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성장” 鄭 “의리” 宋 “사법개혁”… 초박빙 승부에 선명성 경쟁

與당권주자 발언 자료 40건 분석

金, 초반엔 ‘반명·명청대전’ 공세
최근 미래 산업·지역 성장 선회

鄭 ‘1인 1표제’ 등 성과 반복하다
‘金 배신’ 겨냥 당·李와 의리 강조

宋 ‘鄭 연임 필요성’ 등 비판하다
조 대법원장 탄핵 내세워 승부수

TV 토론회선 호남 구애전 총력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놓고 공방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이 초접전으로 흐르는 가운데 순회경선 1·2주차를 거치며 세 후보도 자신의 강점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재편했다. 세 후보 모두 ‘개혁’을 주요 표현으로 내세웠지만 김민석 후보는 초반 계파 공세를 줄이고 ‘성장’을 전면에 올렸다. 정청래 후보는 ‘의리’를 부각하며 김 후보의 과거 탈당 등을 겨냥한 공세를 이어갔다. 송영길 후보는 ‘연임’ 언급을 줄이고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전면에 세우며 사법개혁 선명성을 끌어올렸다.

양보 없는 설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이 10일 전남광주 서구 KBC광주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길·정청래·김민석 후보. 전남광주=뉴시스

변화는 발언 빈도에서도 나타났다. 김 후보의 ‘반명·명청대전’은 1주차 14회에서 2주차 7회로 절반 줄었고, ‘성장’은 2주차 30회로 최다 표현이 됐다. 정 후보의 ‘의리’는 12회에서 35회로 약 3배 늘었다. 송 후보는 ‘연임’이 15회에서 4회로 줄어든 대신 1주차에 없던 ‘조희대’가 2주차 18회로 가장 많이 등장했다. ‘개혁’이 세 후보에게 공통적으로 상위권에 머문 가운데, 김 후보는 성장·미래산업, 정 후보는 의리와 개혁, 송 후보는 사법개혁으로 각자의 색깔을 더욱 분명히 한 셈이다.

 

세계일보는 7월26일부터 이달 9일까지 세 후보의 순회연설·정견발표·간담회·기자회견·백브리핑과 TV토론 등 공개발언 자료 40건(중복 제외)을 분석했다. 후보별 변화는 충청권·부산·울산·경남 경선이 치러진 1주차(7월27일∼8월2일)와 제주·인천·강원·대구·경북 경선이 이어진 2주차(8월3∼9일)로 나눠 비교했다. ‘민주당·당대표·대통령·당원·후보·선거·정책’ 등 공통 단어는 제외했다.

◆金 ‘성장’·鄭 ‘의리’·宋 ‘사법개혁’ 강조

 

김 후보의 1주차 상위 표현은 ‘개혁’(40회), ‘안정’(24회), ‘통합’(20회)이었다. ‘안정’은 국무총리 경험을 내세워 정치·경제와 당정관계의 안정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통합’은 계파 갈등을 끝내고 당을 화합시키겠다는 주장을 펴면서 주로 사용됐다.

 

2주차에는 ‘성장’(30회), 인공지능(AI·26회), ‘개혁’(21회) 순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정 후보를 향한 ‘반명’은 8회에서 4회, ‘명청대전’은 6회에서 3회로 줄었다. 지난달 27일 충북 청주에서는 “반명 지도부는 안 된다”, “당정충돌 명청대전을 끝내야 한다”고 했지만 2주차에는 지역 성장 구상을 앞세웠다. 인천에서 “지방 주도 정치, 지방 주도 성장”을 강조했고 강원에서는 ‘메가 지방성장특위’ 출범을 제안했다. 또 ‘성장’에 이어 AI가 26회로 두 번째로 많이 등장해 계파 구도 대신 지역 성장과 미래산업을 자신의 차별화 지점으로 내세우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지난 9일 강원도 횡성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후보는 1주차 ‘개혁’(57회), 인공지능(AI·34회), ‘통합’(30회) 순으로 많이 언급했고, ‘1인 1표’는 28회로 4위였다. 2주차에는 ‘개혁’과 ‘의리’가 각각 35회로 공동 1위, ‘반도체’가 29회로 2위, AI가 15회로 3위였다. ‘의리’는 1주차 12회에서 2주차 35회로 급증했다. 이는 김 후보의 2002년 민주당 탈당 전력을 겨냥하면서 자신의 ‘당과의 의리’, ‘이재명 대통령과의 의리’를 대비한 데 따른 것이다. ‘반도체’는 호남 경선을 앞두고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의 조속한 추진을 반복해서 강조하면서 급격히 늘었다. 개혁을 기본축으로 유지하면서 ‘의리’를 더해 김 후보와의 대립 구도를 선명하게 만든 것이다. 김 후보를 겨냥한 ‘신천지’는 9회에서 12회, ‘배신’은 9회에서 13회로 늘었다.

 

송 후보는 1주차 ‘개혁’ 17회, ‘주식’ 16회, ‘연임’ 15회로 여러 의제가 비슷한 빈도로 나타났다. ‘주식’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경제·민생 대책을 설명하면서, ‘연임’은 정 후보가 다시 당대표를 맡을 필요가 없다는 비판 과정에서 주로 나왔다. 2주차에는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 기자회견을 계기로 ‘조희대’가 최다 표현으로 떠올랐다. 다른 후보의 자격이나 당정관계를 둘러싼 비판보다 조 대법원장 탄핵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며 사법개혁 의제에서 선명성을 높인 것이다. 3위인 ‘보완’(9회)은 당대표가 대통령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당정관계론에서 사용됐다.

 

◆세 후보 “반도체 클러스터 속도전”

 

11일부터 시작하는 호남 권리당원 투표를 앞두고 후보들은 호남 구애에도 속도를 냈다. KBC광주방송이 개최한 당대표 후보 TV 토론회에서도 세 후보는 호남 정치적 위상 강화와 전당대회 이슈 외에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신의 정책적 역량을 앞세웠다.

 

이날도 자신을 ‘개혁 당대표’로 소개한 정 후보는 자신이 당대표가 될 경우 “올해 안에 반도체특별법을 만들어서 일이 곧바로 착수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며 “생명은 속도전이고 속도전하면 정청래”라고 말했다. 김 후보도 “8월17일 당대표가 되면 18일 당대표 1호 결정은 ‘3대 메가 프로젝트 지원특위’ 구성이 될 것”이라며 신속성을 강조했다. 송 후보는 “인천에 세계 최고의 바이오시밀러 클러스터를 만들어본 경험과 성과가 있다”며 지자체장으로서 경력을 내세웠다.

 

송 후보가 전력 공급 계획에 관해 “추가 원전 필요성도 생각하냐”고 묻자 정 후보는 “민감한 것은 국가가 먼저 입장을 정하고, 우리가 뒷받침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같은 질문에 김 후보는 “정부가 과거보다는 열어놓고 판단하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탈탄소 원칙 위에서 현실적인 것을 고려하며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 후보가 정 후보에게 “실제 경제 정책을 다뤄보거나 대기업 오너와 토의를 해보신 적이 있냐”고 묻자 정 후보는 “김 후보는 사람을 무시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당연히 당대표 하면서 얼마나 많은 기업인과 얘기했겠느냐”고 맞받았다. 이에 김 후보는 “삼성이나 SK, 현대차 등 오너와 30∼40분 이상 진지하게 대화하고 협의한 경험과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