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춘렬 칼럼] 위험천만한 부자증세

부동산 세제개편 ‘택스맨’ 악몽 어른
‘똘똘한 한 채’ 향한 날 선 비수 가득
부총리 “99% 감면” 충격 축소 급급
진보정권 흑역사 되풀이 우려 커져

“네 몫은 하나고 내 몫은 열아홉이야. … 차를 운전하면 통행료를, 자리에 앉으면 좌석료를, 춥다면 난방비를, 산책한다면 발에도 세금을 걷을 거야.” 60년 전 전설적 록밴드 비틀스가 당시 영국 사회에 만연했던 징벌적 세금 광기를 풍자한 노래 ‘택스맨’에 나오는 가사다. 집권 노동당은 부자증세와 복지 포퓰리즘에 기대 소득세를 무려 95%나 물렸다고 하니 과장이 아니다.

노동당 정권은 4년 뒤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가혹한 세제가 할퀸 상처는 크고 깊었다. 인재와 자본이 세금폭탄을 피해 해외로 떠났고 경제와 민생은 쑥대밭이 됐다. 영국은 15년 가까이 과잉복지와 고비용·저효율의 ‘영국병’에 시달렸고 급기야 1976년 선진국으로는 처음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굴욕을 겪었다.

주춘렬 수석논설위원

정부가 얼마 전 공개한 부동산세제 개편안에는 ‘똘똘한 한 채’를 향한 비수가 가득하다. 개편안은 비거주·초고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대폭 올리는 게 핵심이다. 세율 인상에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과 세 부담 상한 인상, 공제축소 등 가용한 수단이 다 동원됐다. 징벌적 과세 표적이 다주택을 넘어 고가 1주택자까지 넓어졌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전체 주택의 99%에 해당하는 시가 30억원 이하 1주택자는 거래세와 양도세 부담이 줄어든다”며 세부담이 가중되는 40억원 이상의 초고가 주택은 0.4%라고 했다. 종부세 세수만 9조3000억원(5년 누적)이나 더 걷히는데 99% 감면이라니 근거나 계산법이 아리송하다. 세금충격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세간에는 ‘21세기 고려장’, ‘최악의 세금테러’, ‘국가폭력’ 등 험악한 비판이 쏟아진다. 이런 불안과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당장 비거주 1주택자는 세금 벼락을 맞아야 할 판이다. 종부세 과세대상은 공시가 14억원(20억원)이지만 비거주 때 기본공제액이 9억원으로 5억원 낮다. 시가 20억원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는 27만6000원에서 내년 4배인 114만원, 2년 뒤 5.5배인 152만1000원으로 불어난다. 실거주와 비교하면 같은 값인데도 세금 격차가 무려 7배에 달한다. 공정과세·과세형평과는 거리가 멀다.

0.4%의 초고가는 세금 지옥에 갇히게 된다. 시가 50억원 주택의 종부세는 453만원에서 2028년 978만원으로 두 배 불어난다. 양도세도 3년 뒤 장기거주 소득공제 한도가 10억원으로 묶여 오래 살수록 불이익이 커진다. 상속·증여세(최고세율 50%)는 그대로다. ‘살자니 종부세, 팔자니 양도세, 주자니 증여세, 죽자니 상속세’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정부는 수도권 이외 지역 이전에 혜택을 늘렸는데 강남에서 연금으로 사는 70∼80대 고령자에게 지방으로 떠나라고 등 떠미는 형국이다.

부자증세는 그들만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늘어난 보유세는 전월세에 전가돼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키우고 양도세 증가는 매물 잠김과 거래절벽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벌써 강남권과 한강 벨트 등 고가아파트 밀집지역에서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겠다며 세입자에게 퇴거를 통보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규제의 빈틈을 찾아 집값이 들썩이는 ‘풍선효과’도 걱정스럽다. 과세중과 기준(45억원)을 밑도는 한강 벨트와 경기 남부 지역 등의 ‘덜 똘똘한 한 채’ 가격이 들썩일 공산이 크다.

구 부총리는 지난 주말 간담회에서 세입자의 피해와 시장 왜곡을 묻는 질문에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세제는 내년, 내후년 시행되는데 주택건설에는 빨라도 4∼5년 걸린다. 공급이 앞서고 세제가 뒤따르는 게 순리인데 정책은 거꾸로다. 이래서는 징벌적 과세가 청년과 서민의 주거 고통을 키울 게 뻔하다.

‘징세는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뽑는 예술’이라는 말은 관료사회에서 회자하는 금언이다. 이번 개편안은 사방에서 비명이 나오니 낙제평가를 면하기 힘들다. 0.4% 증세 운운하며 정치 셈법과 낡은 이념에 집착해서는 시장의 역습을 감당하기 힘들다. 노무현·문재인정부가 세금폭탄과 고강도 규제로 미친 집값과 전세대란을 자초한 걸 까맣게 잊은 것인가. 이대로라면 진보정권의 부동산 흑역사를 피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