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까운 지인 30명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던져봤다. 결과는 놀랄 만큼 팽팽했다. 스포츠라고 답한 사람은 16명, 도박이라고 답한 사람은 14명이었다. 30명이라는 작은 표본이지만, 경마를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뚜렷하게 나뉘어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었다.
권준영 문화체육부 기자
경마가 유독 이런 질문을 피하기 어려운 데는 이유가 있다. 축구나 야구에도 베팅은 존재하지만, 대개 경기 바깥에서 부수적으로 이뤄진다.
반면 경마에서 마권은 경주의 운영과 수익 구조를 떠받치는 핵심 요소다. 말이 달리는 순간에는 스포츠 특유의 속도와 긴장감이 살아 있지만, 관중석에서는 동시에 수많은 사람이 마권을 쥔 채 결과를 기다린다. 경주와 베팅이 하나의 구조 안에 맞물려 있는 만큼, 같은 장면을 두고도 스포츠와 도박이라는 두 시선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그래서 ‘경마장’이라고 하면 으레 경주 전 마권을 손에 쥔 사람들이 전광판을 바라보며 모여 있는 모습이나 경주가 끝난 뒤 희비가 엇갈리는 풍경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경마장이 처음부터 베팅만을 위한 공간이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봄·가을이면 전국을 돌며 경마가 열렸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대중오락 공간이기도 했다. 경주뿐 아니라 가족·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공연도 즐길 수 있었다.
최근 인터뷰 취재를 위해 경마장을 여러 차례 찾으면서 기존의 선입견과는 다른 풍경을 마주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눈에 띄었고, 연인끼리 나란히 앉아 경주를 지켜보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나온 부모부터 친구들과 주말을 보내러 온 젊은 층까지 방문객의 모습도 다양했다. 경주가 시작되자 이들의 시선은 일제히 경주로로 향했다. 누군가는 힘차게 달리는 말에 박수를 보냈고, 누군가는 처음 접한 경주마의 질주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경마장=도박장’이라는 선입견만으로는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한국마사회도 경마장을 경주와 베팅에만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복합 레저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의 벚꽃축제와 야간경마, 부산경남의 워터페스티벌, 제주의 제주마축제 등 지역과 계절의 특색을 살린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경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경주와 축제를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것이다. 전자카드를 통해 경주당 베팅 상한액과 일일 손실 한도를 설정하고, 과몰입 예방 자가진단을 제공하는 등 이용자 보호 장치도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경마를 둘러싼 오래된 질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경마에는 여전히 베팅이 따라붙고, 사행성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경마를 스포츠나 도박 중 하나로만 규정하려는 시도는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말과 기수의 경기력, 조교사의 치밀한 훈련, 현장의 긴장감이라는 스포츠적 요소와 베팅의 속성은 경마 안에 동시에 존재한다. 이 두 요소가 공존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필요가 있다.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경주를 즐기면서도 베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균형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