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대한축구협회에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협회 수뇌부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해 수사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11시간 압색…핵심은 수뇌부의 ‘위력’ 여부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6일 11시간에 걸쳐 대한축구협회 사무실, 축구회관 등을 압수수색해 홍 전 감독 선임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특히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작성했던 자료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강위는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를 검토해 축구협회 이사회에 후보를 추천하는 기구다.
전강위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경찰은 축구협회가 홍 전 감독을 1순위 후보로 선정하고 최종 선임까지 하는 과정을 확인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몽규 전 축구협회장, 이임생 전 기술이사 등이 홍 감독을 특정해 선임하기 위해 단순히 정관을 위배한 것을 넘어 위계와 지위로 이사회 등이 정관을 무시하도록 만들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찰이 단순히 축구협회 정관을 위반한 것은 사단법인 내부 계약 사항에 불과해 형사 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경찰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에 집중하는 만큼 홍 전 감독 본인이 처벌받을 가능성은 작다는 예상도 나온다. 홍 전 감독에 대해 별도로 고발당한 업무상 배임에 대해서도 경찰은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감독이 곧 참고인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정 전 회장과 비슷한 상황에서 ‘업무방해가 아니다’라는 판단이 최근 내려졌다. 금융범죄수사대는 앞서 4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의 탁구협회장 시절 국가대표 임의 선발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유 회장은 탁구협회장 시절 2020 도쿄올림픽에 앞서 탁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선정한 선수 대신 다른 선수를 선발하도록 위원회에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유 회장이 위력으로 위원회 업무를 방해했다’는 고발이 들어왔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결과 통지서를 통해 경기력향상위원장을 통해 반려나 재검토를 요청한 것은 협회장으로서 정당한 권한이고,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를 전했다.
정 전 회장과 이 전 이사에 대한 ‘위력’ 여부도 이를 재량의 영역으로 인정되는지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정 전 회장은 2024년 전강위가 홍 전 감독을 적임자라고 보고하자 “외국인 후보자도 만나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정 전 위원장이 돌연 사퇴했고, 이 전 이사가 이후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을 주도했다. 앞서 스포츠윤리센터는 유 회장, 정 전 회장의 사례에 대해 모두 비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외신도 주목…“WC 탈락에 대중 분노, 2년 정체하던 수사 재주목”
한편 주요 외신들도 축구협회가 수사 대상이 된 이례적인 상황에 주목했다. 일본 요미우리 통신은 “한국 경찰이 감독 선임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축구협회를 압수 수색했다”며 “정 전 회장과 홍 전 감독이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점에서 선임 절차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고,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비판이 분출했다”고 전했다.
골닷컴(Goal.com)은 “권한이 없는 인물이 자택 근처 빵집에서 감독직을 제안했다는 주장이 핵심 의혹”이라며 선임을 주도한 이 전 이사의 권한 문제에 주목했다. AP는 “2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정체하던 수사는 월드컵 탈락 이후 대중의 분노가 커지면서 다시 주목받게 됐다”고 했다.
최근 떠오른 심판 접대 의혹도 다뤄졌다. AFP통신의 일본어판인 AFPBB는 “대한축구협회가 14∼15년 전 당시 국제 경기를 맡았던 외국인 심판들에게 성적 접대를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협회는 법인카드를 이용해 서울, 경남 창원, 울산 등의 안마시술소에서 결제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2016년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축구협회 감사 내용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올림픽 예선전 3경기와 평가전 4경기를 합쳐 7경기에서 외국인 심판과 감독관 등 10여명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대표팀은 해당 경기에서 패배 없이 5승 2무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