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우울해도’ 기댈 곳 없는 노년층…10명 중 4명 ‘사회적 고립’

60세 이상 사회적 고립도 39.4%로 전 연령대 중 최고
남성 고립도 여성보다 높아
정부, 노인일자리 활용한 관계망 회복 방안 추진

우리나라 고령층 10명 중 4명가량은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속마음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는 등 사회적 고립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몸이 아플 때 도움을 받을 곳은 줄어드는 반면, 우울할 때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는 경우는 오히려 늘고 있어 관계 단절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9일 김은하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연구센터장이 최근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주최한 ‘2026년 제5차 정책연구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우리나라의 사회적 고립도는 33%로 집계됐다. 이는 몸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낙심·우울할 때 이야기를 나눌 상대 가운데 하나라도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연령별 격차는 뚜렷했다. 19~29세의 사회적 고립도는 24.4%, 30대 26.5%, 40대 29.5%, 50대 37.2%였으며 60세 이상은 39.4%로 가장 높았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사회적 관계망이 약해지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성별로는 남성의 사회적 고립도가 35.7%로 여성 30.5%보다 5.2%포인트 높았다.

 

일상생활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망은 다소 개선됐다. 몸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상대가 없는 비율은 2021년 27.2%에서 2023년 26.0%, 2025년 24.9%로 꾸준히 낮아졌다. 60세 이상에서도 같은 기간 31.1%에서 29.7%, 28.0%로 감소했다.

 

반면 정서적인 고립은 악화되는 모습이다. 낙심하거나 우울해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상대가 없는 비율은 2021년 20.4%에서 2023년 20.2%로 소폭 낮아졌다가 2025년 21.3%로 다시 상승했다. 60세 이상 역시 2023년 26.9%에서 2025년 27.7%로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고립 문제는 국제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서 위기 상황에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고 응답한 15세 이상 인구 비율은 한국이 20.6%로 OECD 평균 9.51%를 크게 웃돌았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그리스(18.6%)와 튀르키예(16.0%)가 뒤를 이었다. 일본은 13.6%로 6위였으며 아이슬란드는 1.7%로 가장 낮았다.

 

사회적 고립의 심화는 고독사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출 자료에 따르면 고독사 사망자는 2020년 3279명에서 2024년 3924명으로 4년 만에 645명 증가했다. 특히 2024년 고독사 사망자 가운데 60대 남성이 1089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도 고독사 예방의 범위를 단순한 사망 예방에서 사회적 고립 방지로 넓히고 있다. 기존 39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던 고독사 예방·관리 시범사업을 전국 229개 시군구로 확대했으며, 2026년 관련 예산으로 138억원을 확보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청년에게는 마음·일상 회복, 중장년에게는 관계 개선과 건강관리·경제적 자립, 노인에게는 돌봄 연계와 사회참여·안전 확인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김 센터장은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통합돌봄과 연계한 노인일자리 사업의 활용을 제안했다. 취약계층의 이불을 세탁하면서 안부를 확인하는 ‘공공이불빨래방’이나 전등·스위치 등을 교체하면서 생활안전을 살피는 ‘고쳐드림’ 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방식은 관계 형성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고립 가구에도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순히 안부를 묻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세탁이나 집수리 등 실질적인 필요를 매개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관계형성 거부감이 있는 경우 실질적인 필요를 통해 연결 매개체가 되며 낙인감 해소로 접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무원이 모든 가구를 직접 찾아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인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가 방문과 안부 확인, 관계 형성, 서비스 제공 등을 맡으면 일상에서 지속적인 접점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낮은 소득과 활동의 불안정성, 참여 기간 제한 등으로 사업의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김 센터장은 “현장 공무원 인력난으로 사람이 반드시 채워야 하는 영역에 자리매김할 수 있다”며 “사회적 고립 예방은 민관이 협력해야 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