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폭염에 정점 치닫는 전력수요… 역대 최고치 기록하나

폭염 속 냉방 급증에 지난주 역대 5번째
휴가철 끝나 산업 수요 늘면 부담 가중
7∼8월 전기요금 누진구간 한시적 완화

‘비상체제’ 한전 재무부담 커질 듯
중동전쟁發 LNG값 불안 겹쳐
전력도매가 급등 ‘팔수록 손해’

최근 극한폭염에 냉방 가동량이 급증하면서 최대전력 수요가 올여름 최고치를 찍었다. 덩달아 여유 전력은 10%대 아래로 떨어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주춤하다고 하지만 폭염이 여전히 기세등등한 데다 휴가철이 끝나 산업계 전력수요가 다시 치솟아 이달 중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게 당국 전망이다.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1층 모니터에 전력수급 현황이 표출되는 모습. 뉴시스

9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증가세를 보이던 최대전력은 지난 7일 정점을 찍어 95.321GW를 기록했다. 최대전력은 1시간 평균전력이 최대인 전력수요 값을 뜻한다. 95.321GW는 7일 오후 7시 기준 평균 전력수요 값이다. 이는 올여름 최고 기록으로 2024년 8월20일(97.115GW), 2025년 8월25일(95.951GW), 2025년 7월8일(95.675GW), 2024년 8월19일(95.611GW)에 이은 역대 다섯번째 규모다. 

 

공급예비력은 8.268GW로 예비율이 8.7%까지 내려앉았다. 통상 10% 이상을 안정권이라 본다. 주초부터 최대전력이 증가세를 그리면서 예비율은 계속 하향세를 보였다. 일요일인 2일만 해도 22.6%였다가 월요일인 3일 들어 15.5%로 떨어졌고, 이후 계속 감소해 목요일인 6일 10.4%까지 줄었다가 하루 만에 8%대에 진입한 것이다.

 

주말 들어 예비율은 다시 20%대로 회복했지만 평일이 되면 급감할 확률이 높다. 이번 주부터 주요 기업 휴가기간이 끝나 산업체 조업률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당국은 폭염·무더위가 계속될 경우 역대 최대전력(97.115GW·2024년 8월20일)를 경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성진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8월 2∼4주 기간 중 최대수요는 98.8∼100.6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06.5GW 공급여력과 함께 비상시를 대비한 8GW의 예비자원을 준비하는 등 수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늘어나는 전기요금으로 인한 가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7∼8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 구간을 한시적으로 완화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이날 현안 간담회에서 폭염 대책 중 하나로 전기요금 누진 체계 완화를 정부에 요청했다며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께서 감사하게도 ‘적극적으로 검토를 하겠다’고 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미 기후부는 지난 6월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발표하면서 누진제 구간 완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1구간(200㎾h 이하)을 ‘300㎾h 이하’로, 2구간(200∼400㎾h)을 ‘300∼450㎾h’로 조정하는 식이다.  

 

폭염이 일상화한 기후위기 시대에 국민들의 ‘냉방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정부는 정례적으로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 구간 완화를 시행해오고 있다. 다만 이런 조치는 전기판매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의 재무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들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가격인 전력도매가격(SMP)이 연평균 손익분기점을 뛰어넘으면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쉼 없이 돌아가는 에어컨 9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인근 한 건물 외벽에 설치된 수십대의 실외기가 일제히 가동되고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평균적인 4인 가구가 에어컨을 사용할 경우 전기요금은 봄철 5만2840원에서 여름철에 9만5060원으로 상승한다. 유희태 기자

올 6월만 해도 육지 기준으로 ㎾h당 114.11원이던 SMP는 7월 133.79원까지 뛰었다. 이달 1∼9일 SMP를 단순 평균하면 이보다 더 비싼 150.45원이다. 정부는 한전의 연평균 손익분기점을 146원으로 보고 있다. SMP를 결정하는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이 중동전쟁으로 널뛴 영향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중동전쟁이 끝나지 않고서는 LNG 가격이 낮아지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탄소중립 정책 영향으로 한국가스공사가 비교적 저렴한 장기계약보다는 현물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사오다보니깐 결과적으로 한전이 높아진 LNG 가격을 떠안는 구조다. 10월이면 계절 영향으로 전세계적으로 LNG 수요가 폭등할텐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