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관객이 마주한 질문…“누가 잘못했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다큐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4만 관객 돌파
후지노 감독 “누나를 가둔 건 부모만이었을까”

독립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 흥행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일본 다큐멘터리 ‘어떻게 해야 했을까?’(7월 29일 개봉)가 개봉 10일 만인 7일 누적 관객 4만1200명을 기록했다. 독립영화가 1만 관객을 넘기기 쉽지 않은 국내 극장가에서 이 작품에 쏟아지는 관심은 가족·정신질환·돌봄을 둘러싼 질문이 지금 한국 관객들에게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 엣나인필름 제공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이 조현병을 앓았던 친누나와 누나를 돌본 부모의 25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누나는 1983년 처음 조현병 증상을 보인 뒤 현관문에 커다란 자물쇠가 채워진 집 안에 갇혀 생활했고, 2008년이 되어서야 병원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2021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가 개봉한 뒤 일본과 한국 관객 사이에서는 한 가지 질문이 반복됐다. “왜 부모가 발병 초기에 강제입원을 시키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딸을 집에 머물게 한 부모의 선택을 비판하는 반응이었다.

 

과거의 선택을 현재의 기준으로 평가하기는 쉽다. 하지만 당시 가족의 선택지는 지금보다 훨씬 제한적이었다. 1983년은 정신의학 수준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지금과 달랐던 시기다. 강제입원은 치료와 보호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동시에 인권 침해와 증상 악화를 초래할 위험도 컸다.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과 누나의 어린 시절 모습.  엣나인필름 제공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의 부모와 누나가 살던 자택 현관에 설치돼 있던 자물쇠. 엣나인필름 제공

후지노 감독이 영화를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가 잘못했는가 가려내기보다 정답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이 어떤 두려움과 책임을 안고 살아왔는지 기록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동작구 엣나인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후지노 감독은 “일본에서 개봉한 후 ‘부모님이 심했다’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의 결론을 부모님에게서만 찾는 것이 맞는지 고민했다”며 “현실에서는 아직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후지노 감독은 한 80대 정신과 의사 관객의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영화를 본 뒤 ‘부모님의 판단이 맞았다.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1980년대 일본에서는 조현병 치료 방법이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고, 정신병원 내 인권침해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부모 입장에서는 딸을 병원에 보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후지노 감독은 “부모님은 직접 누나를 고쳐보려고 했던 것 같다”며 “언젠가는 상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병원보다 집에서 생활한 환자의 예후가 더 좋았다는 연구도 있었다”며 “가족들이 누나를 인간적으로 대우했다는 점에서 집이 병원보다 나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현병 발병 이후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의 누나와 부모.  엣나인필름 제공
 

가족의 내밀한 이야기를 공개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후지노 감독은 “개봉이 결정된 뒤 매일 밤 자다가 깰 정도로 긴장했다”며 “혀를 깨물어 입안에 상처가 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영화를 공개한 이유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는 “누나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크지만, 이미 누나는 세상을 떠났다”며 “앞으로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 작품은 2024년 12월 일본 개봉 당시 4개 상영관에서 시작해 전국 100여 개 관으로 확대되며 장기 흥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