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등 추가 공급 조율… 기존 대책 속도낼 규제 완화책 예고 [주택공급대책 이르면 주내 발표]

착공 앞당겨 신뢰 확보에 방점

서울 준공업지 개발 지원 보강
GB해제 ‘총량 예외’ 절차 진행
강남3구 등 공공 개발사업 특례
5만가구 추가 공급 후속대책
비거주 1주택 과세 완화도 시사

李 “비상한 해법·과감한 실천”
금융당국, PF 규제완화 검토

정부는 오는 13일쯤 추가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은 기존 공급 대책의 실행력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신규 택지를 발굴해 주택을 짓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미 계획된 물량의 착공 시점을 앞당겨 시장에 공급 신호를 빠르게 보내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일부 해제하고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비아파트 공급 확대 등을 통해 총 5만가구를 공급하는 후속 대책을 막바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수도권 물량 확대 중심의 주택 공급 후속 대책을 준비 중인 가운데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주택 단지 모습. 연합뉴스

9일 정치권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토부와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공급 확대와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세부 방안을 막판 조율하고 있다. 최종 발표 시점은 아직 유동적이나 13일 전후가 유력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비공개로 6시간가량 진행한 부동산 정책 점검 2차 회의에서 주택공급 촉진을 위한 금융지원 방안과 조기 공급 유도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비상한 해법’과 ‘과감한 생각과 실천’을 관계부처에 주문하며 속도전을 주문했다.

 

이번 대책에는 서울 준공업지역에서 추진 중인 2만7000가구 규모의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규로 주택을 얼마 더 공급하겠다는 것이 이번 공급 대책의 본질은 아니다”라며 “135만가구 공급 목표가 차질 없이 달성될 수 있다는 신뢰를 시장 참여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준공업지역은 산업 기능을 유지하면서 주거·상업 등 다른 기능을 함께 수용할 수 있도록 지정된 지역으로, 서울에서는 영등포구 문래동·양평동과 구로·금천 일대, 성동구 성수동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2024년 제도 개선을 통해 준공업지역에서 공동주택 건립을 위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경우 상한 용적률을 기존 250% 이하에서 최대 400%까지 높였다. 이번 대책에선 현재 추진 중인 2만7000가구가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도록 사업 절차를 앞당기고 금융·세제 지원을 보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도심복합사업도 공급 속도를 끌어올릴 핵심 수단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도심복합사업은 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이 어려운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 노후 도심에서 공공이 사업을 주도하고 조합 설립과 관리처분계획 등의 절차를 생략해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도심복합사업 신규 후보지를 통해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를 포함한 서울 도심에 2만가구+α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가 지난 5월 마감한 주민 제안 공모에선 강남 3구를 포함해 44곳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대상 지구와 공급 물량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용산어린이정원도 신규 후보지로 거론되나 서울시가 반대하고 있어 대책에 포함될지는 불투명하다. 용산구 주민 1000여명이 참여한 ‘용산공원을 지키는 주민모임’은 이날 어린이정원 일대에 수십 개의 근조화환을 보내며 반대 행동에 나섰다. 근조화환에는 ‘어린이가 뛰노는 공원을 뺏지 말아 주세요’, ‘집은 다시 지을 수 있지만 잃어버린 자연은 돌아오지 않는다’ 등의 문구가 붙었다.

“공원 뺏지말라”… 용산어린이정원 앞 근조화환 정부가 발표할 주택 공급 계획에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등이 검토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9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앞 도로에 시민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늘어서 있다. 이재문 기자

앞서 공급 계획이 발표된 공공부지 사업의 추진 속도도 높일 방침이다. 태릉CC와 과천 경마장·옛 국군방첩사령부 부지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다 주민 반발이 잇따르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총량 예외가 확정됐다고 곧바로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것도 아니다.

 

여권은 정부의 공급 속도전에 발맞춰 인허가 규제 완화와 공사 기간 단축, 금융지원 등 공급을 가로막는 병목을 푸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주택공급 대책을 논의해온 ‘주택시장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확대 개편하고 서울시 인허가 개선과 모듈러 주택 등을 집중 논의한다. TF는 12일쯤 첫 회의를 열어 관계부처의 공급 대책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이날 현안 간담회에서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가 인허가를 얼마나 빨리 해주는지가 중요하다”며 500세대 미만 등 소규모 사업의 인허가 권한을 자치구로 넘겨 병목을 줄이는 방안을 거론했다. 용산공원과 관련해선 “지난 1월 정부에 활용 방안을 제안했다”며 “전체를 공원화하기보다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를 위한 국민주택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적보증 확대 등 공급자 중심의 금융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 공적기관의 보증 규모를 늘려 사업장에 원활한 자금 융통을 돕는 방안이 꼽힌다. 내년부터 4년에 걸쳐 20%로 상향되는 PF 사업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유예하거나 완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한도를 늘려주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산정 기준을 종전 주택에서 신축 주택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의 내년도 세제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이들이 세제상 실거주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예외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7일 “취학, 직장 변경, 질병, 전학 등 ‘이건 불가피하다’는 부분이 있으면 국민 입장에서 보려고 한다”며 “국민 의견을 더 듣고 최대한 신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