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추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도 재정 위기 문제는 낡은 지방세제 때문”이라며 “더는 정치적 공방으로 삼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는 공장과 산단, 배후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재정을 부담하지만 정작 기업 성장에 따른 법인지방소득세는 시·군에 귀속돼 도 수입은 단 한 푼도 없다”며 “주된 세원인 부동산 취득세마저 거래 절벽으로 수입이 급감하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회 본회의. 경기도의회 제공

도는 재정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주형철 경제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재정 위기 극복 전략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TF는 이달 말까지 재정 위기의 근본 원인을 면밀히 진단하고 도지사와 고위공직자 업무 경비 감액, 낭비성 예산 집행 중단 등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과 함께 세입 확충을 위한 제도 개혁안을 도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