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도착하는 여행객들에 대한 국경 검문을 시작했다. 최근 이탈리아가 스페인발 여행객에 대해 유사한 조치를 취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 ‘세우타 사태’를 계기로 양국 갈등은 물론 유럽연합(EU) 내부의 이민정책 균열까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 내무부는 이날 “한 달간 이탈리아에서 입국하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국경 검문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내무부는 이 조치를 9월7일 자정까지 유지하되 상황이 바뀌면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은 전날 이탈리아를 향해 “스페인에 대한 국경 제한을 해제하지 않으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내무부는 사태 직후 스페인을 대상으로 유럽 29개 회원국 간 국경 검문 없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 적용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며 빠르게 행동에 나섰다. 이는 스페인 국민이 아닌 비EU 국적자에 대한 검문을 강화하는 조치였지만, 상징적으로 스페인을 솅겐 체제에서 사실상 배제하는 듯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멜로니 총리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이끄는 좌파 정부의 이주 정책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며, 스페인을 솅겐 지역에서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세우타는 애초에 솅겐 조약 대상지가 아닌 데다 세우타 난민이 이탈리아로 유입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탈리아의 이런 대응은 실질적 안보 우려보다 정치적 계산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등록이주민국제협력플랫폼(PICUM)의 키아라 카텔리 정책옹호 담당관은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이민 문제에 대해 ‘엄격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정치적 연극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간 갈등은 EU 전체의 논쟁으로도 확산했다. 핀란드, 체코, 스웨덴,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 여러 EU 회원국이 멜로니 총리의 스페인 솅겐 배제 주장에 동조했고, 22개국 정상이 서명한 공동서한도 나왔다.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정책연구센터(CEPS)는 유럽 각국 정부가 세우타 사태를 반이민 여론에 편승하고, 국경 관리 책임을 모로코 같은 다른 나라로 넘기려는 ‘외부화 정책’의 명분으로 삼았다고 분석하며 “불법 이주민에 대한 정치적 공포가 EU를 얼마나 쉽게 분열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세우타 국경을 넘어온 이주민이 7만2500명이었으며 그중 2500명 정도가 남아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 중 1300여명은 14세 미만 미성년자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세우타 거리에서 노숙하거나 언덕에 숨어 망명이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불법 이주민들의 실태를 전했다. 스페인 내부 여론도 일부 이들의 망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과 어떠한 지원도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갈등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