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없이 버티기 힘든 폭염에…전력수요 또 역대 5위 경신

95.3GW 기록하며 하루 만에 최고치 경신
공급예비율 9%로 관리 기준 밑돌아
8월 셋째주 최대 수요 전망 앞두고 '비상'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전력수요가 연일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지난 7일 최대 전력수요가 95.3GW(기가와트)까지 올라 역대 5위 기록을 하루 만에 다시 경신했다. 공급예비율도 9%까지 떨어지면서 전력수급에 대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인천 시내 한 상가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들이 열기를 뿜어내며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뉴시스

9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7시 기준 최대 전력수요는 95.3GW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전력수요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앞서 지난 6일에는 최대 전력수요가 95.0GW까지 올라 역대 5위를 기록했는데, 하루 만에 0.3GW 더 증가하며 기록을 갈아치웠다.

 

당시 공급능력은 103.5GW, 공급예비력은 8.2GW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공급예비율은 9%까지 하락했다. 전력 당국이 통상 공급예비율을 10% 이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력수급 여건이 빠듯해진 셈이다.

 

특히 전력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전력 당국은 올해 최대 전력수요가 8월 셋째주 평일 오후 4~5시 또는 5~6시께 94.1GW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폭염과 흐린 날씨가 동시에 나타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최대 98.8GW까지 전력수요가 치솟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실제 전력수요가 98.8GW까지 상승할 경우 기존 역대 최대치인 97.1GW(2024년 8월 20일)를 넘어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된다.

 

전력수요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연일 이어지는 폭염이 꼽힌다. 낮 기온이 크게 오르고 열대야까지 이어지면서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한 영향이다.

 

문제는 폭염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한반도 주변에 자리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태풍의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무더위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여름 휴가철이 끝나는 8월 둘째주부터 산업체 조업률이 회복되면 전력수요가 추가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정의 냉방수요에 산업용 전력수요까지 더해질 경우 전력수급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전력 당국은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증가하더라도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올해 전력 공급능력은 지난해보다 2GW 늘어난 107GW를 확보했다. 전력수요가 최악의 시나리오인 98.8GW까지 상승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공급예비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비력이 부족해질 경우에는 단계별 예비자원을 최대 8.8GW까지 추가 투입할 방침이다. 우선 신뢰성 수요반응자원과 전압 하향조정 등을 시행하고, 수급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경우 긴급절전과 석탄발전 제약 완화 등 추가 대책도 검토한다.

 

전력수요 피크를 앞두고 정부도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 7일 전력 유관기관들과 '여름철 전력수급 점검회의'를 열고 폭염에 따른 전력수급 상황과 대응 체계를 살폈다.

 

김 장관은 회의에서 “이번 폭염에는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하기보다 기상과 전력수요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예측 범위를 벗어나는 상황에도 즉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