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이 추진” 李 질책에…ISA·주가누르기 방지법 재검토

정부가 내놓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과 ‘주가누르기 방지’ 방안이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청년층과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전면 재검토 수순을 밟게 됐다.

 

9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달 7일 참모들과 연 상황 점검 회의에서 ISA 개편안과 주가누르기 방지 방안의 전면 재검토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ISA 개편안을 두고 “정확하게 준비도 하지 않고 왜 그렇게 한 것이냐”고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시장의 가장 큰 불만은 기존 ISA 혜택이 대폭 축소했다는 점이다. 기존 제도는 3년의 의무 가입 기간을 채운 뒤 만기를 무제한으로 연장해 초장기 과세이연과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개편안은 만기를 최대 5년(생산적 금융 ISA는 최대 10년)으로 묶었다. 만기마다 세금을 정산하고 계좌에 재가입해야 해 장기투자에 따른 절세 혜택의 맥이 끊기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간 납입한도 이월 제도를 없앤 것도 논란을 키웠다. 미사용 한도가 다음 해로 넘어가지 않고 소멸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소득이 불규칙한 사회초년생이나 자영업자가 여윳돈이 생겼을 때 목돈을 한꺼번에 납입하기 어려워졌다. 생산적금융 ISA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100 등 해외 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차단해 투자자들에게 국내 주식 투자를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상속·증여세 부담을 덜기 위해 대주주가 인위적으로 기업가치를 낮추는 행위를 막겠다는 주가누르기 방지법 역시 곧장 비판에 직면했다. 상장사 전반의 기업가치 제고를 꾀했던 당초 논의와 달리 과세망에 드는 기업이 대폭 줄어들고 조세 회피 구멍만 넓혀줬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부안은 최근 13반기 중 누적 12반기 동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업종별 하위권(코스피 25%·코스닥 10%)인 기업만을 심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PBR 0.8배 미만인 상장사 1000여곳을 폭넓게 겨냥했던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비교하면 정부안의 적용 대상은 130곳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금융투자업계는 13반기 중 단 두 반기만 호실적 발표 시점에 맞춰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사들여 주가를 반짝 부양하면 제재를 완전히 피할 수 있다고 꼬집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정부안대로라면 과세망에 드는 코스피 상장사가 80여곳에 불과해 대다수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심사망을 비껴간다고 지적하며 “세제개편안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컸는데 정부안은 개혁 의지의 후퇴로 인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과세 기준인 재산가액 하한선이 턱없이 낮아진 점도 한계로 꼽힌다. 가치투자 전문 운용사인 VIP자산운용은 장기간 주가가 억눌린 기업은 최대 6년6개월에 달하는 과거 평균 주가 자체가 낮아 제도 도입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대신 산업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평균 주가보다 순자산가치를 최소 평가 기준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치권도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놨다.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이달 5일 여당 의원들과 함께 상속·증여세 평가 하한 기준을 주가가 아닌 세법상 순자산가액의 80%로 명확히 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