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학자 총재가 서울구치소에 구속된 지 어느덧 1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구속된 이후 가정연합은 지도자의 장기 부재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고 있다. 오는 8월 말 1심 선고를 앞둔 지금 신도들의 불안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재판 결과를 예단할 생각은 없다. 혐의가 있다면 증거와 법리로 가리고, 잘못이 확인된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종교 지도자라고 법 앞에 예외일 수 없고, 거대한 종교단체라고 성역이 될 수도 없다.
그러나 한 사람의 형사책임을 묻는 것과 그가 이끌어온 종교공동체의 국제적 기반까지 흔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금 우리 사회가 냉정하게 살펴야 할 지점도 여기에 있다. 한 총재의 장기 부재 이후 가정연합의 국제 활동은 눈에 띄게 동력을 잃고 있다. 국제합동축복결혼식을 비롯해 월드서밋과 아프리카 서밋, 종교 간 연대운동, 기후·환경 문제에 대한 국제적 대응 등 굵직한 글로벌 프로젝트가 예전 같은 활기를 찾기 어렵다.
이 활동들은 단순한 종교행사의 연속이 아니었다. 정치·종교·시민사회를 연결하고 세계 각국의 지도자를 한국과 이어온 민간외교의 플랫폼이기도 했다. 실제로 201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아프리카 서밋에는 60개국의 정치·종교·시민사회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국제회의에 그치지 않고 청년교육과 의료봉사, 환경과 지역사회 지원으로 활동 영역도 넓어졌다.
2025년 제6회 시상식을 치른 선학평화상의 앞날도 걱정스럽다. 2013년 제정된 이 상은 기후위기와 식량안보, 난민과 의료, 여성인권과 교육, 종교화합과 빈곤퇴치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평화의 의제’로 제시하고 그 해결에 헌신한 인물들을 발굴해 한국으로 불러왔다. 2027년 제7회 시상식이 불투명해진다면 이를 과연 한 종교단체의 손실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국제적 네트워크는 돈과 조직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 평화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찾아 한국으로 불러들이고, 전·현직 국가 지도자와 종교지도자, 국제기구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힘은 수십 년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쌓인 신뢰에서 나온다. 한번 끊어진 ‘신뢰의 자본’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도 쉽게 복원되지 않는다.
더욱 주목할 것은 가정연합의 국제 활동이 대한민국에 가져온 경제적·민간외교적 효과다. 가정연합 자체 통계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25년까지 집계가 확인되는 21개 연도 동안 한국을 찾은 해외 신도는 모두 479만 8226명으로, 연평균 약 22만 8500명에 이른다. 2025년 한 해에만 34만 명이 넘었다. 2003년 이전 방문객을 제외하고도 20여 년 동안 약 480만 명이 한국을 찾은 셈이다.
많은 해외 신도들에게 한국은 가정연합이 태동한 ‘신앙의 조국’이다. 이들은 국제행사와 성지순례, 교육과 수련을 위해 한국을 찾아 숙박·식사·교통·관광·쇼핑 등에 비용을 지출했다. 정확한 지출액은 별도로 따져봐야겠지만, 1인당 국내 지출액을 100만 원으로만 잡아도 연간 약 2300억 원, 20여 년간 누적 약 4조 8000억 원을 한국에 풀었다. 그러나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한국을 직접 경험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는 사실이다. 연평균 2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종교적·문화적 동기로 한국을 찾았다면, 그것은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도 쉽게 구축하기 어려운 민간외교의 통로다.
안타깝게도 그 통로가 지금 좁아지고 있다. 법학과 사회과학에서는 형사사법 조치가 당사자를 넘어 가족과 조직,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부수적 결과’라고 설명한다. 법은 한 개인의 위법행위에 책임을 묻지만, 현실에서는 그 과정에서 애초에 의도하지 않았던 사회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지도자의 상징성과 국제적 역할이 큰 종교공동체라면 그 파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가정연합에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력과 종교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왜 국민에게 의혹과 불신을 샀는지 뼈아프게 성찰해야 한다. 조직 운영과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세계평화를 말해 온 종교라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누구보다 엄격해야 한다. 다만 지도자 개인의 형사책임과 세계 각국의 신도들이 연결된 종교공동체의 미래는 구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 속담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다. 잘못 하나를 바로잡으려다 더 큰 것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경계다. 한 사람의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수십 년간 대한민국을 거점으로 구축해 온 국제 평화 네트워크가 무너지고, 연평균 20만 명이 넘는 해외 신도를 한국으로 불러오던 통로가 막힌다면 우리 사회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 것인가.
이제 1심 판결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법원은 정치도, 여론도, 종교적 이해관계도 아닌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동시에 행위와 책임 사이의 비례성이라는 법의 기본정신도 중요하다. 법은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존재하지, 한 공동체의 미래까지 무너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이번 사태가 과연 특정 종교만의 위기인지 우리 사회 전체가 한 번쯤 되물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