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의자만 잘 만들면 끝?”…세라젬·바디프랜드·코웨이 ‘연구소 전쟁’

헬스케어 가전업계의 경쟁 무대가 매장에서 연구실로 옮겨가고 있다. 안마의자나 정수기처럼 하드웨어의 성능과 디자인을 앞세우던 데서 벗어나 임상시험과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국제표준까지 연구개발(R&D)의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세라젬 제공

특히 건강과 직접 연관된 제품일수록 “어떤 기능이 있느냐”뿐 아니라 “효과를 얼마나 과학적으로 입증했느냐”가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하면서 기업들도 자체 연구조직과 외부 연구기관과의 협업에 힘을 싣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곳이 세라젬이다. 1999년 자동 척추 온열기를 개발한 세라젬은 2000년 기술연구소를 세운 이후 연구 조직을 기술과 임상, 디자인 등으로 세분화해왔다. 현재 기술·임상·디자인 등 5개 연구조직을 중심으로 제품 개발부터 효능 검증까지 자체 R&D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임상·의과학 연구를 담당하는 클리니컬은 2018년 척추과학연구소로 출범했다. 온열 마사지에 따른 근육통 완화와 혈액순환, 견인 효과 등을 연구하고 제품 인허가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는다.

 

연구 결과를 실제 논문으로 연결하는 작업도 늘고 있다. 세라젬과 미국 뉴욕대·뉴욕시립대 연구진 등이 진행한 자동 온열·기계 치료의 만성 비특이성 요통 관련 무작위대조시험은 올해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뉴로에르고노믹스’에 게재됐다. 해당 논문은 2026년 1월 공개됐다.

 

2021년에는 KAIST와 미래헬스케어센터를 설립해 차세대 홈 헬스케어 기술 연구에도 들어갔다. 최근 양측의 공동 연구 성과는 의료·생명과학 컴퓨팅 분야 국제학술지 ‘컴퓨터스 인 바이올로지 앤 메디슨’에도 실렸다.

 

국제표준 영역까지 발을 넓혔다.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는 올해 3월 가정 내 헬스케어 시스템에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하기 위한 지침인 ‘ISO/IEC TR 30123:2026’을 공식 발간했다. 세라젬은 해당 기술보고서 개발에 참여하며 홈 헬스케어 기기 연동 분야까지 연구 범위를 확대했다.

 

경쟁사들도 연구개발 조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일찌감치 메디컬 R&D센터를 만들고 기술연구소·디자인연구소와 융합 연구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메디컬 R&D센터에는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이비인후과, 치과 등 의료진과 뇌공학자, 물리치료사 등 전문인력이 연구에 참여한다. 단순히 마사지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의학과 로보틱스, AI를 결합한 헬스케어 기기로 영역을 넓히기 위한 것이다.

 

2022년에는 양쪽 다리부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헬스케어 로봇을 내놓으며 기존 안마의자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안마의자를 휴식용 가구가 아닌 일상 속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세라젬이 척추 관리 의료기기와 임상연구를 중심으로 연구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면 바디프랜드는 의료진과 로봇 기술의 결합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차이가 있다.

 

정수기 업계에서는 코웨이가 장기간 축적한 수질 연구 데이터를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코웨이 R&D센터는 올해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실시한 먹는물 분야 숙련도 평가에서 중금속과 이온물질, 미생물 등 11종 전 항목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먹는물 수질검사기관 자격을 19년 연속 유지했다.

 

환경기술연구소는 2002년부터 한국인정기구(KOLAS) 공인시험기관 자격도 유지해왔다. 정수기 경쟁이 필터 종류나 출수 방식뿐 아니라 물을 얼마나 정밀하게 분석하고 검증할 수 있느냐의 싸움으로 확장된 셈이다.

 

가전 대기업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삼성 헬스를 개편하면서 수면·활동·영양·마음 건강·생체 징후를 5대 건강관리 영역으로 제시했다. 갤럭시 워치를 활용한 생체 징후와 심장 건강 점수, 유산소 부하, 체력지수 등 건강 데이터 분석 기능도 확대했다.

 

CES 2026에서는 모바일과 웨어러블뿐 아니라 TV·가전까지 연결해 수면과 영양, 신체활동 데이터를 활용하는 ‘케어 컴패니언’ 구상을 공개했다.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의료 플랫폼과 연계하는 방향도 제시했다.

 

결국 헬스케어 가전의 경쟁 공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마사지 강도나 디자인, 정수 성능처럼 소비자가 즉시 체감할 수 있는 기능이 제품 경쟁의 중심이었다. 이제는 여기에 임상시험과 논문, AI·데이터 분석, 국제표준과 공인시험 능력이 붙고 있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진 셈이다. 세라젬이 기술·임상·디자인 연구조직을 따로 두고 미국과 KAIST까지 연구 거점을 넓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헬스케어 시장이 커질수록 소비자의 질문도 결국 하나로 모인다. “그래서 정말 효과가 있는가.” 앞으로의 승부는 이 질문에 얼마나 객관적인 연구 결과로 답할 수 있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