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목소리 책에 담다…사슴뿔 ‘사회적 공감’ 시리즈 완간”

출판실험공동체 도서출판 사슴뿔이 ‘우리는 관계가 필요해’​를 출간하며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적 공감’ 시리즈를 완간했다. 이번 시리즈는 발달장애인을 교육이나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말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당사자’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발달장애인을 위한 출판과 교육은 부모와 교사, 기관 종사자, 활동지원사 등 조력자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장애인 당사자주의가 강조됐지만 정작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은 콘텐츠는 부족했다. 사슴뿔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삶과 관계를 이해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 개발에 집중해 왔다.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적 공감 시리즈 ①~③

시리즈의 핵심 키워드는 ‘관계 접근성’이다. 발달장애인의 인간관계는 복지기관 종사자나 활동지원사 등 서비스 제공자에게 한정되는 경우가 많고, 서비스가 종료되면 관계도 함께 끝나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러나 발달장애인 역시 자신이 선택한 사람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맺으며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를 원한다. 이번 시리즈는 책을 통해 이러한 사회적 연결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완간된 시리즈는 모두 세 권이다. 첫 번째 책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경계 존중 이야기’​는 건강한 인간관계의 출발점인 ‘경계 존중’을 다룬다. 자신의 영역과 소유물, 신체, 감정, 공간을 이해하도록 돕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동의와 거절을 스스로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구성했다. 신체 경계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와 디지털 인권 등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경계 개념도 폭넓게 담았다.

 

두 번째 책 ‘이토록 시끄러운, 감정 이야기’​는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며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과정을 쉽게 설명한다.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보호자와 활동지원사, 교사 등 주변 조력자들도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번에 출간된 마지막 권 ‘우리는 관계가 필요해’ ​는 자기 이해와 자기 선택을 바탕으로 사회적 관계를 넓혀가는 과정을 담았다. 자신의 관계 경험을 돌아보고 자기 긍정을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사회적 자립과 사회 참여의 기반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특히 또래 간 경험을 나누고 서로를 지지하는 동료 상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계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사슴뿔은 이번 시리즈를 통해 발달장애인을 ‘도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출판 모델을 제시했다. 디지털 중심으로 문화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도 책은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타인과 연결되는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출판계에서는 이번 시리즈가 발달장애인을 교육이나 복지의 대상이 아닌 삶의 주체로 세우고, 스스로 관계를 형성하며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당사자 중심 출판’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사례​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