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안 나서 계속 썼는데”…수세미 1㎤에 ‘최대 540억’ 세균 득실

사용한 스펀지 오염 심한 부위서 1㎤당 최대 540억 세균 세포
대장균·살모넬라균 수일 내 증식…사흘간 말린 뒤에도 살아남아
생고기 닿은 곳 닦았다면 바로 폐기…세척 솔·극세사 천도 대안

“냄새 안 나서 계속 썼는데?”

 

주방에서 사용하는 수세미와 스펀지는 물기와 음식물 찌꺼기가 남기 쉬워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 냄새나 변색이 없더라도 오염 여부를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unsplash

저녁 식사를 마치고 기름 묻은 그릇을 닦는다. 설거지가 끝난 뒤 흐르는 물에 스펀지를 헹구고 힘껏 짜 놓는다. 냄새도 없고 겉보기에도 깨끗하다.

 

그렇다고 안심해도 될까. 매일 쓰는 주방 스펀지가 대장균과 살모넬라균 같은 식중독균이 살아남고 퍼지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세균이 늘어나도 냄새나 색깔만으로는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1㎤에 최대 540억개…평균 아닌 ‘오염 부위 최고치’

 

스펀지는 물과 세제를 잘 흡수하고 음식물 찌꺼기를 닦아내기 쉽다. 설거지 도구로는 장점이지만 세균 입장에서는 수분과 영양분이 계속 공급되는 환경이 된다.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연구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독일 연구진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던 주방 스펀지 14개의 위·아래 부분에서 총 28개 시료를 채취해 미생물 구성을 분석했다. 형광 염색과 공초점 레이저 현미경으로 내부를 들여다본 결과 세균은 스펀지 표면뿐 아니라 안쪽 구멍 벽에도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오염이 심한 일부 지점에서는 세균 밀도가 스펀지 조직 1㎤당 최대 540억개에 달했다. 물론 이는 모든 주방 스펀지의 평균치가 아니다.

 

특정 스펀지의 오염이 심한 국소 부위에서 측정된 최고 밀도다. 스펀지 속 전체 세균 세포를 현미경으로 추산한 수치인 만큼 ‘식중독균 540억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핵심은 숫자 자체보다 스펀지의 구조다. 물과 음식물 찌꺼기를 머금는 촘촘한 구멍이 세균이 달라붙어 머무를 공간을 제공한다.

 

◆대장균·살모넬라균 넣어봤더니…수일 만에 증식

 

최근에는 실제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균을 스펀지에 넣고 증식과 이동을 살펴본 실험도 나왔다.

 

독일 연방위해평가원(BfR)은 지난 6월 29일 대장균과 살모넬라균, 황색포도상구균을 대상으로 14일 동안 진행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는 국제학술지 《식품보호저널(Journal of Food Protection)》에 실렸다.

 

연구진이 시판 주방 스펀지에 균을 넣어 관찰한 결과 대장균과 살모넬라균은 처음 투입된 양이 적어도 수일 안에 크게 늘었다. 황색포도상구균을 포함한 시험균은 14일의 관찰 기간에도 검출됐다.

 

스펀지를 말린다고 곧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사흘 동안 건조한 뒤에도 병원균이 살아남았다. 오염된 스펀지를 다른 표면에 가볍게 누르자 세균이 옮겨갔다. 스펀지 하나가 싱크대와 조리대, 식기로 오염을 넓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균 수가 높은 상태에서도 스펀지에서는 눈에 띄는 악취나 변색, 기름기가 나타나지 않았다. 냄새나 색깔만 보고 교체시기를 정하는 방식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실험실에서 스펀지에 병원균을 넣어 증식과 이동을 관찰한 연구다. 스펀지를 사용한 가정에서 식중독이 얼마나 더 발생하는지를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병원균이 스펀지에서 늘고 다른 표면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사실은 교차 오염을 막아야 할 이유가 된다.

 

안드레아스 헨젤 BfR 원장은 식품 매개 감염이 가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고령자와 어린이, 기저질환자 등에게는 특히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고기 닿은 곳 닦았다면 폐기…‘몇 주마다’ 정답은 없어

 

그렇다면 스펀지는 얼마나 자주 바꿔야 할까. BfR은 ‘일주일’이나 ‘2주’처럼 모든 가정에 똑같이 적용되는 교체 주기를 제시하지 않았다. 사용 빈도와 용도가 가정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대신 스펀지를 정기적으로 교체하고, 생고기나 생닭이 닿았던 조리대와 주변을 닦았다면 사용한 스펀지는 버리라고 권고했다.

 

생고기에서 흘러나온 육즙은 재사용하는 스펀지보다 일회용 주방타월로 닦아 곧바로 버리는 게 안전하다. 식기를 닦는 도구와 싱크대·조리대를 청소하는 도구를 따로 쓰는 것도 교차 오염을 줄이는 방법이다.

 

당장 교체하기 어렵다면 세균 수를 줄이는 방법은 있다. BfR은 70도를 넘는 물에 스펀지를 최소 2분 동안 처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세균 수를 줄이는 조치이지 스펀지를 완전히 무균 상태로 만들거나 오래 계속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뜨거운 물을 다룰 때는 화상에도 주의해야 한다. 어린이나 고령자,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있는 가정이라면 스펀지를 더 자주 교체하는 것이 권장된다.

 

◆스펀지 대신 솔·극세사 천…빨리 마르는 도구가 유리

 

아예 설거지 도구를 바꾸는 방법도 있다. BfR은 기존 연구를 근거로 세척 솔이나 극세사 천을 스펀지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들 도구는 스펀지보다 세균 수가 적고 사용한 뒤 상대적으로 빨리 마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소비자가 사용한 도구를 분석한 2022년 연구에서도 세척 솔은 스펀지보다 세균 수가 적었고, 살모넬라균도 건조한 솔에서 더 빠르게 줄었다.

 

플라스틱 세척 솔은 식기세척기에서, 극세사 천은 세탁기에서 관리할 수 있다. 세균을 효과적으로 줄이려면 60도 이상의 세척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주방 수세미는 겉보기에 깨끗하고 냄새가 나지 않아도 내부에 많은 세균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오염된 수세미로 생고기나 생닭이 닿은 조리대를 닦으면 세균이 식기와 주변 표면으로 옮겨가는 교차 오염 위험도 커진다. ChatGPT 생성 이미지

스펀지를 계속 쓴다면 사용한 뒤 음식물 찌꺼기를 충분히 제거하고 물기를 짠 다음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서 말려야 한다. 결국 스펀지는 냄새가 나기 시작할 때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 멀쩡해 보인다고 깨끗한 것도 아니다.

 

매일 입에 닿는 그릇을 닦는 도구인 만큼 ‘냄새가 나면 버린다’는 기준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디에 사용했는지, 사용 뒤 충분히 말렸는지, 얼마나 오래 썼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겉보기엔 멀쩡한 수세미도 주방 위생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