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1kWh 더 썼을 뿐인데?”
스마트폰으로 전기 사용량을 확인하다 월 사용량이 450kWh에 가까워졌다면 에어컨을 한 번쯤 쳐다보게 된다.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은 450kWh를 경계로 부담이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택용 저압 기준으로 7~8월 한 달간 450kWh를 사용했을 때 예상 전기요금은 8만5740원이다. 여기서 딱 1kWh를 더 써 451kWh가 되면 9만2530원으로 뛴다.
사용량은 0.2% 늘었지만 요금은 6790원, 약 7.9% 증가한다. 복지·대가족 할인과 아파트 공용전기료 등은 제외한 금액이다. 주택용 고압요금이 적용되는 아파트는 실제 청구액이 달라질 수 있다.
◆1kWh 값이 6790원?…범인은 ‘기본요금’
전기 1kWh의 가격이 6790원인 것은 아니다. 여름철 주택용 저압 전기요금은 300kWh 이하 사용분에 kWh당 120원, 301~450kWh 사용분에는 214.6원이 적용된다. 450kWh를 넘어선 사용분에는 307.3원이 붙는다.
결정적인 차이는 기본요금에서 생긴다. 월 사용량이 450kWh 이하일 때는 1600원이지만 451kWh부터는 7300원이 된다. 누진 3단계에 들어서는 순간 기본요금만 5700원 뛰는 구조다.
여기에 새로 사용한 1kWh의 전력량요금 307.3원과 기후환경요금 9원, 연료비조정요금 5원이 더해진다. 부가가치세와 전력산업기반기금까지 반영하면 최종 청구액 차이가 6790원으로 벌어진다.
그렇다고 451kWh 전체에 307.3원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300kWh까지는 120원, 다음 150kWh에는 214.6원이 붙고 450kWh를 넘어선 1kWh에만 307.3원이 적용된다. 전체 사용량이 속한 구간에 따라 기본요금이 달라지는 것이 요금 급등의 핵심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4인 가구의 7~8월 평균 전력 사용량은 419kWh였다. 현재 요금 기준으로 7만7760원 수준이다. 평균적인 4인 가구도 냉방기 사용량이 조금만 늘면 450kWh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에어컨 사용량만 따로 계산하면 실제 요금과 달라
전기요금을 계산할 때 흔히 하는 착각은 에어컨 사용량만 떼어내 별도의 전기요금을 매기는 것이다. 에어컨 요금은 냉장고와 TV, 조명, 세탁기 등으로 이미 사용한 전력에 합산된다. 같은 100kWh를 사용하더라도 기존 사용량이 얼마인지에 따라 추가 부담이 달라지는 이유다.
100kWh를 하나의 가구 사용량으로 놓고 계산하면 예상 요금은 1만6120원이다. 그러나 이미 419kWh를 쓰던 가구에서 냉방 등으로 100kWh가 추가되면 총사용량은 519kWh가 된다.
이때 예상 청구액은 11만7150원이다. 기존 419kWh 요금 7만7760원과 비교하면 추가 부담은 3만9390원이다. 같은 100kWh라도 누진 3단계 구간에 얹히고 기본요금까지 오르면서 별도로 계산했을 때보다 부담이 커진다.
에어컨의 실제 전력 사용량은 제품과 설정 온도, 실내 면적, 단열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특히 인버터형은 설정 온도에 도달하면 실외기 출력을 낮추기 때문에 표시된 소비전력이 가동 시간 내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여름철에는 월 사용량이 1000kWh를 넘으면 초과분에 kWh당 736.2원의 ‘슈퍼유저’ 요율이 적용된다. 1000kWh 전체가 아니라 이를 넘어선 사용량에만 최고 요율이 붙는다.
◆잠깐 나가는데 에어컨 꺼야 할까…기준은 ‘90분’
인버터형 에어컨은 자주 껐다 켜는 것이 반드시 절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연구진이 대한설비공학회 하계학술발표대회에 발표한 실험에 따르면 30분간 에어컨을 껐다가 다시 가동했을 때 전력 소비량은 계속 켜뒀을 때보다 5% 많았다. 60분 외출 때도 2% 더 소비됐다.
외출 시간이 90분을 넘어서자 에어컨을 끈 뒤 다시 켜는 쪽의 전력 소비량이 더 적었다. 설정 온도에 도달한 인버터 에어컨은 낮은 출력으로 실내 온도를 유지하지만, 짧게 껐다 켜면 올라간 온도를 다시 낮추는 과정에서 많은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인버터형 에어컨이라면 대체로 90분 이내의 짧은 외출에는 켜두고, 그보다 오래 집을 비울 때는 끄는 편이 전력 소비를 줄이는 데 유리할 수 있다.
‘90분’은 특정 실험 환경에서 나온 기준이다. 집의 크기와 단열 상태, 창문 방향, 외부 온도, 에어컨 용량 등에 따라 손익분기점은 달라질 수 있으며 정속형 에어컨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여름철 냉방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설정하고 에어컨을 사용할 때 선풍기를 함께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 필터를 청소하지 않으면 소비전력이 평균 3~5% 증가할 수 있어 주기적인 관리도 필요하다.
올여름 전기요금을 가르는 것은 에어컨을 몇 시간 켰느냐만이 아니다. 냉장고부터 냉방기까지 한 달간 사용한 전체 전력량이 어느 누진구간에 들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1kWh 자체가 6790원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1kWh가 450kWh라는 경계선을 넘기는 순간이다. 단 1kWh를 더 썼을 뿐이지만 누진 3단계에 진입하면서 기본요금이 5700원 뛰고, 각종 부가요금까지 더해져 최종 전기료 차이는 6790원으로 벌어진다.
결국 여름철 전기요금의 관건은 에어컨을 몇 시간 켰느냐보다 한 달 전체 사용량이 어느 누진구간에 걸리느냐다. 450kWh 문턱 앞에서는 ‘딱 1kWh’가 생각보다 비싼 1kWh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