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사일을 쐈을 때, 우리 군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무엇일까. ‘보는 것’이다.
발사 원점·궤적·목적지와 미사일 종류 등을 파악하는 일이다. 대응은 그 다음이다. 대북 군사대비태세에서 감시정찰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대목이다.
한국군 대북 감시정찰의 핵심은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글로벌호크 고고도무인정찰기다.
높은 하늘을 오랜 시간 비행하며 북한 내륙 지역을 정밀 감시할 수 있어 북한 핵·미사일과 공군 동향 감시에 필수적이다.
그런데 E-737와 글로벌호크에서 최근 수년간 결함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 정부 출범 후 출격 횟수가 이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함은 오히려 증가한 추세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문제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군사대비태세 유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함 확산 징후 보이는 E-737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공군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E-737에서 발생한 결함은 103건에 달한다.
공군은 2011∼2012년 미국 보잉이 만든 E-737 4대를 도입했다. 호주·튀르키예가 운용중이며, 영국도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미국은 아직까진 정식으로 구매하지 않았으므로, 미군과 같은 수준의 신속하고도 원활한 업데이트 및 유지보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같은 우려는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는 모양새다.
2021년 8건에 불과했던 결함은 2022년 21건으로 급증했다. 2023년 20건, 2024년 13건, 2025년 19건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7월 기준 22건에 달해 전년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종류별로는 레이더 결함이 33건으로 가장 많았다. E-737은 미국 노스롭 그루먼이 개발한 MESA 레이더를 쓴다.
2021∼2023년엔 레이더 과전류 문제가 대부분이었으나 2024년부턴 전력·전원계통 문제가 등장했고, 지난해부턴 계통 결함과 비정상작동 사례가 잇따랐다.
하위 부품 계통의 문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전원 및 계통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MESA 레이더는 고성능·고전력 위상배열 레이더다. 따라서 전력계통 상태에 민감한다. 과전류 문제가 지속되는 것은 MESA 레이더의 전력·전자계통의 취약점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전기 계통 결함도 같은 기간 21건이나 발생했다.
전기 계통은 기체 상부의 레이더가 수집한 정보를 오퍼레이터들이 쓰는 콘솔로 연결하고, 기체에 전원을 공급하는 등의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전기 계통 결함은 E-737의 작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올해 들어 통신(7건)·냉난방(4건) 결함이 급증한 것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E-737은 레이더로 포착한 정보를 다른 전투기 또는 합참·공군작전사령부 등에 전달하거나, 항공작전을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선 신뢰성 높은 통신체계가 필요하다.
그런데 통신 결함이 잦아지면 실시간 데이터 전송과 명령 전달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 사소한 위험으로도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다.
레이더·전기 계통 결함이 만성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냉난방 문제는 기체의 전력·환경조절 인프라 노후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자장비는 열에 민감한데, 전력·환경조절 인프라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장비 성능 저하와 오작동 위험이 높아진다.
공군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 수리부속 교체 등에 의한 사후 조치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결함이 줄지 않고, 범위도 확산하는 것은 정비 방식이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지 못한 채 개별 부품 단위의 고장만 해소해왔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공군에서 15년간 사용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체 노후화가 여러 계통으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글로벌호크, 문제 해결 지연
한국 공군은 2019∼2020년 미국에서 글로벌호크 4대를 들여와 운용 중이다.
미국 노스롭그루먼이 개발한 글로벌호크는 합성개구레이더(SAR)와 전자광학/적외선(EO/IR) 센서를 갖추고, 최대 5500㎞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 20㎞ 상공에서 북한 면적보다 넓은 14만㎢를 최대 36시간 비행하며 지상의 30㎝ 길이 물체까지 찾는다.
군사분계선(MDL)에서 북한 최북단까지 거리가 약 400㎞이므로 글로벌호크가 북한 전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강력한 성능의 이면에는 잇따르는 결함이 자리잡고 있다.
