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리병 모양의 비행체는 무엇?’…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한국서 목격된 ‘UFO’

UAP, UFO보다 포괄적 개념
조선왕조실록에 UFO 기록 등장
가상의 UFO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지난 5월 발생했던 ‘김해공항 회항 사건’을 조명하면서, 미확인 이상 현상(UAP)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다시금 뜨겁다. 당시 일본 나고야를 출발해 부산 김해공항으로 향하던 여객기가 정체불명의 비행체 출몰로 활주로가 폐쇄돼 인천으로 긴급 회항했고, 승객들은 1시간 반 거리를 무려 10시간에 걸쳐 이동해야 했다. 실체가 밝혀지지 못한 채 단순 ‘오인 해프닝’으로 사건이 종결됐지만, 국제공항의 활주로까지 멈춰 세운 미확인 비행체(UFO)에 대한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중문화나 음모론의 영역으로 소비되던 ‘UFO’와 달리, 2022년부터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 ‘UAP(미확인 이상 현상)’는 하늘뿐 아니라 우주·해상 등에서 기존 정보만으로 설명하거나 식별하기 어려운 현상까지 포괄하는 용어다.

 

UAP라는 개념이 제시되기 이전, 과거 한국 상공에는 어떤 미확인 비행체들이 나타나 흔적을 남겼을까. 조선시대 고서에 등장하는 기록부터 경기 가평에서 포착된 사진까지, 전국을 들썩이게 만든 ‘한국의 UFO 출몰 사건’ 4가지를 짚었다.

 

세종실록 복제품. 연합뉴스

 

◆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한 UFO

 

조선왕조실록을 통틀어 UFO에 대한 기록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세종대왕 재위 시절이다.

 

세종실록에는 “호리병과 같은 물체가 남쪽으로 이동하며 우레와 같은 소리를 냈다. 길흉화복을 점치는 ‘일관’이 이를 알아차리지 못해 옥에 가둬 죄를 다스렸다”고 기록돼 있다. 새를 제외하고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물체가 없었던 시기였던 만큼, 소리를 내며 비행하던 ‘호리병’ 모양의 물체는 UFO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광해군일기’에도 UFO로 추정되는 비행체의 기록이 등장한다. 광해군일기 중초본에는 8월25일 하루 사이 간성군(현 고성군) 하늘에 등장한 형상이 원주목, 강릉부를 지나 양양부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고 기록돼 있다. ‘큰 동이’, ‘세숫대야’ 등 관측 지역에 따라 외형적 묘사는 조금씩 달랐으나,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비행했다는 점은 일치했다.

 

광해군은 이 일을 매우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였다고 전해진다. 실록에 실린 UFO에 대한 세부 묘사는 전 세계 역사 기록을 통틀어 보더라도 손에 꼽힐 만큼 구체적이고 정밀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SBS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에서 소개된 1973년 낙동초등학교 UFO 목격 사건. SBS 공식 교양 채널 ‘DALI’ 유튜브 캡쳐

 

◆ 다수가 동시에…1973년 낙동초등학교 UFO 목격 사건

 

1973년 4월 충남 보령의 낙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4학년 학생 22명이 체육 수업을 받던 중 기이한 광경을 목격했다. 맑은 대낮 하늘 상공으로 은백색의 비행체 2대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당시 상황은 SBS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154회를 통해서도 생생히 소개됐다. 당시 학생 중 한 명이었던 목격자는 방송에서 “누군가 ‘이상한 게 있다’고 소리쳐 쳐다보니, 원반 형태의 대형 비행물체 두 대가 150~200m 간격을 두고 날아가고 있었다”며 “쉴 새 없이 회전하며 지나가는 비행체는 결코 인간이 만든 물체가 아니었다. 100년이 지나도 잊지 못할 장면”이라고 회상했다.

 

비행물체들은 학교 뒷산을 돌아 건너편 야산 소나무 밭에 각각 착륙했다. 아이들의 함성에 고개를 돌린 담임 교사 이은규 씨 역시 이 광경을 직접 목격했다. 직감적으로 UFO임을 인지한 이씨는 아이들을 한 명씩 따로 불러 관측 내용을 확인했다. 아이들에게 종이를 나눠주고 목격한 것을 그리게 하자, 현장에 있던 학생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외형의 물체를 그려냈다. 빛을 내는 원형의 UFO였다.

