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만 보고 가기엔 아쉬워’…공간까지 작품인 ‘서울 신상 미술관’들

작품 감상을 넘어 독특한 건축과 자연, 작가의 삶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재미를 주는 서울의 신상 미술관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사진부터 뉴미디어, 거장의 작업실까지 서울 곳곳에 개성 있는 미술관들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이들 신상(?) 미술관들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특한 건축과 자연, 작가의 삶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어 주목을 받는다. 

 

서울관광재단이 소개한 최근 4년 새 새롭게 문을 연 서울의 예술공간 가운데 눈여겨볼 만한 곳들을 살펴봤다.

 

◆ ‘카메라 조리개를 닮은 건물’…서울시립사진미술관

 

사진을 좋아한다면 도봉구 창동의 서울시립사진미술관을 찾아볼 만하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국내 최초의 공립 사진 전문 미술관으로, 사진 전시뿐 아니라 교육과 아카이브까지 사진이라는 매체를 폭넓게 다룬다.

카메라 조리개를 형상화한 사진미술관 외관. 서울관광재단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건축물이다. 카메라 조리개가 열리고 닫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외관은 정육면체를 비튼 듯한 독특한 형태를 갖췄다. 빛과 시간에 따라 외벽의 색감이 달라지도록 설계해 사진의 핵심 요소인 ‘빛’을 건축으로 표현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높이 10m에 달하는 로비가 펼쳐진다.

 

현재는 영국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마틴 파의 국내 최대 규모 회고전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가 오는 10월 18일까지 열린다. 대표작과 함께 1982년부터 2026년까지 출간된 사진집 90권을 직접 살펴볼 수 있어 사진 애호가라면 둘러볼 만하다.

 

◆ ‘공원산책하다 즐기는 미술관’…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금천구 금나래중앙공원과 맞닿아 있는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은 자연과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올해 3월 문을 연 서울시립미술관의 여덟 번째 분관으로, 뉴미디어를 특화 분야로 내세운다.

 

가장 큰 특징은 공원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 구성이다. 건물을 둘러싼 해머드 스테인리스 스틸 외벽은 주변 풍경과 빛을 반사하고, 통유리창을 통해 공원의 녹음이 실내로 들어온다. 별도의 담장이 없어 산책하던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미술관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주거지와 공원, 미술관이 어우러진 서서울미술관. 서울관광재단

전시 공간 역시 다양한 미디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지하 전시실은 개방형 공간과 빛을 차단한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며, 1층 미디어랩에서는 디지털 기반 예술 창작과 실험이 진행된다.

 

현재는 전시 교체를 위해 휴관 중이며, 오는 8월 20일부터 11월 8일까지 미디어 작가 김희천의 개인전 ‘두더지들’이 열린다. 미술관 관람과 공원 산책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 ‘화가가 살고 작업하던 집 그대로’…김창열 화가의 집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그가 실제 머물렀던 공간을 만나고 싶다면 종로구 평창동의 김창열 화가의 집이 제격이다. 올해 5월 문을 연 이곳은 ‘물방울 화가’ 김창열(1929~2021)이 1988년부터 30년 넘게 거주하며 작업했던 집이다. 종로구가 건물을 매입한 뒤 리모델링해 공공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지하 작업실이 눈길을 끈다. 김창열이 생전에 사용했던 캔버스와 붓, 유화물감, 물방울 스케치 등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재현해 작가가 실제 어떤 환경에서 작품을 만들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자연광이 은은하게 들어오는 작업실에서는 작품만으로는 느끼기 어려운 작가의 삶과 작업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현재 개관기념전 ‘김창열, 물방울의 흔적’이 오는 23일까지 열린다. 종이 판화와 드로잉, 회화 등 24점을 통해 김창열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김창열 화가가 생전 사용하던 소품들. 서울관광재단

◆ ‘사진도 보고 책도 보고 일석이조’…뮤지엄한미 삼청

 

삼청동 끝자락에 자리한 뮤지엄한미 삼청도 사진 애호가라면 빼놓기 어려운 공간이다. 2003년 한미사진미술관으로 출발한 뒤 2022년 삼청동으로 자리를 옮기며 현재의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다.

 

건물 중앙에는 전통 한옥의 중정을 연상시키는 ‘물의 정원’이 자리하고 있으며, 세 개의 건물이 하나의 공간처럼 연결돼 있다. 고도 제한을 고려해 설계한 박공지붕은 내부에 들어섰을 때 독특한 개방감을 만들어낸다.

 

본관에서는 한국 사진사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고, 별관에서는 신진 작가 전시와 함께 사진 도록을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는 서가가 마련돼 있다. 작품을 감상한 뒤 책을 펼쳐 들고 쉬어가기에도 좋다.

 

현재 본관에서는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전시가 열리고 있으며, 별관에서는 ‘김포 제리 율스만 기념관 프리뷰’ 전시가 오는 9월 30일까지 이어진다.

뮤지엄한미 삼청별관. 서울관광재단

최근 서울의 미술관은 작품을 걸어두는 전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카메라 조리개를 닮은 건축물부터 공원과 이어지는 미술관, 작가가 실제 살았던 집까지 공간 자체가 전시의 일부가 되고 있다.

 

미술관을 찾는다면 작품만 보고 돌아오기보다 건물과 주변 풍경, 작가의 흔적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도 좋다. 전시를 보러 갔다가 공간 자체의 매력에 빠지는 것, 최근 서울의 새로운 미술관들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