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이닉스 사라” 소리친 외국 IB… 정작 자신들은 매도? [반도체 투자 리포트]

한국 반도체 ‘싸다’ 외친 모건스탠리
10일 오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순매도
리서치센터와 실제 시장 거래자 사이 괴리감
고객 창구로 집계되는 탓에 보이는 시장왜곡도
“보고서는 사라고 해놓고 왜 정작 자신들은 다 팔아치우냐”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한국 메모리 산업 보고서를 내놓을 때 마다 심심찮게 나오는 반응이다. 투자자들로선 충분히 화가 날만하다. 버젓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수 보고서를 써놓은 회사가 다음 날 시장에선 순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좋은 소리가 나올 리가 없다. ‘외국인 투자자의 개미 털어먹기’ ‘고점 매도 위해 분위기 띄우는 보고서’란 불만이 가득하다. 매수를 외쳐놓고 정작 ‘매도’가 많은 이 괴리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증권업계에선 여러 복합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IB 모건스탠리는 지난 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메모리 산업에서 나타난 가장 가파른 조정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은 매력적인 전술적 재진입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즉 국내 메모리 주가 하락이 멈추고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이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이란 보고서로 ‘반도체 저승사자’라 불렸던 숀 김 연구원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모건스탠리 뿐만 아니다. 다른 IB들도 한국 증시가 저평가됐다며, 투자 가치가 높다는 보고서를 연달아 내놨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도 코스피의 전망치를 상당히 높게 잡았다.

 

그런데, 긍정적인 전망과 달리, 이들의 행동은 보고서와 정반대로 갔다. 모건스탠리는 10일 오전 11시 기준 삼성전자 매도상위 4위, JP모건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5일 기준으로는 골드만삭스가 매도상위 4위다. SK하이닉스는 모건스탠리가 이날 오전 11시 매도 상위 1위를 기록했다. 최근 5일 중에선 JP모건이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인투자자들은 외국계 보고서의 신뢰도에 의문을 보내는 이가 적잖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을 기만하는 것 아니냐는 분노까지 터져 나온다.

 

리서치센터와 일선 영업부서간의 엇박자는 다양한 사유가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는 것은 증권사의 ‘창구’ 역할이다. 증권사는 고객이 시장에서 매수와 매도를 진행할 때 일종의 대행 역할을 맡는다. 즉 모건스탠리를 통해 거래하는 고객이 삼성전자를 매도하면 모건스탠리가 직접 매도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듯이다. 즉, 투자자들이 창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보고서와 회사의 매도, 매수 방향이 어긋 난 것을 두고 ‘회사가 보고서로 장난친다’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계 IB들이 매도 상위에 이름을 올린 날, 매수 상위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리서치센터와 영업 부서간의 엇박자는 여러 사유로 인해 자주 발생했다”며 “보고서는 참조하되, 투자자 본인이 시장을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