 

이후 이씨는 아이들과 UFO가 착륙한 야산으로 향했다. 현장에는 거대한 물체가 눌러앉았던 것처럼 흙이 움푹 꺼져 있고 주변 풀이 누워 있는 흔적이 또렷했다. 그는 학생들의 그림과 함께 마을 주민 30여명의 추가 목격담을 수집해 해당 사건을 교육부에 공식 보고했다. 단일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이 동시대에 같은 비행체를 눈으로 보고 착륙 흔적까지 확인한 대표적인 ‘집단 목격’ 사례다.

 

2022년 당시 보령시장이었던 김동일 시장은 낙동초등학교 UFO 목격 사건을 배경으로 보령시를 미국의 로스웰처럼 지역 특화형 테마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 1976년 청와대 상공에 나타난 UFO…‘대공포’ 사격까지 했다

 

국가 안보의 최심장부인 청와대 상공에 미확인 비행체가 출현해 실제 무력 대응까지 했던 전대미문의 사건도 있었다. 1976년 10월14일 저녁, 서울 상공의 비행금지구역(P-73)에 정체불명의 비행체 편대가 출현했다.

 

아군 군용기나 민항기의 운항 계획이 없음을 확인한 수도경비사령부(현 수도방위사령부)는 즉시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청와대 인근 상공을 지키던 방공포병단은 미확인 비행체 편대를 향해 일제히 대공포 사격을 개시했다. 서울 밤하늘은 수천발의 발칸포탄과 예광탄 등으로 수놓였고, 시민들은 전쟁이 난 것으로 착각해 대피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도심으로 떨어진 대공포 낙탄으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31명이 부상을 입는 등 민간 피해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수천발의 포탄 세례에도 비행체는 단 한 대도 추락하지 않았다. 밝은 빛을 내는 반구형 비행체들은 군의 사격을 비웃듯 유유히 사라졌다.

 

이후 정부는 미국 노스웨스트 항공 소속 화물기가 통신 이상으로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던 ‘해프닝’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시민들이 목격한 비행체의 수가 여럿이었던 데다, 일반 민항기로는 불가능한 정지 비행(호버링)을 유지했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의혹은 오히려 더 커졌다. 항로를 이탈한 외국 민항기라 보기엔 비행 궤적과 특성이 지극히 이상했기에,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오랜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SBS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에 소개된 가평 UFO 사진. 1995년 9월4일  문화일보 김선규 기자가 촬영했다. SBS 공식 교양 채널 ‘DALI’ 유튜브 캡쳐

 

◆ 가평에서 찍힌 시속 1만4400㎞ 비행체

 

대한민국에 남은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증거는 1995년 9월4일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에서 촬영됐다. 당시 문화일보 김선규 기자는 가을 농촌 풍경을 담기 위해 참깨를 터는 노부부의 모습을 연속 촬영하고 있었다.

 

불과 0.2~0.3초 간격으로 찍힌 3장의 연속 사진 중 두 번째 컷 오른쪽 상단에 정체불명의 타원형 비행체가 선명하게 포착됐다. 필름 자체에 또렷이 찍힌 비행체의 존재를 확인한 문화일보는 이틀 뒤인 9월6일자 1면에 해당 사진을 보도했다.

 

보도 이후 사진의 진위를 둘러싸고 국내외 전문 기관의 정밀 검증이 이어졌다. 우선 필름 제조사인 코닥 본사에 필름 원본 분석을 의뢰한 결과, 합성이나 인위적인 이중 노출 등의 조작이 전혀 가해지지 않은 ‘진품 필름’임이 입증됐다.

 

한국UFO연구협회가 0.2초의 촬영 간격과 잔상 효과 등을 종합 계산한 결과, 해당 비행체는 고도 4~5㎞ 상공에서 초속 4㎞(시속 약 1만4400㎞)의 속도로 비행한 직경 약 100m 크기의 비행체로 추정됐다.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 역시 ‘직경 450m짜리 물체가 고도 3500m에서 초속 108㎞로 비행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원본 필름이 완전하게 보존돼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 전문 기관의 정밀 검증을 거쳐 조작 가능성이 배제됐다는 점에서 가평 UFO 사진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표적 UAP 시각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