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남도의 바다, 여수를 찾았다. 만성리 검은 모래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여름의 한 페이지를 채웠다. 여수의 바다를 맛보기 위해 찾은 곳, 여수 식당 ‘구이랑 회’에서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구이와 새콤한 서대회를 마주했다. 바다에서 시작된 하루가 한 상 가득 차려진 여수의 맛으로 깊어지는 순간이었다
◆여름의 여수, 만성리 해수욕장
방학을 맞은 아이의 설레는 그 표정은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여수를 갈 때면 늘 늦은 저녁에 출발한다. 거리가 멀어 차에서 아이들을 재우며 느긋하게 가기 위해서다. 여수 숙소에 도착해 아이들을 눕히고 창밖을 바라보니 어두운 밤바다 위에 떠 있는 배들의 불빛과 밤하늘의 별빛이 멋지게 어우러진 모습이 근사하다. 서해와 동해와는 사뭇 다른 남해의 풍경은 조금 더 고즈넉한 것 같다. 오랜만에 찾은 여수의 만성리 해변은 더위를 피해 수영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검은 모래 해변은 일반 모래사장과는 다르다. 조금 더 시원한 기분이다. 여수시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구명조끼를 입고 아들과 바다에 동동 떠다니며 하늘 위 구름을 그려본다. 이번 여름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바다에 작은 물고기가 돌아다니는데 자세히 보니 새끼 쫄복이다. 물고기 쫓아다니며 참방거리는 아이들을 보니 긴 운전시간이 가치가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여수의 생선구이
자리에 앉아 모둠 생선구이와 서대회를 주문을 했다. 오래지 않아 반찬들과 생선구이가 한 상 가득 차려졌다. 가자미와 고등어, 삼치, 서대 등 꽤 큼지막한 생선들이 모락모락 김을 내며 먹음직한 자태를 뽐낸다. 구운 생선 냄새는 음식의 냄새 중 손에 꼽을 정도로 강렬하다. 냄새만 맡아도 하얀 쌀밥과 뜨끈한 된장국이 절로 생각나는 집밥 반찬 중 하나 아닐까 싶다. 노릇하게 구워진 껍질을 젓가락으로 살짝 걷어내면 촉촉한 속살이 모습을 드러낸다. 간장을 살짝 찍은 부드러운 생선살은 밥반찬으로 아주 제격이다. 삼인분을 시켰는데 네 가족이 먹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고등어의 진한 풍미부터 가자미의 담백함까지 생선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새콤하고 빨간 양념에 버무려진 서대회는 그 자태만으로도 입맛을 돋운다. 밥과 함께 비벼 먹으라고 준 참기름과 김가루가 든 대접이 함께 나온다. 서대회는 남도 바다가 선물한 소박하면서도 깊은 맛을 지닌 음식이다. 얇고 부드러운 서대살에 새콤달콤한 양념이 더해지면 입맛을 단숨에 깨운다. 아삭한 채소와 함께 버무려 먹으면 서대 특유의 담백함도 더욱 살아난다. 서대회 한 접시에는 바닷바람과 어촌의 정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하다. 서대회가 새콤하고 시원한 맛으로 입안을 깨운다면 생선구이는 구수하고 따뜻하게 배를 채운다. 서로 다른 맛이지만 밥상에서는 이상할 만큼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여기에 따뜻한 밥 한 공기와 구수한 된장국이 곁들여지면 더할 나위 없는 한 끼가 된다. 화려한 재료나 복잡한 조리법이 없어도 음식은 이렇듯 충분히 깊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생선구이와 서대회
생선구이는 우리 식탁에서 오랜 세월 사랑받아 온 가장 소박한 생선 요리 가운데 하나다. 예부터 바닷가 사람들에게 생선은 가까운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먹거리였다. 잡은 생선을 소금에 절여 굽는 방식은 재료를 오래 보존하면서도 맛을 살리는 지혜에서 비롯됐다. 특히 생선구이는 특별한 양념 없이도 불과 소금만으로 생선의 풍미를 끌어낸다는 점에서 우리 음식의 특징을 보여준다. 장터와 포구, 서민들의 밥상에서 생선구이는 밥과 함께 먹는 든든한 일상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서대회는 남해안과 전남 지역의 음식문화와 깊은 관련을 맺고 발전해 온 음식이다. 서대는 납작한 몸을 가진 바닷물고기로, 남도에서는 예부터 친숙한 수산물이었다. 서대를 회로 먹을 때는 새콤한 식초와 매콤한 양념을 더해 독특한 맛을 살렸다. 이는 더운 날씨에도 입맛을 돋우고 생선의 신선한 풍미를 즐기려 했던 지역의 식문화와 연결된다.
특히 서대회는 막걸리식초와 고추장, 채소 등을 함께 버무리는 남도의 양념 문화가 잘 드러나는 음식이다. 서대회 한 접시에는 바다에서 얻은 식재료와 농촌에서 생산된 채소가 함께 어우러진다. 이 음식은 단순한 생선 요리를 넘어 어촌과 농촌의 생활이 만나는 문화적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이 음식을 맛본다는 것은 한 끼의 식사를 넘어 남도의 바다와 그곳 사람들의 삶을 기억하는 일이기도 하다.
김동기 청담 일판 총괄 셰프 paychey@naver.com