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로 온 나라가 들썩들썩합니다. 그 와중에, 검찰 보완 수사권 박탈만큼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파급력은 덜하지 않은 다른 안건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으로 불리는 세제 개편안입니다.
재정경제부가 내놓은 2026년 세제 개편안에는 ‘주가 누르기에 해당하는 상장주식 평가 방법 개선’ 항목이 있는데, 그 요지인즉, 대주주가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의로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을 미루고, 기업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게 하면서 기업 가치를 훼손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 지금보다 높은 주식 평가액을 적용해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이와 같은 개편안이 주가 누르기를 막는 법이 아니라, 오히려 주가를 어느 정도까지 낮게 유지해도 되는지를 알려주는 법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상장주식은 상속이나 증여가 이루어진 평가기준일을 전후하여 각 2개월, 총 4개월 동안 공표된 거래소 최종 시세가액의 평균액으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상속이 발생한 날의 종가 하나만 적용하면 일시적인 호재나 악재로 주가가 급등락한 경우 세금이 지나치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정 기간의 평균 가격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비상장주식은 평가 방식이 다릅니다. 매일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없기 때문에 회사가 보유한 자산과 회사가 벌어들이는 이익을 함께 고려합니다. 원칙적으로 1주당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일정한 비율로 가중평균하며, 그렇게 계산된 금액이 순자산가치의 80%보다 낮으면 최소한 순자산가치의 80%로 평가합니다.
문제는 상장회사에는 이와 같은 순자산가치 하한선이 없다는 점입니다. 회사가 현금과 토지, 공장, 계열회사 주식 등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상속세와 증여세 역시 원칙적으로 그 시장가격을 토대로 계산됩니다. 이 경우 최대 주주의 이해관계는 일반주주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수 있게 되는데, 개편안의 경우 적용 대상이 적을 뿐 아니라 추가적인 세 부담도 미미해서 기업으로서는 주가를 올릴 유인이 없게 됩니다.
법률적으로도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시가평가 원칙과의 관계입니다. 평가기준일로부터 최대 6년 6개월 전의 주가까지 평균하여 과세 기준으로 사용한다면, 그 금액을 과연 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라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 됩니다. 과거의 주가가 높았다는 이유만으로 현재 시장에서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을 높게 평가한다면 납세자는 실제 처분 가능한 가치보다 높은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담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의 재량 문제입니다. 조세법률주의에 따르면 누가 어떤 요건에서 얼마의 세금을 내야 하는지는 가능한 한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법률에는 주가 누르기의 판단 기준이 추상적으로 규정되고, 실제 과세 여부를 심의위원회가 광범위하게 판단한다면 기업의 세 부담이 위원회의 재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원회의 자격과 전문성을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지도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세 번째는 입증책임의 문제입니다. 대주주가 조세 회피 목적이 없었다고 소명하면 기존 주가를 기준으로 과세할 수 있도록 한다면 납세자는 자신의 내심 목적이 조세 회피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기업은 이사회 자료와 투자계획, 자금조달 계획, 업황 전망 등을 제출하며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었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목적’, ‘의도’만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요건이 또 없기 때문에, 결국 여러 간접사실을 둘러싸고 길고 복잡한 조세 심판과 행정소송이 이어지며 사법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장 외국을 보더라도, 저주가순자산비율 상장회사의 주식을 순자산가치의 일정 비율 이상으로 강제 평가하는 제도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상장주식의 평가 기준을 정할 때 실제 시장가격과의 연결을 쉽게 끊지 않습니다. 미국은 평가일의 최고가와 최저가를 평균하고, 영국은 당일 거래가격 범위 안에서 평가하며, 일본은 상속일 종가와 최근 3개월의 월 평균액을 비교합니다. 평가 기간과 산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수년 전의 주가나 회사 순자산가치를 상장주식의 일반적인 평가 하한으로 직접 적용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물론 해외 제도를 무조건 따르는 게 옳은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낮은 배당, 자사주 미소각, 중복상장과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이 기업가치 할인과 결합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이 강합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없이 정교하고 세심한 법률입니다. 주가순자산비율 하나만을 기준으로 모든 기업에 순자산가치의 80% 하한을 적용하기보다는 배당 성향, 자사주 보유와 소각 여부, 자기자본이익률, 중복상장, 교환사채 발행, 최대 주주의 승계 시점과 지분 변동 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과세 여부를 심의위원회의 포괄적인 판단에 맡겨서는 안 됩니다. 어떤 행위가 주가 누르기로 추정되는지, 기업이 어떤 사유를 입증하면 추정을 뒤집을 수 있는지, 과세 관청과 납세자 중 누가 어느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지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합니다.
법 이름에 ‘방지’라는 단어가 들어간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악습이 방지되진 않습니다. 요건이 허술하면 방지법은 오히려 ‘회피 가이드라인’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기억하고, 명목뿐 아니라 실상을 갖춘 개편안을 목표로 더 신중한 논의를 거쳐야 합니다. 부디, ‘주가 누르기’가 엉뚱한 방향의 ‘푸시’를 가져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서아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