2021∼2025년 글로벌호크에서 발생한 결함은 46건. 2021년엔 6건이었으나 2022년 9건, 2023년 7건, 2024년 8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엔 16건으로 급증했다.
결함 횟수 증가와 더불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는 것도 심각한 실정이다.
2024년 1월 브레이크 계통에서 경고등이 켜져 수리부속 교체에 324시간(14.5일)이나 걸렸다.
브레이크 계통 결함처럼 이·착륙 안전과 직결된 부분은 정비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비행을 허가하기 어렵다. 다른 결함보다 훨씬 오랫동안 지상에 묶이게 된다.
지난해 9월에 있었던 임무장비 결함은 수리부속 교체로 해결하기까지 670시간(약 29일)이 소요됐다.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문제가 해소되지 못했던 셈이다.
같은해 8월에 발생한 임무장비 결함도 수리부속 교체까지 263시간(약 12일)이 걸렸다. 지난 2023년 5월 임무장비 결함도 문제 해결까지 276시간(12.5일)이 소요됐다.
문제 해결이 늦어지면, 그만큼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기체는 줄어든다. 전력공백 우려와 더불어 남아 있는 기체를 혹사함으로서 수명 단축 및 고장 증가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사후조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부품 확보에 소비된 시간이 그만큼 길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글로벌호크는 미국도 쓰지만 세부 사양은 다르다.
미국은 블럭40형 9대만 운용한다. 지상이동표적 감시 센서를 탑재해 이동표적·순항미사일 추적과 영상 수집을 동시에 수행한다.
반면 한국은 블럭30형의 수출형을 들여왔다. 합성개구레이더와 신호정보수집체계 등의 센서를 탑재, 영상·신호정보를 수집하는 정찰기다. 블록40형과는 센서 체계가 완전히 다르다.
미 공군은 블록30형을 지난 2022년 퇴역시켰으며, 블록40형도 조만간 퇴역이 거론되는 모양새다.
이같은 상황은 한국 공군의 글로벌호크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블록30형의 수출형은 한국·일본(4+3대)뿐이다. 블록40형은 미국·나토(9+5대)가 쓴다.
제조업체로선 운영 규모가 더 크고, 미국이 참여하고 있는 블록40형의 유지보수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 블록30형 유지보수 인력과 장비도 블록40형 쪽으로 쏠리게 된다.
블록30형을 운용하는 한·일은 특정 부품의 재고가 넉넉하지 않을 때 대규모 운용국에 부품 생산·재고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결함 발생 시 사후조치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요인이 된다.
◆유사시 감시정찰 공백 우려…해결 시급
이같은 결함은 유사시 한국군 감시정찰에 공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E-737은 저고도·장거리 공중표적을 조기 포착, 공군 전투기나 방공체계가 요격에 나설 시간적 여유를 제공한다.
그런데 기술적 결함으로 투입 가능한 기체가 줄어들면, 특정 시간에 공중통제·조기경보에 사각지대가 생길 위험이 있다. 유사시 초기 대응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공군은 미국 L3해리스의 신형 공중조기경보통제기 4대를 2032년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이 첫 사용국인 새 기체가 작전능력을 온전히 확보할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감시공백 방지를 위해 E-737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성능개량 작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글로벌호크는 고고도·광역 감시 임무를 맡는다.
국산 중고도무인정찰기(MUAV)나 육군 군단급 무인정찰기, 군사정찰위성, 백두 정찰기로는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을 주로 맡는다.
따라서 기체 결함으로 인한 감시공백을 다른 전력으로 신속하게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공군이 보유한 4대 중 1대라도 수백 시간 단위의 결함에 직면하면, 특정 시점에서의 글로벌호크 가용 대수는 25% 이상 줄어든다.
미 공군이 블록30형을 운용하지 않고, 블록40형을 장기간 사용할 것인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공급망 정비 등을 포함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