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달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메모리 가격 폭등으로 컴퓨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전쟁의 충격으로 지난달 석유류 상승폭이 15%대를 기록했는데, 컴퓨터와 휴대용멀티미디어기기의 상승폭은 20%를 웃돌았다.
8일 국가데이터처의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중동전쟁 충격으로 치솟은 석유류 가격이 5월과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대로 끌어올렸으나,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하며 7월 물가상승세가 소폭 둔화했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5.5% 오르며 전월(24.7%) 대비 상승폭이 줄었다. 석유류의 물가상승 기여도는 0.60%포인트로 6월의 0.93%포인트 대비 축소됐다. 품목별로 봤을 때 경유(33.7%→21.5%)와 휘발유(23.1%→12.6%)의 상승폭은 전월 대비 작아졌다.
다만 석유류를 포함하는 공업제품의 소비자물가는 3.7% 오르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메모리 가격 폭등의 영향을 받은 컴퓨터(25.1%)와 휴대용멀티미디어기기(22.5%)가 급등하며, 상승폭에선 석유류를 앞섰다. 석유류가 전쟁의 충격으로 급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 불안에 따른 컴퓨터와 휴대용멀티미디어기기의 상승폭은 눈에 띄게 가파른 수준이다. 메모리 수요 증가로 관련 업종의 호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소비자가 부담하는 물가 부담은 더 커진 것이다. PC와 스마트폰, 게임기 제조사의 가격 인상 흐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7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4달러로 전달(21달러) 대비 14.3% 상승했다.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6년 6월(2.9달러)와 비교하면 8배 이상 올랐다. 시장에서는 범용 메모리의 가격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6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난 1년 사이 메모리 칩 가격이 6배 급등한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제조사들이 대기업 데이터센터 수요를 우선시하면서 이윤이 상대적으로 낮은 전자기기 제품 수요는 뒷전으로 밀려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AI 인프라 병목 현상으로 전자기기 제조업체들의 이윤, 가격 부담, 클라우드 비용, 물가 상승 등의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며 “이 위기는 거시경제적 우려 사항이 됐다”고 짚었다.
앞서 정부는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칩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 PC의 재활용을 늘리고 취약계층 지원 사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저소득층 가구의 학생을 대상으로는 PC·노트북 구매 지원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