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료비 떠안은 교도소… 교정 예산까지 흔들 [탐사기획-노인과 교도소]

<2회> 요양원이 된 교도소

의료예산 블랙홀 예탁금

작년 건강보험 예탁금 302억원
의료비 예산의 79%를 집어삼켜
부족분 메우러 과밀수용 해소 예산 손대

교도소에서는 법무부가 건강보험공단 역할을 대신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수용자도 병원에서는 여전히 보험 가입자와 같은 돈을 낸다. 공단이 부담하던 비용을 법무부가 대신 내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 액수는 300억원을 넘어섰다. 늙은 수용자들의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법무부는 결국 과밀수용 해소 예산까지 손댔다.

6월18일 경북 경주교도소에서 수용자 허동수(가명·가운데)씨가 취재팀에게 외부 진료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경주=유희태 기자

10일 취재팀은 수용자가 직접 보내온 외부 진료 영수증을 통해 의료비 집행 구조를 확인했다. 경북 경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60대 허동수(가명)씨가 보낸 옥중 편지에는 올해 3∼5월까지 민간 병원 영수증 네 장이 동봉돼 있었다. 허씨는 당뇨 합병증에 걸려 동생에게서 신장을 이식받았고, 심근경색으로 심장에는 스텐트를 넣었다. 지난 석 달간 산정된 진료비는 총 199만6329원. 이 가운데 허씨가 낸 돈은 88만3100원이었다. 나머지 111만3229원은 공단부담금으로 처리됐다.

 

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들어가면 수감 기간 내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보험료도 내지 않고 급여도 받을 수 없다. 수입원이 차단된 수용자들의 보험료 납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국가의 보호와 감독 아래 수감된 만큼, 수용자의 질병 치료는 국가가 부담하는 게 맞다는 헌법재판소 판시도 있다. 교정시설마다 전담 의료진을 두고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내부 진료를 실시하는 이유다. 

 

그렇지만 허씨처럼 외부 병원에서 꼭 진료를 받아야 하는 수용자들도 있다. 이들은 건강보험 비적용 대상임에도, 교도소 밖 일반 국민과 똑같이 본인부담금만 내고 진료받는다. 나머지는 ‘공단부담금’ 항목으로 기재돼 있지만, 이 돈을 실제로 부담하는 것은 공단이 아니라 법무부 교정본부다. 법무부는 매년 공단에 목돈을 예탁하는데, 여기에서 수용자들의 진료비 중 공단부담금에 해당하는 액수가 차감된다.

 

허동수(가명)씨가 취재팀에게 보낸 외부 진료비 영수증. 

건강보험 예탁금은 교정당국 의료비 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자리 잡았다. ‘2026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예탁금은 2016년 124억원에서 지난해 말 302억원으로 178억원 불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의료비 집행액은 232억원에서 510억원으로 278억원 늘었는데, 이 증가분의 64%를 예탁금이 차지했다. 

 

예탁금이 이처럼 가파르게 증가한 배경에는 수용자의 고령화가 있다. 65세 이상 수용자가 2017년 2541명에서 지난해 5701명으로 2배 넘게 늘어나는 동안, 전체 수용자 1인당 연간 의료비는 36만2069원에서 64만2270원으로 높아졌다. 허씨만 해도 신장은 1개월마다, 당뇨는 2개월마다, 심장은 6개월마다 외부 병원에서 진료받아야 한다. 현장에서는 중증·만성 질환이 잦은 노인 수용자가 의료비 단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공통된 지적이 나온다.

 

의료비 예산에서 예탁금을 빼고 나면 쓸 수 있는 돈은 얼마 없다. 지난해 교정본부 의료비 예산 382억원 가운데 예탁금으로만 302억원이 나갔다. 전체 예산의 79%에 해당한다. 약값과 건강검진 등 나머지 의료비에 할애되는 비용은 고작 80억원 수준으로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결국 법무부는 지난해 의료비로 당초 계획된 예산의 133% 수준인 총 510억원을 집행했다. 이런 초과집행은 2016년 이후 10년 내내 이뤄졌다.

 

초과한 만큼은 다른 사업에 배정된 예산을 가져다 쓴다. 지난해 가장 크게 손을 댄 곳은 ‘교정시설 장비운용 및 현대화’ 사업이었다. 법무부가 과밀수용을 해소하겠다며 해마다 수백억원씩 투입해 온 사업이다. 여기서 45억원이 ‘의료비 부족’ 명목으로 빠져나갔다. 국회는 앞서 2024회계연도 결산 심사에서 사업 목적에 맞지 않게 예산을 전용하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여전히 현실은 병원비를 대느라 ‘교정’에 쓸 돈을 빼돌리는 처지다.

 

대학병원 간호사 출신인 김정우 경주교도소 교도관은 “응급실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나 진료비를 못 내는 사람을 여럿 봤다”면서 “결국 그런 사회적 비용은 어디서든 발생하고, 그걸 교정시설에서 홀로 부담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권수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에서는 여러 주체가 함께 나눠서 지는 복지 부담을 교도소가 다 떠안게 됐다”며 “교도소의 역할이 교정 플러스 복지인 셈”이라고 했다. 그는 “고령화는 거부할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라 이 자체를 줄이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며 “가석방이나 형집행정지 등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탐사보도2팀=백준무·이예림·최우석 기자

사진:유희태 기자, 편집:김효순 기자, 미술:손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