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형수 평균 나이 57.2세… ‘소멸 공포’ 가장 컸다 [탐사기획-노인과 교도소]
기사입력 2026-08-09 19:00:00 기사수정 2026-08-09 20:09:49
사형·무기수 40여 명 인터뷰집 분석
몸 쇠약해 새 활동·작업 포기 예측 불가능한 죽음 우려 커
교도소 내 고령화는 나이 든 채 들어온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담장 안에서 늙어간 사람들도 있다. 사형확정자와 무기수형자가 대표적이다.
9일 세계일보가 확보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사형확정자는 54명이다. 평균 나이 57.2세, 평균 수용기간은 23년6개월. 60대가 9명, 70대 이상이 7명으로 10명 중 3명은 60세가 넘었다. 가장 오래 수감된 사람은 1992년에 들어와 형이 확정된 뒤로 30년 이상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2024년 기준 국내 사형확정자 54명의 평균 나이는 57.2세로 집계됐다. 10명 중 3명은 60세가 넘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이들의 일상생활과 건강상태, 심리상태가 드러난 보고서가 있다. 세계일보는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연구책임을 맡은 ‘사형확정자·무기수형자 중심 중범죄자 수용관리 개선방안’ 미공개 보고서를 입수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전국 5개 교정시설에서 사형확정자와 무기수형자 40명가량을 만났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장기간의 수용생활과 고령화에 따른 몸과 정신 이상을 호소했다.
한 70대 사형확정자는 척추협착증 환자로, 5m도 스스로 걷지 못해 휠체어에 의존해 지냈다. 새벽 2∼3시에 깨서 책상에 앉아 하루 종일 책을 본다고 했다. 20년 넘게 수감 중인 그는 “이 나이에 감형은 저에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나이가 형벌의 무게 자체를 바꾼다고 설명했다. “젊은 수용자에게 시간은 견뎌야 할 대상이지만, 고령 수용자에게 빠르게 흐르는 시간은 위안이 아니라 소멸에 가까워지는 공포”라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고령과 질병으로 대소변 조절이 되지 않아 기저귀에 의존하거나, 치아가 없어 배식되는 음식을 씹지 못하는 사례도 담겼다. 계단을 오르내리고 빨래와 설거지를 하는 일상적인 동작이 하나씩 어려워졌다는 진술 역시 나왔다.
이들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보다 체념하고 쇠락을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몸이 약해질수록 새로운 활동을 찾거나 작업에 나서는 일 자체를 포기하는 고령 수용자가 많았다.
또 다른 70대 사형확정자는 아직 교도소 내 공장에 나간다.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50분까지 공장에서 지냈다. 방에 있으면 잡생각과 우울증이 생기는데 일하면 없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작업으로 버는 돈은 많지 않지만, 이들이 한두 푼씩 모으는 이유는 대체로 하나였다. 건강검진과 컴퓨터단층촬영(CT), 틀니 치료처럼 자기 몸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보고서는 이들 장기수들에 있어서는 사형 집행보다 더 현실적인 공포가 ‘예측 불가능한 죽음의 형태’였다고 분석했다. 치료받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러면서 장기수 관리 체계를 다시 짜는 일이 교정행정의 안정과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도 필요하다고 봤다. 김 연구위원은 “형벌의 무게중심이 자유의 박탈에서 존엄한 죽음의 박탈로 옮겨간 것”이라며, 해외 연구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구금에 의한 죽음’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