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버스’ 논란에 與 ‘발칵’… “진심으로 송구·죄송” [투데이 여의도 스케치]

정치는 말이다. 정치인의 신념과 철학, 정당의 지향점은 그들의 말 속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전달된다. 누가, 왜, 어떤 시점에 그런 발언을 했느냐를 두고 시시각각 뉴스가 쏟아진다. 권력자는 말이 갖는 힘을 안다. 대통령, 대선 주자, 여야 대표 등은 메시지 관리에 사활을 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에는 인터넷에 올리는 문장의 토씨 하나에도 공을 들인다. 팬덤의 시대, 유력 정치인의 말과 동선을 중심으로 여의도를 톺아보면 권력의 흐름이 포착된다. 그 말이 때론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비수가 되기도 한다. 언론이 집요하게 정치인의 입을 쫓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뉴시스

① 황희 “버스 하우스” 한정애 “청년들께 송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청년 주거난 해결책으로 폐버스를 활용한 ‘버스 하우스’ 도입을 거론했다가 거센 반발을 사자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아이디어 차원의 해프닝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한 의장은 9일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버스 주택에 대해 “우리나라는 여름과 겨울의 기후 차이가 크고 유휴부지도 없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당은 청년들에게 예기치 않게 상처를 입힌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역세권 청년주택과 공공지원 민간주택 등 주택 공급 확대에 힘쓰겠다”고 했다. “진심으로 송구하고 또 죄송하다”고도 했다.

 

조국혁신당도 고강도로 비평했다. 박병언 대변인은 “황 의원은 다름 아닌 국회 국토위 소속 여당 의원”이라며 “공급 대책을 설계해야 할 자리에서 느닷없이 ‘임시 거처’ 아이디어를 던졌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폐버스 청년 주택’ 같은 걸 정책이라고 내놓는 정권이다. 청년의 희망을 찾는 길, 정권 교체 외에 다른 해답은 없다”고 했다.

 

황 의원은 지난 7일 폐버스를 주거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청년들에게 단기 주거공간으로 제공하자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논란이 되자 문제 글을 삭제한 뒤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폐버스를 아파트처럼 쌓아 올린 모습이 담긴 인공지능(AI) 생성 그림과 함께 정부·여당의 부동산정책을 비판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② 조국 “996제? 李 공약이 4.5일제”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반도체, 연구·개발(R&D) 등 분야의 노동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996’ 노동제를 본보기로 든 것은 “반인권적이고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9일 비판했다. 996제는 오전 9시∼오후 9시 근무를 주 6일 하는 것으로, 사실상 일요일 하루 쉬는 개념이다.

 

조 원장은 페이스북에서 “김 장관이 칭송한 996 노동제는 이제 중국에서도 불법”이라며 “2021년 중국 최고인민법원과 인력자원사회보장부는 996 노동제를 불법으로 규정했다”고 전했다. 조 원장은 “중국에서조차 불법적 노동인권 침해로 확인된 악습임을 알고도 도입을 주장하는 것이냐”며 “‘노동인권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할 대한민국이 배워야 할 사례가 이미 무효가 된 중국의 사례가 아님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주 4.5일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과거 윤석열 정권이 R&D 노동자에 대한 주 52시간제 특례 도입을 추진했을 때, 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무산시킨 것은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 “책임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김 장관의 996 노동제 도입 주장이 민주당이 추구하는 ‘중도실용’의 길인지 명확하게 답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