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돈으로 살 수 없는 스포츠의 가치

TV 뉴스 자막이 눈에 띄었다. “유럽의 반대로 국제축구연맹(FIFA)의 지분 매각 무산”이라는 제목이다. 반가웠다.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월드컵 운영과 수익 사업을 담당할 자회사를 신설하고, 지분 20%를 트럼프의 사돈 집안을 포함하는 민간 투자자에 매각한다는 계획과 유럽 회원국들이 거세게 반발한다는 외신을 접한 참이었다.

FIFA 회장은 세계 211개 회원국에 계획안을 승인하면 지원금 4000만달러(약 580억원), 승인하지 않으면 270만달러(약 39억원)라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펼쳤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5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철회할 때까지 월드컵을 포함해 FIFA가 주관하는 어떠한 대회도 참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북중미축구연맹(CONCACAF)도 41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반대를 공식화했다. “축구를 펀드에 팔면서 돈으로 협박한다”(국제축구선수협회), “세계 축구 수호자로서 의무를 저버린 것”(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이라는 비판에 이어 영국의 ‘앤디 버넘’ 총리는 “월드컵은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다”라고 가세했다.



스포츠에 상업화의 파고가 높고 드세다. 지난 5월 2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공정한 스포츠 경기를 위해 절대 금지하는 ‘약물 복용’을 허용하는 ‘인핸스드’(Enhanced) 대회가 열렸다. ‘스테로이드 올림픽’이라는 별명이 붙은 경기는 수영·육상·역도 세 종목에 걸쳐 진행되었다. 주최 측은 약물을 과학적으로 이용하여 인간의 한계를 돌파하고 인간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하는 새로운 글로벌 스포츠 대회로 ‘인류의 진보’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돈’에 정신 나간 이 대회가 성사된 이유일 것이다. ‘탁월함에 대한 보상’이라는 명목으로 제시된 포상금은 출전 수당과 세계 기록을 경신하면 100만달러, 총규모는 2500만달러(약 375억원)에 이른다. 후속 보도에 따르면 50m 수영 자유형에서 신기록을 세우고 100만달러를 받은 선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선수들의 기록보다 떨어졌다. 약물을 쓰지 않은 100m 우승자는 “훈련을 더 하거나 약을 더 먹으라”며 약물 복용자들을 비꼬았다. 1970년 중반에서 80년 중반에 걸쳐 세계 육상 중거리 부문을 석권했던 ‘서배스천 코’ 세계육상경기연맹 회장은 “대회 참가자는 멍청이”라고 비난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도 “비도덕적이고 위험하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어떤 돈이든, 어떤 기록이든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은 못난 인간들의 욕망 때문에 ‘약물 사용 게임’의 흐름은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스포츠는 인간의 투지, 땀, 도전 정신이 꾸며내는 장엄한 스펙터클 파노라마이다. 스포츠의 영원성은 돈이 아니고 공정한 경쟁과 끝없는 승부이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