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북칩에 고구마탕후루를?”…‘국민과자’ 비트는 편의점, 이유 있었다

편의점 진열대에 고구마와 탕후루를 한꺼번에 품은 꼬북칩이 등장한다. 기존 과자에 새로운 맛을 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구마를 좋아하는 인기 캐릭터 ‘춘식이’까지 앞세웠다. 익숙한 제품을 낯설게 바꿔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편의점 협업 공식이다.

 

GS리테일 제공

8일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오리온과 손잡고 ‘춘식이 꼬북칩 고구마탕후루맛’을 6일 단독 출시했다. 가격은 1700원이다. 슈퍼마켓 GS더프레시에서는 10일부터 판매한다.

 

신제품은 고구마의 달콤한 맛에 탕후루를 깨물 때 느껴지는 바삭한 식감을 더했다. 최근 고구마와 감자, 옥수수 등 구황작물을 활용한 간식이 인기를 끌고, 맛만큼 씹는 느낌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흐름을 반영했다.

 

포장 전면에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춘식이를 넣었다. 고구마를 좋아한다는 춘식이의 설정을 제품 콘셉트와 연결해 젊은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까지 겨냥했다.

 

편의점이 식품사의 유명 브랜드를 끌어들이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기존 상품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맛을 더하는 ‘플레이버 익스텐션’이다. 지난달 30일 GS25가 롯데웰푸드와 선보인 ‘꼬깔콘 마성옥수수맛’이 대표적이다.

 

구운 옥수수의 고소한 맛에 칠리와 체다치즈 풍미를 더해 여름철 야장에서 먹는 옥수수 맛을 구현했다. GS25에 따르면 이 제품은 출시 직후 자체 스낵 매출 1위에 올랐다.

 

이번 꼬북칩 역시 같은 전략을 따른다. 꼬북칩 특유의 네 겹 구조와 바삭함은 유지하되 기존 제품에서 보기 어려웠던 고구마탕후루맛을 입혔다. 소비자는 익숙한 브랜드여서 쉽게 손을 뻗고, 새로운 맛이 궁금해 한 번 더 제품을 살펴보게 된다.

 

두 번째는 과자나 음료 브랜드를 전혀 다른 제품군으로 옮기는 ‘스핀오프’ 전략이다.

 

오리온의 초코 비스킷 ‘미쯔블랙’을 토핑으로 넣은 ‘미쯔블랙 요거트’가 흥행 사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미쯔를 요거트에 섞어 먹는 방식이 유행하자 GS25가 오리온에 협업을 제안해 상품으로 만들었다.

 

2025년 12월 출시된 이 제품은 당시 GS25가 판매하던 요거트 30여종 가운데 매출 1위에 올랐다. 자체 브랜드(PB) 요거트가 기존 제조사 제품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첫 사례였다. 입고 물량 가운데 실제 판매된 비율도 90.1%를 기록했다. GS25 발표 자료

 

농심의 장수 과자 ‘바나나킥’도 편의점에서 빵과 떡으로 변신했다.

 

GS25는 2024년 농심과 손잡고 바나나킥 쏙 롱쿠키슈, 초코바나나킥 쏙 찹쌀떡, 바나나킥 마카롱파이, 바나나킥 생크림도넛, 초코바나나킥 생크림빵 등 디저트 5종을 출시했다.

 

1978년 출시된 바나나킥이 편의점과 협업한 첫 사례였다. 과자의 부드럽고 달콤한 맛은 유지하면서 모양과 식감, 상품군을 바꿔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였다. 바나나킥 협업 상품 자료

 

서울우유와 만든 디저트 시리즈도 성과를 냈다. 우유크림모찌롤과 크림빵, 크림도넛, 크림카스테라 등 초기 출시 제품 5종은 GS25 냉장 디저트빵 약 200종 가운데 매출 1~5위를 휩쓸었다.

 

출시 넉 달 만에 누적 판매량 400만개를 넘어섰고, 냉장 디저트빵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를 웃돌았다. 우유 브랜드로 쌓은 친숙함을 빵과 롤케이크로 옮긴 전략이 통했다.

 

유명 브랜드를 앞세운 상품 개발은 다른 편의점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CU가 연세유업과 함께 만든 ‘연세우유 크림빵’ 시리즈는 2022년 1월 첫 출시 이후 약 4년 3개월 만인 올해 4월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돌파했다.

 

연세우유라는 친숙한 이름에 빵을 가득 채운 크림과 단면을 보여주는 SNS 콘텐츠가 맞물리면서 편의점 디저트 시장을 키운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CU의 디저트 매출은 연세우유 크림빵이 출시된 2022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BGF리테일 발표 자료

 

이마트24는 롯데웰푸드의 장수 브랜드를 한꺼번에 재해석했다. 2024년 빵빠레와 ABC초콜릿, 쌀로별, 핵짱셔요 등을 활용한 협업 상품 9종을 선보였다.

 

아이스크림 빵빠레는 옥수수 스낵으로, ABC초콜릿은 핫초코로 바뀌었다. 신맛 젤리 핵짱셔요는 탄산음료가 됐고, 쌀과자는 전통주 ‘쌀로별주’로 변신했다.

 

이마트24는 이를 위해 약 8개월 동안 30개가 넘는 상품 아이디어를 롯데웰푸드에 제안한 뒤 최종 9종을 골랐다. 이후에도 빵빠레 초코우유맛을 스낵으로 만들고, 롯데샌드에 설레임의 밀크셰이크맛을 입히는 등 협업을 이어갔다. 이마트24·롯데웰푸드 협업 사례

 

편의점이 유명 식품 브랜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처음 보는 자체 브랜드보다 이미 맛과 이미지를 알고 있는 상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새로운 맛이나 제품군을 시도하더라도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를 활용할 수 있어 신제품 실패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한정 판매나 단독 출시를 내세우면 다른 편의점과의 상품 차별화도 가능하다.

 

식품사에도 이득이다. 전국 편의점의 판매 데이터와 소비자 반응을 통해 새로운 맛과 상품군의 가능성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장수 브랜드를 젊은 소비자에게 다시 알리고 과자에서 빵, 음료, 요거트 등으로 소비 접점을 넓히는 효과도 있다.

 

다만 유명 브랜드 이름만 붙인다고 흥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원래 제품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소비자가 직접 먹어보고 싶을 만큼 분명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꼬북칩의 네 겹 식감에 고구마와 탕후루를 얹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편의점의 협업 경쟁은 이제 낯선 브랜드를 발굴하는 것을 넘어, 누구나 아는 제품을 얼마나 새롭게 바꿔 놓느냐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