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성과급 전액 현금 지급 고수 통합 노조 설립 추진 ‘화력’ 키우기 사측, 일부는 주식으로 지급 제안
형식적 주주환원에도 반발 거세 3분기 중 주주가치 제고 방안 확정 메모리 경쟁 속 투자 차질 우려도
올해 들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 중인 SK하이닉스가 막대한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를 놓고 안팎의 압박에 직면했다. 내부에선 성과급 전액 현금 지급을 요구 중인 직원들이 통합 노조 설립을 추진하며 ‘화력’을 키우고 있고, 주주들 역시 사상 최대 실적에 걸맞게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치열한 세계 무대에선 경쟁 우위를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이익 배분을 둘러싼 거센 요구에 경영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에 전임직(생산직)과 기술 사무직을 아우르는 통합 노조 설립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복수노조 체제에서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의 이천·청주공장 전임직 노조가 각각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을 통합한 노조를 만들겠단 것이다.
지난 3월 SK하이닉스 정기주주총회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커진 가운데 사측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을 폐지하고 해당 체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PS 지급액의 80%는 당해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이연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사측은 올해 교섭에서 성과급 체계를 일부 변경해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회사가 적자를 볼 경우 임금을 조정하는 안건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약속을 지키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5차 본교섭까지 진행했지만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기존 노조 체제로는 회사와의 싸움에 한계를 느낀 직원들이 기존 노조를 대체할 통합노조 설립에 돌입했다. 지난 5일 준비 모임이 꾸려진 지 사흘 만에 전체 임직원(3만5000명)의 약 10%인 3500명 이상이 참여했고, 기존 노조를 탈퇴해 통합노조로 옮기겠다는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노조 임시위원장은 “8일부로 노조 설립신청서를 제출했다”며 “이르면 다음 주 중 정식 노조가 설립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당금 확대 등 주주들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달 29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형식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자 주주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국내 소액주주는 물론 외국 대형 투자은행까지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3분기 중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시장의 기대치가 한층 높아진 만큼, 향후 내놓을 주주환원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시장의 실망을 키울 수 있다는 부담도 안게 됐다. 3분기에 발표하는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오히려 더 큰 반발에 마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이익 배분 문제를 발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면 회사 미래 투자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노조와의 협상과 주주환원책 마련에 회사의 역량을 쏟다가 투자의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 모두 향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투자를 서두르는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도 빠르게 성과급과 주주가치 제고 문제를 매듭짓고 미래 역량에 힘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