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다니던 진기주·표예진·지진희, 인생을 바꾼 선택

진기주·표예진, 대기업에 사표 내고 연기 도전
지진희, 사진작가 꿈꾸다 금성무 대역 계기로 배우 데뷔

연예계 데뷔 전 직장인의 삶을 살았던 배우들이 있다. 진기주와 표예진은 어렵게 들어간 대기업에 사표를 내고 배우의 꿈을 택했으며, 사진작가를 꿈꾸던 지진희는 우연한 기회에 연기를 시작했다.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세 사람은 결국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 배우로 이름을 알렸다.

(왼쪽부터) 진기주, 표예진, 지진희. 뉴스1

 

◆ “더 늦기 전에 칼 뽑았다”…삼성 떠난 진기주

진기주는 중앙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SDS에 입사했다. 스물세 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3년 만에 사원증을 반납했다.

 

그는 2021년 3월10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 퀴즈’)에서 “출퇴근할 때 제 표정이 점점 안 좋아졌었다. 얼굴에 어둠이 있었나 보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를 지켜본 어머니가 “힘들면 너 하고 싶은 거 해”라고 말하자, 진기주는 새로운 길을 선택할 용기를 얻었다.

 

진기주가 퇴사 당시 동료들에게 보낸 이메일도 최근 온라인상에서 다시 주목받았다. 그는 “지금 도전해 보지 않으면 10년, 20년 뒤에 후회할 것 같은 꿈이 있어 용기 내어 결심했습니다”라며 “적응은 무서운 체념을 부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칼을 뽑아들었습니다”라고 적었다.

진기주는 대기업 사원과 방송기자, 슈퍼모델을 거쳐 배우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화면 캡처

 

진기주가 퇴사 후 곧바로 배우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방송기자로 일한 뒤 슈퍼모델에 도전했고, 여러 차례 오디션에서 탈락한 끝에 2015년 tvN 드라마 ‘두 번째 스무 살’로 데뷔했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그동안 제가 거쳐왔던 직업들에 비해 가장 불안정적이고 가장 자존감 깎이고 상처도 가장 많이 받긴 하는데 흥미로워서 좋다. 가장 잘하고 싶은 일”이라며 연기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 10년 뒤가 답답했던 표예진…대한항공 승무원서 배우로

표예진은 만 19세에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입사했다. 그는 당시 최연소 승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1년 반 만에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배우의 길을 택했다.

표예진이 만 19세에 승무원으로 입사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MBN·채널S ‘전현무계획3’ 방송 화면 캡처

 

표예진은 지난 3월6일 방송된 MBN·채널S ‘전현무계획3’에서 “새로운 나라를 가고 사람들을 만나는 건 좋았지만, 이걸 평생직장으로 하고 10년을 바라봤을 때 답답하게 느껴졌다”고 퇴사 이유를 밝혔다. 평소 영화와 드라마를 즐겨 봤던 그는 “그만두고 한 10년 해보자”는 생각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어렵게 입사한 대기업을 그만두고 배우가 되겠다는 딸의 결정에 가족은 크게 반대했다. 표예진은 “아버지는 저랑 얘기도 안 하시고 대화를 차단하셨다”며 “엄마가 같이 울면서 속상해하면서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직장을 떠난 후 곧바로 배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표예진은 “하루에 막 열 군데씩 프로필을 돌리러 다녔다”며 “하고 싶은 게 있어서 노력할 수 있는 게 재밌었다”고 무명 시절을 돌아봤다. 그는 2020년 1월22일 방송된 SBS ‘본격연예 한밤’에서 직접 만든 프로필로 100번의 오디션을 봤다고 밝히며 “많이 떨어져 울었다. 서러워서”라고 고백했다.

표예진이 승무원을 그만두고 배우에 도전한 과정을 밝혔다. SBS ‘본격연예 한밤’ 방송 화면 캡처

 

KBS2 ‘쌈, 마이웨이’와 SBS ‘모범택시’ 시리즈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 자리 잡은 표예진은 처음 퇴사를 반대했던 부모에 대해 “요즘에는 너무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 사진작가 꿈꾸던 지진희…금성무 대역이 바꾼 인생

지진희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뒤 제일기획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후 광고사진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겨 사진작가 어시스턴트로 근무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스튜디오가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지진희는 가정이 있는 동료들을 대신해 자신이 회사를 나가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사 후에도 사진 촬영을 돕던 그는 중화권 배우 금성무의 광고 현장에서 대역을 맡으며 카메라 앞에 서게 됐다.

지진희가 사진작가 어시스턴트로 일하던 시절의 모습을 공개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화면 캡처

 

지진희는 2024년 9월4일 방송된 ‘유 퀴즈’에서 “그때 월급이 40만원이었는데, 대역료가 30만원이라고 해서 바로 오케이 했다”며 “CF 장면에서 여자와 스쳐 지나가는 풀샷은 내가 찍었고, 금성무씨는 타이트샷만 찍었다”고 밝혔다.

 

광고 출연 후 캐스팅 제의를 받은 그는 1999년 가수 조성빈의 뮤직비디오 ‘3류 영화처럼’을 통해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03년 MBC 드라마 ‘대장금’의 민정호 역으로 이름을 알렸다.

 

지진희는 2024년 9월1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연기를 어떻게 우연치 않게 직장을 다니다가 연기자를 하게 됐다. 참 신기한 일이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뒤늦게 연기를 시작하며 세운 다짐에 대해 “큰 걸음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작은 걸음이라도 내가 걸을 수 있는 만큼만 보폭을 넓히자. 그리고 꾸준히 앞으로 나가자였다”며 자신만의 속도로 연기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