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이 당뇨병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에게 또 다른 건강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더위로 땀을 많이 흘리면서 탈수가 발생하면 혈당과 혈압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고, 온열질환이나 낙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폭염으로 체내 수분이 부족해질 경우 혈당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심한 탈수와 고혈당이 겹치면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은 당뇨병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고혈당고삼투질상태 등의 주요 증상으로 탈수와 저혈압, 의식 변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당뇨병을 오래 앓은 환자는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질 수 있어 폭염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 고령의 당뇨병 환자라면 한낮 야외활동을 줄이고 시원한 실내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혈압 환자에게는 탈수로 인한 혈압 저하와 어지럼증이 주요 위험 요인이다.
우리 몸은 더운 환경에서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부의 혈관을 확장한다. 여기에 땀을 많이 흘려 체내 수분까지 부족해지면 혈압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질병청 역시 탈수의 증상으로 어지럼증과 기립성 저혈압, 심한 경우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혈압을 낮추는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더위와 탈수가 겹칠 경우 혈압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설 때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하면 넘어지면서 골절 등 2차 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수분 섭취와 함께 염분 섭취에도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라고 해서 땀을 많이 흘렸다는 이유로 짠 음식을 과도하게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혈압 관리에서는 평소에도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질병청은 고혈압 환자의 생활습관 관리법으로 소금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단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장시간 야외활동이나 고강도 운동으로 땀을 과도하게 흘린 경우에는 수분뿐 아니라 전해질 손실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인의 건강 상태와 활동량에 따라 물이나 전해질 음료 등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복용 중인 약물도 살펴야 한다. 일부 고혈압 치료제에는 소변량을 늘려 혈압을 조절하는 이뇨제가 포함돼 있어 수분 손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질병관리청 역시 이뇨제 복용을 탈수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 가운데서도 SGLT2 억제제는 소변으로 포도당 배출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혈당을 낮추기 때문에 복용 중인 환자는 폭염과 탈수 상황에서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약물은 임의로 중단하거나 용량을 조절해서는 안 되며, 폭염 속에서 어지럼증이나 심한 갈증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폭염 속 운동도 평소와 같은 강도로 이어갈 필요는 없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은 혈당과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되지만, 기온이 높은 시간대에 무리하게 운동하면 땀과 수분 손실이 늘어 탈수와 온열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기온이 낮은 시간대에 활동하고, 더운 날에는 운동 강도와 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다.
만성질환자가 폭염을 건강하게 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탈수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분한 수분을 규칙적으로 섭취하고 한낮 야외활동을 피하며, 실내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갈증이 심하거나 소변량이 크게 줄어드는 경우, 어지럼증·심한 두통·무기력·의식 변화 등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더위로 여기지 말고 신속하게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질병청도 심한 탈수로 생체징후가 불안정하거나 물을 마시기 어려운 경우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김태균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폭염 시기에는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으로 탈수를 예방하고,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결코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