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충격 탈락에 외인 심판 성 접대까지…’ 추락하는 한국 축구를 위한 이강인의 반성과 호소 “최선을 다 하겠다. 관심과 사랑 계속 부탁드린다”

[상암=남정훈 기자]‘골든 보이’, ‘슛돌이’라는 마냥 어린 것 같은 별명으로 불리지만, 2001년생으로 어느덧 20대 중반이 된 이강인은 이제 어엿한 어른이 됐다. 자신의 축구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의 이적 후 처음 치른 데뷔전과 5만여 고국 팬들 앞에서 진행한 입단식까지. 너무나 기쁜 날이지만, 취재진 앞에 선 이강인의 입에서 처음 나온 말은 ‘반성’과 간절한 ‘호소’였다.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마드리드) 감독과 이강인이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6 쿠팡플레이 시리즈 맨체스터 시티와의 친선경기 기자회견에서 유니폼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쿠팡플레이 제공

이강인은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맨체스터 시티와의 2026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그라운드에 섰다.

 

2023~2024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준주전급 로테이션 멤버로 뛰었던 이강인은 올 여름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위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의 이적을 택했다. 이적료는 최대 4000만 유로에 달하고, 등번호도 앙투안 그리즈만 등 역대 에이스들이 달았던 7번을 받았다.

 

비록 한국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었지만, 3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이강인은 손흥민에게서 대표팀 에이스 바통을 이어받았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가 된 이강인의 이적 후 데뷔전이 치러진 이날 상암벌에는 빨간색 세로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그의 얼굴이 전광판에 비출 때면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강인이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맨체스터시티와의 프리시즌 친선경기가 끝난 후 열린 간이 입단식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이강인이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에서 후반 교체 출전해 프리킥을 시도하고 있다. 뉴스1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강인이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맨체스터시티와의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동료에게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쿠팡플레이시리즈 2차전 팀 맨체스터 시티 FC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 아틀레티코 이강인이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고 있다. 뉴시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 혜택은 받았지만, 4주 간의 군사훈련을 받지 못해 국외 여행 허가를 받아야 하는 신분이라 이적 공식 발표 후 팀 훈련에 합류하지 못하고 국내에서 훈련을 이어간 이강인은 지난 6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방한해서야 팀 훈련에 참가할 수 있었다. 새로운 동료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이날 이강인을 벤치에서 앉힌 채 경기를 시작했고, 1-0으로 앞서다 후반 12분,14분에 연달아 골을 내주며 1-2로 역전을 당하자 후반 19분, 드디어 이강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 순간 상암벌은 이날 가장 큰 함성이 울려퍼졌다. 처진 스트라이커로 투입된 이강인은 투입되자마자 전매특허인 왼발 감아차기 프리킥 슈팅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처진 스트라이커로서 사실상 프리롤을 부여받은 이강인은 전방과 양측면, 공격 2선을 넘나들며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모습이었다. 오랜 기간 이강인을 지켜본 시메오네 감독은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나 오른쪽 측면에 배치되던 이강인의 공격적 재능을 살리기 더욱 살리기 위해 처진 스트라이커로서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이강인은 후반 30분엔 왼쪽 측면에서 아르나우 솔라가 보내온 컷백 패스를 받아 문전 앞에서 노마크 상태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벗어나 아쉬움을 남겼다.

 

맨체스터 시티의 3-1 승리로 끝난 뒤 그라운드에서 입단식을 마치고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강인은 소감을 밝혀달라는 요청에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 축구에 대한 상황을 언급했다. “이렇게 많이 찾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입을 뗀 이강인은 “모든 분들이 알다시피 지금 한국 축구가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선수들은 많은 팬들게 기쁨을 드리고 싶어서 많이 생각하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쿠팡플레이시리즈 2차전 팀 맨체스터 시티 FC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 아틀레티코 이강인이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쿠팡플레이시리즈 2차전 팀 맨체스터 시티 FC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 아틀레티코 이강인이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이강인이 말한대로 한국 축구에 있어 2026년은 최악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사상 첫 원정 8강에 도전한다던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선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A조 최약체로 꼽혔던 남아공에 패해 32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감독 선임을 둘러싼 국회 청문회와 경찰의 압수수색에 이어 최근엔 2011~2012년에 대한축구협회가 외국인 심판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충격적인 감사 결과가 10년을 묵힌 뒤에 밝혀졌다.

 

이강인도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테니 많은 관심과 사랑을 계속해 달라”며 “해외에 나가 있는 선수들도,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으니 안 좋은 부분만 보지 마시고 좋은 부분도 봐달라”고 당부했다.

 

그간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나 오른쪽 측면 등에서 뛰었던 이강인은 이날은 처진 스트라이커로 뛰며 프리롤을 부여받았다. 전방과 2선을 자유롭게 오가며 공격의 윤활유 역할은 물론 직접 골을 노리는 움직임을 선보였다. 그는 “그 위치에서 공격적으로 하는 걸 감독님꼐서 원하셨다. 처음 왔을 때부터 그런 부분을 확실히 얘기해주셔서 어떤 플레이를해야 할지 잘 알 수 있었다”며 “동료들도 많이 도와줘서 잘 적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어디에서 뛰어도 괜찮다고 했던 이강인이지만, 그래도 선호하는 포지션이 있느냐고 묻자 “진짜 솔직히 얘기해서 어느 자리에 뛰어도 괜찮은 것 같다”며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디가 더 편하고 그런 부분보다는 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열 살이었던 2011년 발렌시아 유스팀에 입단해 축구를 배워온 이강인에게 스페인은 제 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워낙 어릴 때 스페인에서 자랐기에 한국어보다 스페인어가 더 익숙할 정도다. 3년 만에 다시 스페인 무대로 돌아온 이강인은 “선수로서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힘든 순간도 있고 좋은순간도 있다”면서 “스페인에 돌아오게 돼서 너무 기쁘고 기대된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든 국가대표팀이든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항상 노력하겠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