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3시쯤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골목. ‘쾅’ 하는 충돌음이 잠든 주민을 깨웠다. 출동한 119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60대 환경미화원 A씨는 피를 흘린 채 도로에 쓰러져 있었다.
8일 혜화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는 내리막길에 차량을 세워둔 채 홀로 수거 작업 중이었다. 차에서 내린 사이 차량이 경사를 따라 밀려 내려와 그를 덮쳤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밤샘·단독 작업은 ‘조례로 정한 예외’로 처리됐다. 기후부의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가이드라인’은 3인1조와 주간(오전 6시~오후 10시) 작업을 원칙으로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예외를 두면 지키지 않아도 된다. 종로구는 ‘폐기물 관리 조례’에 인원 조정 예외 다섯 가지, 주간작업 예외 네 가지를 뒀다. 양쪽 모두 ‘구청장이 인정하는 경우’라는 포괄 조항이 들어 있다.
안전 예외 조항은 특정 자치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 기준 전국 228개 기초 지자체 중 87%(198곳)가 3인1조 근무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116곳(51%)은 야간 수거를 고수한다. 그사이 환경미화원의 죽음은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9월18일 오전 3시쯤 강서구 화곡동에서 청소차 뒷발판에 매달려 일하던 50대 김모씨가 후진하는 청소차량과 전신주 사이에 끼여 숨졌다. 허승무 노동환경연구소 팀장은 “이번 창신동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3인1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일부 지켜지는 곳도 예외가 많다. 관련 법규나 조례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