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재건축 이주비, 정부에서 보증 선다 [李 정부 주택공급 속도전]

추가 공급 대책 때 발표 전망

부동산 규제 여파 자금조달 난항
주금공, 추가 대출 공적보증 검토
새 아파트 기준 담보평가해 한도↑
여권, 하남 그린벨트 해제도 거론

정부가 정비사업 추가 이주비 대출에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공적보증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와 10·15 대책 여파로 이주비 조달이 막히면서 서울 정비사업 곳곳에서 사업 지연 우려가 커지자, 금융 지원을 통해 공급 병목을 풀겠다는 취지다. 곧 발표하는 추가 공급대책에 관련 지원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1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규제 여파로 이주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늘면서 대출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HF가 추가 이주비 대출에 별도의 보증 상품을 신설하고, 대출 담보평가액을 건물 철거 전 ‘종전 자산’이 아닌 준공 후 ‘종후 자산’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지난 9일 시민들이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이주비 대출은 철거가 예정된 주택 조합원에게 임시 거처 비용을 지원해주는 제도로, 은행이 조합의 토지를 담보로 잡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HUG의 공적보증 덕에 조합원들은 시중은행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과 비슷한 연 4%대 금리로 이주비를 빌릴 수 있다.

 

그러나 서울 등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에서 40%로 축소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다주택 조합원이 기본 이주비를 받지 못하게 됐을 뿐 아니라, 1주택자도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드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조합은 기본 이주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조합원이 60~7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착공 일정이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기존 집 평가액이 5억원이라면 LTV 70%에서는 대출 한도가 최대 3억5000만원이지만, LTV 40%에선 최대 2억원으로 감소한다. 대형 건설사들은 자체 신용으로 부족한 이주비를 메워주고 있으나, 일부 사업장에 한정되는 데다 금리도 연 6~8% 수준으로 높아 조합원과 조합의 부담이 크다.

 

정부는 ‘추가 이주비 대출’에도 공적보증을 확대해 조합원들의 금리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기본 이주비 대출을 보증하는 HUG에 더해 HF가 추가 이주비 대출 보증 상품을 신설하면 건설사 신용에 의존하던 고금리 대출을 낮은 금리의 금융권 대출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안내문. 연합뉴스

HF까지 공적보증 기관으로 동원해 정비사업의 자금 조달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주비 대출 시 담보평가액도 철거가 예정된 ‘낡은 집’이 아니라 재건축이 끝난 뒤의 ‘새 아파트’로 기준을 바꿔 대출 한도를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현재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 이주비 대출 한도가 적었던 서울 강북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들이 특히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준공 후 새 아파트의 가치를 기준으로 담보를 평가하면 종전보다 더 많은 이주비를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빌라·다세대 등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한 대출 규제 완화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는 사업자가 낡은 주택을 사서 철거한 뒤 새 주택을 지으려 해도 주택 매입 단계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 사업 추진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신축을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사업자에게 대출을 허용하는 등 자금 조달 규제를 풀어 민간의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권영선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주비 대출 규제가 정비사업을 지연시키는 요인 중 하나였던 만큼 공적보증 확대는 사업 추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다만 실제 공급 확대로 이어지려면 사업성 확보와 주민 부담 여력 등 다른 조건들도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유휴부지 확보와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 등 다양한 공급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하남시 일대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하남은 그린벨트 비중이 높아 개발 여력이 있는 데다 강남·판교와 가까워 입지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주민 재산권과 상수원 보호 문제가 걸림돌로 꼽힌다. 정부는 2010년 하남 감북동 일대에 2만 가구 규모의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발과 행정소송 끝에 2015년 사업을 해제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하남갑)은 통화에서 “지역 주민 동의가 중요하다”며 “일자리 등 원주민의 생계 기반을 함께 마련해 자족도시로 조성해야 주민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