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화물기로… 인천공항 ‘항공정비 허브’ 날갯짓

국내 첫 개조 현장 가보니

14년 동안 승객 운송한 보잉 B777
이스라엘 등 기술진 100여명 투입
작업 공정률 40%… 2026년 11월 출고
2032년까지 국내외 전문기업 유치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첨단복합항공단지 내 한 격납고. 길이 74m의 보잉 B777 항공기가 작업대 위에 얹혀 있는 이곳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작업현장이다. 14년 동안 여객기로 이용된 비행기는 올해 11월쯤 화물기로 출고된다.

첨단복합항공단지 내 항공기 개조시설의 작업대에 얹힌 보잉 B777.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사다리를 타고 2층 높이의 작업대 위에 놓인 비행기 내부로 들어 가자 좌석, 선반, 화장실 등이 제거된 채 비행기 형태만 남아 있었다. 100여명의 국내외 기술진이 개조작업을 하느라 비지땀을 쏟고 있었다. 항공기 개조작업은 보잉 등 제조사를 제외하고는 이스라엘이 유일하다. 이 작업장에도 이스라엘 엔지니어 10명이 파견됐으며 국내 업체에 기술전수까지 맡고 있다.

바닥을 뜯어낸 자리에는 화물을 싣고 하중을 버틸 수 있는 105개의 녹색 철제빔이 설치됐으며 앞으로 화물을 모터를 이용해 앞뒤로 이동시키는 레일(CLS) 설치작업이 진행된다. 지난달에는 개조작업 가운데 가장 기술력이 요구되는 기체 측면 구조물을 잘라내는 ‘도어 컷(Door Cut)’ 공정을 순조롭게 마쳤다. 문을 제거한 자리에는 화물을 싣고 내리는 전용문이 새로 설치된다. 이 공정은 항공기 개조 작업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핵심공정이다. 단순히 동체를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동체 외피와 골격 등 기체의 하중을 지탱하는 핵심 구조물을 정밀하게 절단해야 한다. 이후 절단면 주변에 대형 보강재를 설치해 잘라내기 전과 동일한 수준의 구조적 안정성을 완벽히 확보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작업진행 과정을 설명한 김승진 샤프테크닉스코리아 이사는 “항공기는 1000만분의 1 수준의 오차도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화물을 싣는 문과 보강 구조물을 설치하는 작업은 미세한 오차가 있으면 안 되는 작업이어서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입고된 이 여객기의 개조작업에는 약 180일이 걸린다. 현재 작업 공정률은 40%대로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개조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비행기는 세계 최대 항공기 리스회사인 에어캡(AerCap)이 보유하고 있으며 개조를 마치면 홍콩 화물항공사 플라이메타(Flymeta)가 운항한다.

이 같은 항공기 개조시설의 본격적인 운영은 인천공항공사 입장에서는 항공정비(MRO) 시장에 진출한다는 의미를 가졌다. 단순한 정비 공간을 넘어 대형 항공기 개조와 같은 고부가가치 MRO 산업까지 아우르는 공항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전 세계 항공 MRO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71조원 규모로 향후 10년간 연평균 2.7% 성장해 2035년에는 약 22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첨단복합항공단지 개발 사업은 인천공항 내 약 235만㎡ 규모 부지에 개조시설·정비시설 등을 유치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인천공항공사는 2032년까지 국내외 전문 MRO사를 유치해 시설을 집적화할 방침이다. 공사는 특히 중정비와 개조, 도장 절차가 필수적인 만큼 페인팅 격납고 유치를 통해 원스톱 MRO 서비스를 제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김범호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은 “인천공항 첨단복합항공단지를 차질 없이 구축해 해외로 유출되는 정비 수요를 국내로 전환하도록 하겠다”며 “궁극적으로 글로벌 항공 MRO 허브로 만들어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드는 데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