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족사건 117건… 뒷북 상피제 ‘첩첩산중’

경찰 내부 별도 파악·관리 전무
3년간 제척·회피 신청 15건뿐
이송 절차 등 실효성 확보 고심

현직 경찰관 가족이 피의자·피혐의자인 사건이 전국에 45건 있는 가운데 그동안 경찰 가족사건을 별도로 파악·관리하는 체계가 전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9일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시행한 전수조사 결과 발견된 ‘가족 사건’ 117건을 분석해 상피제 적용 대상과 신고 절차, 이송 기준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경찰 가족이 피의자·피혐의자인 경우가 45건, 피해자·고소·고발·진정인인 경우는 72건이었다. 가족관계별로는 배우자 33건, 직계존속 47건, 직계비속은 37건이다.

가족 사건 대부분(111건)은 지역과 맞닿아 있는 일선 경찰서에 배당됐고, 시도 경찰청이 맡은 사건은 6건이었다. 관련 감찰 조사가 진행된 사건은 단 1건뿐이었다. 44건은 다른 경찰관서로 이송했거나 이송할 예정이고, 15건은 이송 여부를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경찰이 그동안 경찰관 친족이 사건 관계인인 사례를 별도로 축적·관리하지 않았던 실태도 드러났다. 경찰은 ‘본인이나 친족 또는 지인 관련 사건을 처리하거나 개입해 감찰받은 사례’에 대해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 자료”라고 답변했다. 가족 사건이 발생 시 사건 담당자가 자발적으로 제척·회피를 신청하거나 관리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는다면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뜻이다. 경찰의 제척·회피 건수는 2023년 0건, 2024년 5건, 2025년 3건, 올해 상반기 7건에 불과했다.

경찰은 지난 7일 ‘개정 형사소송법 후속 조치 태스크포스’를 열고 이번 전수조사를 계기로 가족 사건을 사전에 확인, 다른 경찰관서로 이송하는 상피제를 9월 초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그동안 가족관계를 확인·관리하지 않았던 만큼 자발적 신고 외에 관계 확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송 경찰관서 기준을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인접 경찰관서로 사건을 넘길 경우 인적 관계가 겹쳐 상피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먼 경찰관서로 이송된다면 사건 관계인 조사, 현장 확인 등에서 비효율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선에선 수사기관이 중대범죄를 인지했을 때 중대범죄수사청에 통보해야 한다는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8조 제2항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이날 “사건 접수 당시의 피고소인·피진정인 지위가 곧 범죄혐의자를 뜻하진 않는다”며 “시행령 제18조 제2항을 따르면 경찰은 범죄혐의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이들의 인적사항과 사건내용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직협은 현장경찰관 입장에서도 시행령 의무, 이의제기, 법적 분쟁 위험이 커질 것이라며 해당 조항 삭제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