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에 1조 3000억원 청구서… 美법원 “치료비 내고 SNS도 뜯어고쳐라”

치료 등에 5.7억달러 기금·민사제재 합쳐 총 9.4억달러 부담
이용시간·알림·‘좋아요’까지 손질…플랫폼 설계 직접 개입

미국 법원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회사 메타에 청소년 피해 치료비를 부담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시간과 연령 확인 등 소셜미디어(SNS)의 제품 설계까지 바꾸라고 명령했다. 

 

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멕시코주 제1사법지구법원의 브라이언 비에드샤이즈 판사는 메타가 5억6700만달러(약 8000억원) 규모의 피해 구제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이는 지난 3월 배심원단이 메타에 부과한 3억7500만달러의 민사 제재금에 추가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뉴멕시코주 소송에서 메타가 부담하게 된 금액은 총 9억42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뉴멕시코주 배심원단은 당시 메타가 주 소비자보호법을 7만5000차례 위반했다며 건당 법정 최고액인 5000달러를 적용했다.

 

5억6700만달러 가운데 4억2000만달러는 메타의 SNS를 이용한 청소년 등에 대한 치료 서비스에 투입된다. 나머지는 향후 5년간 피해 예방과 인식 개선, 정신건강 검사 등에 사용된다. 주 정부는 당초 피해 구제 계획에 메타가 7억7950만달러를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법원은 이보다 낮은 금액을 인정했다.

 

법원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작동 방식에도 손을 댔다. 뉴멕시코주 미성년자의 SNS 이용시간을 제한하고 학교 수업시간과 심야 시간대 알림을 제한하도록 했다. 성인의 미성년자 접근 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챗봇을 통한 부적절한 성적 상호작용을 차단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미성년자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이용시간은 두 서비스를 합쳐 월 90시간으로 제한되며, 18세 미만 이용자의 게시물에 표시되는 ‘좋아요’ 수는 기본적으로 감춰진다. 메타는 청소년 이용자에게 플랫폼의 위험과 보호 기능을 설명하는 안내 화면과 배너도 정기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13세 미만 이용자를 걸러내기 위한 조치도 강화된다. 법원은 메타가 친구 관계나 게시·소비 콘텐츠 등 각종 신호를 AI로 분석해 이용자의 나이를 추정하는 기술을 개선하고, 향후 2년 안에 13세 미만 이용자를 별도로 찾아내는 예측 모델 개발을 시도하도록 했다. 학교 관계자가 13세 미만으로 의심되는 계정을 신고할 수 있는 별도 창구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소송은 라울 토레스 뉴멕시코주 검찰총장이 2023년 제기했다. 소송에 앞서 뉴멕시코주 수사관들은 미성년자로 가장한 계정을 만들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직접 조사했다. 뉴멕시코주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 계정에는 성적인 접근과 유인 메시지가 이어졌다. 주 정부는 이를 근거로 메타가 미성년자를 성적 착취와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용자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제품 설계가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열린 1단계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메타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안전성을 소비자에게 잘못 알렸다며 뉴멕시코주 소비자보호법 위반 책임을 인정했다. 뉴멕시코주는 미국에서 청소년에게 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대형 기술기업을 상대로 한 재판에서 승소한 첫 주가 됐다.

 

이어 지난 5월 배심원 없이 진행된 2단계 재판에서는 메타의 플랫폼 자체가 뉴멕시코주에서 ‘공공방해’에 해당하는지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명령할지가 쟁점이 됐다. 비에드샤이즈 판사는 13일간의 심리 끝에 메타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 SNS를 둘러싼 분쟁이 불법·유해 콘텐츠 삭제나 소비자보호법 위반에 따른 금전적 제재에 집중됐다면, 이번에는 법원이 이용시간, 알림, 좋아요 표시, 연령 추정 등 플랫폼의 구체적인 제품 설계에 직접 개입했다. 토레스 총장은 이번 판결이 기업들이 “제품 설계로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메타는 항소 방침을 밝혔다. 메타는 “플랫폼 이용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유해 콘텐츠와 악의적 이용자를 찾아내 제거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밝혀왔다”며 청소년 보호 성과를 왜곡한 주장에 계속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뉴멕시코주 판결은 미국 전역에서 진행 중인 ‘청소년 SNS 피해’ 소송의 전초전 성격도 갖는다. 메타는 현재 SNS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가족들이 제기한 수천 건의 소송에 직면해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29개 주가 참여하는 연방 다지구소송이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진행되고 있다.

 

당장 다음 주에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에서 이 가운데 캘리포니아·콜로라도·켄터키·뉴저지 등 4개 주가 제기한 소송의 첫 재판 절차가 시작된다. 메타는 지난달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4개 주가 요구하는 법정 제재금을 자체 계산한 결과 최대 1조4000억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약 1조5000억달러였던 메타의 시가총액에 맞먹는 규모다.

 

뉴멕시코주 사건이 SNS 기업의 책임을 ‘벌금’에서 ‘피해 복구와 제품 수정’으로 확장한 가운데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경우 미국 빅테크의 청소년 대상 서비스 설계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P통신은 이번 판결이 미국 각 주가 SNS의 제품 설계에 책임을 묻는 움직임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