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만 보러 오지 마세요”…극장가, 독서·강연·휴식까지 ‘체험’ 경쟁

CGV ‘극캉스’·북클럽, 롯데시네마 ‘롯캉스’ 등 이벤트 잇따라
메가박스는 신화·미술 강연도…“극장만의 경험으로 관객 잡는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에 영화관이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곳을 넘어 더위를 피하며 시간을 보내는 '도심 피서지'로 변신하고 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에 영화관이 영화를 보는 공간을 넘어 독서와 강연, 휴식을 함께 즐기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극장가가 영화 한 편을 상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객이 극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새로운 ‘극장 경험’ 만들기에 나섰다. 

 

영화 관람 자체의 매력을 넘어 극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체험을 앞세워 관객의 발길을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CGV는 오는 14~15일 용산아이파크몰과 압구정, 센텀시티의 템퍼시네마에서 심야 특별 상영 프로그램 ‘올무비나잇 위드 템퍼’를 진행한다.

 

이 행사는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50분까지 ‘오디세이’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를 연이어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관객들은 매트리스와 모션베드가 설치된 템퍼시네마에서 편안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여행용 목 베개와 수면 안대도 제공된다.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극장에서 영화를 즐기며 휴가를 보내는 이른바 ‘극캉스’(극장+바캉스)를 겨냥한 행사다.

 

CGV는 여름철 극장을 무더위와 열대야를 피하면서 색다른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수요를 겨냥해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CGV 밤샘 상영 '올무비나잇' 포스터. CJ CGV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 별개로 다른 문화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CGV는 오는 10일 씨네드쉐프 용산 스트레스리스 시네마에서 ‘CGV 북클럽’을 연다. 영화 ‘오디세이’의 원작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극장에서 읽으며 음료를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리클라이너 좌석에 앉아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좌석마다 마련된 도서는 현장에서 열람한 뒤 한 권을 가져갈 수도 있다.

 

영화관을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영화 관람을 목적으로 극장을 찾지 않더라도 극장에 방문할 이유를 만들어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롯데시네마 역시 영화관을 여름철 휴가지처럼 즐길 수 있도록 ‘롯캉스’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행사 기간 영화를 관람한 고객 가운데 추첨을 통해 영화 관람권을 비롯해 샤롯데 공연 관람권, 롯데호텔 숙박권, 롯데호텔 뷔페 식사권 등을 제공한다. 영화 관람을 다른 여가 활동과 연결해 극장에서의 경험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메가박스의 '시네 도슨트' 행사 안내문. 메가박스 홈페이지 캡처

메가박스는 영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 ‘오디세이’의 배경이 되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서양 미술 작품과 함께 살펴보는 ‘시네 도슨트’ 프로그램이다.

 

강연에서는 신화 속 주요 인물과 사건을 서양 미술 명작을 통해 살펴보고, 영화의 원전인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와 ‘일리아드’를 바탕으로 트로이 전쟁의 배경과 주요 인물들의 관계도 설명한다.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작품을 둘러싼 역사와 신화, 미술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메가박스 측은 ‘오디세이’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그리스·로마 신화와 서양 미술사의 명작을 함께 살펴보며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극장가의 콘텐츠 경쟁은 스크린 안에서만 벌어지지 않고 있다.

 

영화를 중심에 두면서도 독서와 강연, 휴식, 공연, 여행 등 다른 여가 요소를 결합해 극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하나의 경험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확산으로 영화관을 찾아야 할 이유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극장들이 ‘영화 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의 체류 시간과 만족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극장가의 경쟁이 ‘무엇을 상영하느냐’를 넘어 ‘극장에서 무엇을 경험하게 할 것이냐’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