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차갑고, 쾌적하게”…폭염에 화장품·패션도 ‘쿨링’ 소비가 대세 [트렌드]

피부 열감 낮추는 화장품부터 냉감 의류·쿨링타월까지…‘시원함’이 경쟁력으로

폭염이 길어지면서 소비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에어컨과 선풍기로 실내 온도를 낮추는 전통적인 ‘냉방 소비’를 넘어 피부에 닿는 순간 열감을 낮추는 화장품부터 땀을 빠르게 배출하는 냉감 의류, 통기성을 높인 생리대, 체온을 낮춰주는 쿨링타월까지 등장했다. 

 

구글 제미나이 생성 AI 이미지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비시장에서는 일상 곳곳에서 ‘덜 덥고, 덜 불쾌하게’ 만들어주는 제품을 찾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화장품 업체는 피부 열감을 낮추는 제품을, 패션업체는 냉감 원단을, 생활용품 업체는 쿨링타월을, 여성용품 업체는 냉감 생리대를 내놓는 등 산업 전반에서 ‘시원함’을 제품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가장 빠르게 ‘쿨링’을 소비 키워드로 끌어들인 곳은 뷰티업계다. 과거 여름철 화장품 시장의 핵심 키워드가 자외선 차단과 피지 조절이었다면 최근에는 피부 열감을 낮추는 ‘쿨다운’이 새로운 선택 기준으로 떠올랐다. 피부에 닿는 순간 시원함을 주는 토너부터 쿨링 선크림, 냉감 샴푸, 쿨링 크림까지 제품군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더샘의 ‘스킨 프렙 쿨링 무스 토너’는 사용 직후 피부 온도를 4.9℃ 낮추는 효과를 내세웠다. 셀퓨전씨는 쿨링·진정 성분을 담은 ‘아쿠아티카 쿨링 썬스크린’을 선보였고, 닥터포헤어와 빌리프 역시 각각 쿨링 샴푸와 쿨링 크림을 내놓으며 피부와 두피까지 ‘열 관리’ 영역을 넓혔다.

 

아이소이는 보라감자 추출물을 활용한 ‘보라감자 쿨링 수딩젤’을 출시했다. 사용 직후 피부 온도를 5.6℃ 낮추는 효과를 내세우며 폭염으로 달아오른 피부를 빠르게 진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무신사 스탠다드 듀라론-쿨 더블 포켓 티셔츠. 무신사 스탠다드제공

패션시장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여름옷을 고를 때 디자인이나 가격뿐 아니라 원단이 얼마나 시원한지, 땀이 얼마나 잘 빠지는지​를 따지는 소비자가 늘면서다.

 

패션업계는 냉감 원사와 메쉬, PCM 등 기능성 소재 경쟁에 뛰어들었다. 과거에는 러닝이나 골프 등 스포츠·야외활동을 위한 기능성 의류에 주로 적용됐지만, 최근에는 출근과 외출, 실내 생활에서 입는 티셔츠와 이너웨어 등 데일리웨어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휴비스의 냉감 원사 ‘듀라론-쿨’을 적용한 티셔츠를 선보였고, K2는 냉감 캡슐을 활용한 ‘오싹’ 시리즈로 여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나이키는 ‘에어로 핏’ 러닝웨어에 입체적인 메쉬 구조를 적용해 피부와 옷 사이 공기 흐름을 높였다. 르무통 역시 메리노 울과 메쉬 구조를 결합한 원단으로 땀과 습기를 빠르게 배출하는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신성통상의 탑텐은 냉감과 속건 기능을 갖춘 ‘쿨에어(COOL Air)’ 라인을 확대하며 티셔츠부터 메쉬 제품, 탱크톱과 브라 캐미솔 등 이너웨어까지 제품군을 넓혔다. 

 

대표 제품인 ‘쿨에어 코튼’의 판매량은 폭염이 집중된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2일까지 전년 동기간 대비 64% 증가했으며, 판매액은 67% 늘었다. 이른 더위가 시작된 봄부터 냉감 의류를 찾는 수요가 나타난 데 이어 한여름 폭염이 이어지면서 일상에서 자주 입을 수 있는 기능성 의류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신성통상 탑텐 앰버서더 배우 전지현 ’쿨에어 브라 캐미솔’ 착장 화보. 탑텐 제공

 

워크웨어 플랫폼 아에르웍스는 냉감 웨어러블 ‘에어크래프트’에 이어 ‘메가쿨’ 시리즈를 출시하며 작업 환경별로 활용할 수 있는 냉감 솔루션을 확대했다. 메가쿨 시리즈는 레인 재킷과 메쉬 워크 베스트, 쿨링 반팔 티셔츠 등 의류부터 아이스 쿨링 젤, 아이스 쿨링 넥 링, 헬멧 쿨패드, 목토시·쿨토시 등 액세서리까지 총 8종으로 구성됐다. 단순히 냉감 소재를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통기성과 공기 순환, 신체 부위별 냉각 등 작업 현장의 필요에 따라 제품을 조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존 냉감 의류가 ‘시원한 옷’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산업현장에서는 의류와 액세서리, 냉감 장비를 조합해 작업자의 체감 더위를 낮추는 방식으로 시장이 확장되는 모습이다.

 

앞서 아에르웍스가 국내 공식 판매처로 유통하는 냉감 웨어러블 ‘에어크래프트’도 출시 이후 여러 차례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쿨링 소비의 확산은 패션과 뷰티를 넘어 생활용품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깨끗한나라의 ‘쿨링타올’은 지난 6월 판매량이 전월보다 227%, 전년 동월보다 323% 급증했다. 목과 팔, 다리 등에 활용할 수 있어 출퇴근이나 운동, 야외활동 등 일상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영유아용품과 여성용품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보솜이 모달썸머 아기기저귀’ 판매량은 6월 전월 대비 82% 늘었고, 쿨링 생리대 판매량도 18% 증가했다.

 

특히 여성용품은 폭염이 소비자의 ‘쾌적함’에 대한 요구를 얼마나 크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LG유니참의 ‘쏘피 쿨링프레쉬’는 올해 2분기 판매량이 직전 분기 대비 450% 증가했다. 8월에는 올리브영 ‘올영픽’에도 선정되며 여름철 대표적인 냉감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라엘의 ‘에어리쿨’ 생리대 역시 지난 5월 판매량이 전월 대비 300% 이상 증가했다. 화학적 쿨링 성분 대신 통기성을 높인 에어 메쉬 구조 등을 적용해 ‘차갑게 만드는 것’보다 ‘덜 답답하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업계는 폭염이 장기화할수록 ‘쿨링’이 특정 제품군에 국한되지 않고 생활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차가운 느낌을 주는 것을 넘어 열을 빠르게 배출하거나 땀과 습기를 줄이고 통기성을 높이는 등 소비자의 체감 온도를 낮추는 다양한 기능이 제품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여름철 한정 상품으로 여겨졌던 냉감 제품이 최근에는 폭염이 길어지면서 일상에서 불쾌감을 줄이는 생활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단순한 냉감 효과뿐 아니라 통기성, 흡습·속건, 피부 진정 등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기능을 얼마나 구현하느냐가 제품 선택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